| 비건(vegan)패션의 비전 염해숙 |
| 2016년 02월 11일(목) 20: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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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모피는 부유함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모피코트는 하나의 꿈이었다. 그러나 비건패션은 이러한 사실에 직면하고 반대한다. 이러한 변화는 그동안 모피를 우아하고 고상함의 상징이라고 여기던 이들은 무색하기 그지없을 것 같다.
비건패션이 반대하는 것은 모피뿐만이 아니다. 동물성 섬유 역시 동물학대로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고 여긴다. 가죽보다는 인조가죽·코르크나 폴리우레탄을 사용하고, 실크 대신 나일론·폴리에스터·레이온·면·마이크로파이버·아크릴·린넨·인조견 사용을 추천한다. 또한 울·앙고라·캐시미어·알파카 대신 재생pet·아크릴·6면플란넬·합성패브릭을 사용하고, 플리스·모피 대신 폴리에스터·면·비스코스레이온 등을 소재로 이용하길 권장한다.
이처럼 비건패션이 하나의 새로운 패션 소비성향으로 떠오르면서 그 영역 또한 넓어졌다. 모피와 동물성 섬유를 넘어서 환경을 파괴하는 합성섬유까지도 반대하는 것이다. 한 패션 정보업체는 패션분야가 석유산업에 이어 환경을 파괴하는 오염의 주범이라고 했다. 그만큼 섬유제작에 있어 수질을 오염시키는 화학물질의 이용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연에서 얻은 소재가 인간의 몸에 가장 친화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동물을 살리기 위해 인간의 몸에 해로운 화학섬유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것이다. 최근에는 기능성 아웃도어가 인기를 얻으면서 방오·방수·방풍에 강한 기능성 소재가 많이 개발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합성소재들은 자연에 해로운 결과를 초래한다.
이러한 소재들은 ‘괴불화 화합물’이라고 부른다. 수백 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소재라고 한다. 해외에서는 이러한 위험성이 부각되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2006년 괴불화 화합물의 발암 가능성에 대해 공식 발표했다. 인체 유해성이 뚜렷하게 발표된 것은 아니지만 동물 실험 등에서 내분비계 교란과 면역기능 악화, 암 유발 사례 등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미국은 자국 내 괴불화 화합물 사용을 95% 이상 감축하기로 하고 기업들에게 자발적인 규제를 권고했다. 유럽연합 역시 단계적으로 사용금지를 검토하고 있으나 화학물질 사용이 세계적인 수준인 우리나라는 아직 그 피해에 대해 위험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는 인조 모피를 모피의 값싼 대안으로만 인식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해 ‘비건 퍼’라는 이름으로 부르는 등 과거와 달라진 인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급 인조모피는 질적인 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이루어져 대중화와 함께 고급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몇몇 브랜드는 이미 비건패션을 대중화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글로벌 패션시장에서 도드라지게 나타나고 있다. 린 힐가트(Leanne Mai-ly Hilgart)는 최초 비건 패션 브랜드인 ‘보트(VAUTE)’를 2009년에 런칭하였고, 2013년에는 뉴욕 패션위크에서 비건 패션을 선보였다. 영국의 ‘쉬림프(Shrimp)’는 럭셔리 인조모피 브랜드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스텔라 매카트니(Stella McCartney)는 2015 패션위크부터 인조모피 브랜드 ‘FUR FREE FUR’라인을 선보였다.
그렇다면 글로벌 비건 패션시장에서 우리나라가 가질 수 있는 독특한 개성은 무엇일까. 동물과 인간의 상생을 위해 동물소재를 피하고 천연소재·천연염색을 이용하면 비건 패션의 지향점으로서 국제적인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먼지가 나지 않으니 비염이 개선되고, 향균성·소취성이 뛰어나니 환경을 보호하면서도 인간 삶의 질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식물성 소재와 식물성·광물성 천연염료를 이용한다면 조화롭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