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태의 사주칼럼] 숙명 <宿命>

2016년 03월 23일(수) 18:50

필자에게 왔었던 그녀의 상(相)은 이마가 시원하게 넓고 빠진곳이 없어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부담을 주지않고 해와 달을 상징하는 양쪽 눈 역시 이마에 걸맞게 큼직했고 흰자는 맑고 투명하여 상대방에게 믿음과 호감을 주는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저 멀리 주산격(主山格)인 화산(火山:이마)으로부터 타고 내려온 청룡(靑龍:기(氣)의 형상)은 미산(眉産:양쪽 눈썹)을 뚫고 인당(印堂: 양눈썹 사이의 미간)을 지나 끊어지고 함몰되기 쉬운 산근(山根: 미간 바로 밑에 코의 뿌리)까지 꺼지지 않았고 재백궁(財帛宮)의 열매인 코끝의 준두(準頭)에 머물러 동그랗게 동산 하나를 만들어 놓은 것처럼 도톰하고 아름다운 열매처럼 상(相)을 이루었으니 가히 초년운인 이마부터 중년의 시작까지인 코끝까지 빠진곳이 없는 잘생긴 관상이었다.

하지만 수구(水口: 입)에서부터 모든 것이 파격(破格)이었다. 입안의 치아(齒牙)가 심한 뼈등렁니 여서 입이 돌출되어 직선으로 이마를 치는 형상이었고 수구(水口)를 지켜줘야할 양쪽의 법령(法令: 입 양옆으로 내려오는 선)은 선명치 못하였고 입아래 양쪽 턱을 상징하는 노복궁(奴僕宮)은 낭떨어지 처럼 뼈가 깎이고 살이 없어서 잘생긴 이마와 코를 전혀 받혀주지 못한 형상이었다. 마치 거꾸로 엎어놓은 삼각형의 모양이었다. 실제로 그녀는 어렸을적에 전남에서 알아주는 부자집의 외동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오빠들이 가업을 물려받은뒤 급속히 가세(家勢)는 기울었고 이제 곧 오십이 되는 지금까지 결혼도 안하고 있었다. 그녀는 질문을 했다. “저 스스로 결혼하기도 싫었고 제가 어렸을때부터 어디서 보면 결혼 하면 이혼 한다고 해서 안했는데 최근에 누구를 소개 받아서요.

그런데 제가 남편복이 없다는데 과연 결혼을 하는 것이 좋을까요? 괜히 결혼해서 더 불행해지지 않을까 해서요”라고 묻는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은 아이도 가질수 없고 현재 만난 사람과는 친구처럼 남은 생을 살고 싶다는 소박한 심정을 말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궁합은 그다지 좋지도 나쁘지도 않았지만 결혼을 하라고 권해줬다.

필자는 스스로 반문해 보았다. 이 사람이 이십대에 와서 과연 필자에게 결혼을 하면 잘사냐고 물어보았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관상과 사주상으로 분명 결혼을 하면 안좋게 될 확률이 높아서 고민은 했겠지만 필자는 모든 역학의 논리를 적용해서 결혼을 하라고 해서 잘사는 방법을 일러줬을것이다.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고 숙명을 알고 바꾸자는 것이 역학의 진리이자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