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틀 속에서 살 것인가, 그것이 문제 이현 아동문학가

2016년 04월 28일(목) 18:58

“아따, 시방, 거시기, 참말로.”

위의 단어 중 표준어는? 표준어? 표준어를 고르라고? 아따, 시방, 거시기, 참말로, 모두 다 사투리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겠지만 아니다. 모두가 다 표준어다. 특정지역에서 주로 사용되는 사투리일 것 같지만 대한민국 표준어다. 한 나라가 법으로 정하여 놓은 언어 규범에 맞는 말로 국민 간의 의사소통을 분명히 하고, 한 국가로서의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하여 모든 국민이 지키고 따르도록 정한 표준이 되는 표준말이다. 그렇다면 모양까지 특이한 ‘햠’이라는 글자는? 이것도 사용되고 있는 글자란 말이지? 이리보고 저리 봐도 자판기를 잘못 눌렀거나 고장 난 자판기로 인해 표기가 잘못 된 것 같지만 이 또한 표준어다. ‘일정한 시설을 갖추어 놓고 요리나 설거지 따위의 일을 하는 곳’을 뜻하는 부엌의 준말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뜻과 다른 글자도 있다. ‘짜장’이란 단어가 부사로 쓰일 땐, ‘말 그대로 틀림없이’를 의미한다. 시대와 상황적 변화에 따른 정의(定義)의 변화다.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말도 있다.

흐르는 강물에 첫발을 딛고 들어가 다음 발을 내 딛는 순간, 첫발을 딛었을 때의 강물은 이미 저만큼 흘러가 버렸고 또 다시 흘러온 새로운 강물이기에, 같은 강물에 두 번 들어갈 수 없다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들은 흐르고 변화해 영원한 것은 없다는 의미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헤라클레이토스의 영원불변에 대한 반기다. 우리의 일상에서 무심코 씌어놓은 관념의 틀에 대한 잔잔한 외침이다.

공자의 ‘군자불기(君子不器)’도 있다.

‘군자는 그릇이 아니다’는 뜻으로, 고정된 틀에 자신을 제한하지 말고 변화되는 상황에 따라 변화할 수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는 것도 없고, 절대로 안 된다는 것도 없으며, 오직 의로운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것이다. 일정한 틀에 얽매어 스스로를 속박해서는 큰 뜻을 펼 칠 수 없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정한 틀에 얽매어 살아가고 있다.

예전부터 내려오는 수많은 관습에 싸여 우리의 의식을 갈아먹고 있다. 우리가 미처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 우리의 실생활에 스며들어 우리의 영혼을 박제하고 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토끼와 거북이가 달리기 시합을 하면 누가 이길까? 토끼가 중간에 낮잠만 자지 않는다면 토끼가 이기지 않겠는가? 생각할 수 있지만, 반드시 토끼가 이기는 건 아니다. 달리기 시합을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한다면? 거북이의 백전백승이 아닐까?

요즘 들어 더욱더 문제시 되고 있는 청년실업에 따른 생각에서도 자유롭지 못하다.

한 집안에 첫째와 둘째가 있는 경우, 둘째가 먼저 취업을 하면 축하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마음대로 축하해 주지 못하니 마음이 아프고, 의기소침해 있는 첫째 때문에 가슴이 아리다.

하지만, 첫째가 먼저 취업을 해야 한다는 법칙은 아무데도 없다.

똑 같은 하루를 놓고, 아침 다음에 저녁이 온다는 사람과, 저녁 다음에 아침이 오다는 사람처럼, 마음대로 규정해 놓은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자승자박! 마음대로 정해놓은 욕심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