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지지 <止止>

2016년 03월 16일(수) 18:49

바쁠수록 잠시 멈추고 힘들수록 지친 마음을 돌볼 수 있다면 인생은 행복할 것이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멈추는 것’을 두려워한다. 지는 것 같고 뒤쳐지는 것 같고 도태되는 것 같아서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에서 유난히 ‘빨리 빨리’가 몸에 배어 제일 바쁜 민족 중에 하나가 됐다. 하지만 자동차도 기름이 모두 떨어지기 전에 고장이 나기 전에 잠시 멈춰서 점검도 하고 수리도 하고 기름도 보충해야 사고가 안 난다. 멈추지 않고 마냥 달리기만 한다면 강제로 서버리고 큰 사고가 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힘이 남아있을 때 잠시 쉬어야 더 큰 힘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44장에 보면 “족함을 알면 욕되지 않고 그침을 알면 위태롭지 않아 오래갈 수가 있다”고 했다.

고려 때의 문신(文臣)이자 명문장가(名文章家)였던 이규보는 자신의 당호를 지지헌(止止軒)으로 지었다. 지지(止止) 주역(周易)의 간괘(艮卦) 초일(初一)에서 “그칠 곳에 그치니 속이 밝아 허물이 없다”고 한 데서 나왔다. 이규보는 “지지라는 말은 그칠 곳을 알아 그치는 것이기에 그치지 말아야 할 데서 그치면 지지가 아니다”고 부연했다.

늘 ‘이번만’, ‘이 정도는’, ‘나만은’이 문제다. 이미 도를 넘었는데 여태 아무 일 없었으니 이번에도 괜찮겠지 라고 방심하다가 큰 코를 다친다. 그침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즉각 실행에 옮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칠 수 있을때 그쳐야지, 나중에는 그치고 싶어도 그칠 수가 없다. 그쳐서는 안 될 때 그쳐도 안 된다. 사람은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잘 알아야 한다. 이 때가 역학(易學)에서 말하는 운로(運路)가 된다.

이 나아가고 물러날 때를 가장 잘 알고 판단해야 하는곳이 정치계다. 요즘 미국의 대선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공화당의 대통령후보 ‘도널드 트럼프’는 지지율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가 스스로 도를 넘은 막말과 망언과 기행으로 유세장에서 폭력사태를 유발하고 유권자들을 분열시킴으로써 자신의 소속당인 공화당에서 조차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면 안 된다는 것을 TV광고로 낼 정도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다가오는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공천심사는 분열과 계파간의 갈등, 이기적인 욕심으로 도를 넘어선 분열로 가고 있다. 분수를 모르는 정치판에는 국민이 심판이 필요하다. 심판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누구도 비정상적인 대한민국 현 정치판의 파국을 멈출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