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년 ‘목사골’ 역사가 나주시민 자부심으로 이어지고…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나주 풍류락도 영산가람길 1, 3길

2016년 05월 10일(화) 19:06

영산강 둔치에 핀 유채꽃과 동섬이 서로를 그리워한다.

역사와 전통을 가진 고장 나주에는 목사고을을 상징하는 여러 문화유적들이 남아있다. 나주읍성과 금성관, 목사내아와 나주향교 등이 그것이다. 과거 나주를 큰 고을로 만든 것은 영산강과 주변의 너른 들판이었다. 이런 나주의 문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걸을 수 있는 길이 ‘풍류락도 영산가람길’이다.

풍류락도 영산가람길을 걷기 위해 나주향교로 향했다. 유교를 통치원리로 한 조선은 공자와 제자들을 배향하는 문묘 대성전과 유학을 강학하는 명륜당으로 이루어진, 서울의 성균관과 여러 지방에 향교를 세웠다. 나주에는 태종 7년에 다른 지역보다 크고 위엄있는 향교가 세워졌다. 나주향교는 향교의 일반적인 배치인 제향공간인 대성전이 앞에 있고, 강학공간인 명륜당이 뒤에 있는 전묘후학(前廟後學) 양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주향교의 제향공간인 대성전(보물 제394호)는 나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나주향교 대성전(보물 제394호) 앞에 서니 위엄이 느껴진다. 대성전 옆에는 600년 된 은행나무가 나주향교의 오랜 역사를 대변해준다. 조선 중기에 중건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성전은 나주에서는 가장 오래된 목조건축물이다. 우리나라 곳곳에 남아 있는 향교들 중 많은 곳이 관리가 부실한데, 나주향교는 잘 관리돼 깔끔하고 정갈하다.

나주향교 돌담길을 돌아 나오니 나주읍성 서성문인 영금문이 의젓하게 서 있다. 나주읍성은 나주의 진산 금성산을 등지고 영산강이 흐르는 배산임수의 지형에 쌓은 평지 읍성이다.

나주읍성은 일제 강점기에 의도적으로 훼손돼 금성관과 내아, 정수루 등만 남고 성문과 성곽 등 대부분의 시설이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성문은 1993년 남고문 복원을 시작으로 2006년 동점문, 2011년 영금문을 복원했으며 북망문도 2016년 10월께 복원될 예정이다.

지방궁궐이자 객사로 사용된 ‘금성관’은 우리나라 객사 건물중에서 가장 크고 웅장하다.

서성문 안쪽 골목을 따라 나주목사내아로 향한다. 내아는 조선시대 나주목사가 기거하던 살림집으로, 일제강점기 때 관사로 사용하면서 원형이 변형됐다가 2009년 현재의 건물로 복원되었다. 금학헌이라는 당호를 달고 다시 태어난 내아는 ‘ㄷ’자형 본채와 ‘-’자형 별채·문간채로 이루어져 있다. 내아와 나주목문화관 앞쪽 주차장은 나주동헌이 있었던 곳이다. 나주동헌은 나주목사가 정무를 보던 관아로 현재는 정문인 정수루만 남아 있다.

정수루 앞쪽에 왕을 상징하는 지방 궁궐이자 객사로 사용된 금성관이 자리를 잡고 있다.

외삼문과 내삼문을 통과하니 넓은 마당 뒤로 금성관과 좌우의 부속건물이 웅장하게 다가온다. 금성관은 지방 궁궐이고, 금성관과 나란히 맞대 지어진 부속건물인 벽오헌과 서오헌은 사신이나 중앙관리들의 숙소로 사용됐던 객사다.

금성관은 정면 5칸, 측면 4칸 팔각지붕 건물로 전국의 객사 건물 중 그 규모가 가장 크고 웅장하다. 마루에 앉아 있으니 시원한 바람이 역사의 향기를 실어다준다.

지난 2011년 복원된 나주읍성 서문인 ‘영금문’.

오랜 역사를 가진 나주향교나 내아, 금성관, 성문 같은 유적들은 목사고을 나주의 자부심을 가지게 해줄 뿐더러 주변의 현대식 건물에 온기를 불어넣어준다. 이렇게 나주시내는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이어 동문밖석당간(보물 제49호)을 만난다. 돌로 만들어진 당간은 전체 높이가 11m에 이르고 당간지주, 당간, 지붕돌과 보주까지 모든 구성부분이 완벽하게 보존돼 있다. 나주의 동문밖석당간은 사찰이 아닌 고을 입구에 세워져 있다. 고려 초에 나주의 터를 정할 때 배 모양인 행주형 지세를 가진 나주의 안정을 꾀하기 위해 돛대로서 세웠다고 한다.

동문밖석당간에서 다시 1번 국도를 넘으니 나주천변에 동점문이 우뚝 서 있다. 동점문은 나주읍성 4대문 중 동쪽에 있는 문이다. 동점문은 광주지역에서 영산강을 따라 나주로 오던 사람들이 주로 통행했던 문이다.

동점문에서 나주천을 건너면 남산공원이다. 남산공원에는 최고정이라는 정자와 금성관 외삼문 이름과 같은 망화루가 있다. 망화루에서 바라보면 나주시내와 금성산이 한눈에 바라보인다. 남산공원에서 남고문으로 내려선다. 남고문 앞에 서니 2층 누각의 팔작지붕이 화려하다.

고려 태조 왕건과 장화왕후 오씨부인이 인연을 맺은 완사천.

남고문에서 나주시청소년수련관과 나란히 서 있는 나주학생독립운동기념관으로 향한다.

나주학생운동기념관은 1929년 일어난 학생독립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2008년 7월 옛 나주역 근처에 신축됐다.

나주학생운동기념관에서는 전남지역의 식민지적 상황과 학생독립운동의 전개과정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옛 나주역사를 지나 철로를 넘으면 작은 마을과 배밭 등 한적한 시골풍경이 펼쳐진다.

나주역에 들렀다가 나주시청 쪽으로 13번 국도를 건너니 완사천이 있다. 완사천은 고려 태조 왕건과 장화왕후 오씨부인이 인연을 맺은 장소다. 왕건이 고려를 건국하기 전 이곳을 지나면서 물 한 그릇을 청하자 여인이 버들잎을 띄워 주었는데, 이는 급히 물을 마시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왕건은 여인의 총명함과 미모에 끌려 그녀를 아내로 맞이했고, 그 분이 장화왕후 오씨부인이다.

나주역 옆 철로를 넘어 다목적체육시설을 지나 영산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4차선 외곽도로를 건너니 영산강이 내려다보인다. 영산강 둔치에서는 온통 노랗게 물든 유채꽃이 고혹적인 향기를 내뿜어준다.

나는 이제 유채꽃 향기를 따라 둔치길을 따라서간다. 노란 유채꽃은 강물 위에도 노란 그림을 그렸다. 유채꽃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니 아름답기 그지없다. 영산대교에 올라가서 보는 유채꽃밭은 한 폭의 수채화다.

영산교를 건너 영산포로 진입한다. 다리를 건너자 ‘홍어거리’가 맞이한다. 홍어거리 입구에는 ‘600년 전통 영산포 홍어거리’라는 안내표찰이 세워져있다. 옛날에는 흑산도에서 영산강을 따라 올라온 돛단배에 항상 홍어가 실려 있었다. 먼 길을 오면서 곰삭은 홍어는 알싸한 맛이 됐다. 이런 역사적 의미를 되살려 나주시에서 옛 영산포 선창 주변에 삭힌 홍어 맛을 볼 수 있는 홍어거리를 조성하였다.

홍어거리 앞 영산교 아래는 옛 영산포구다. 영산포구는 흑산도를 비롯한 많은 섬들의 수산물이 들어왔던 포구였다. 흑산도 홍어와 추자도 멸치젓이 들어와 영산포장이 열릴 때면 인근 영암, 장흥, 강진 사람들까지 몰려와 장사진을 이루었다. 영산포구는 일제 강점기 전남지역 내륙 수탈의 전진기지 역할도 했다. 영산포구는 1981년 영산강 하구둑이 생기면서 포구로서의 기능이 사라져버렸다.

영산포구에는 홍수 수위를 측정하면서 등대 역할까지 했던 영산포 등대가 있는데, 국내에서는 하나밖에 없는 내륙등대다. 이 등대는 바다에서 올라온 고깃배를 맞이했고, 일본으로 실어 날랐던 쌀가마니를 바라보며 분루를 삼키기도 했다. 요즘 영산포 등대는 4대강 사업으로 신음하는 영산강을 바라보며 가슴 아파하고 있다. 영산포 등대가 사람에게 호소한다. 더 이상 아프고 슬픈 역사가 아니라 훈훈하고 아름다운 역사를 만들어달라고.


※여행쪽지

▶나주 풍류락도 영산가람길은 나주의 문화유적과 영산강을 따라 걷는 길로 7개 코스로 나뉘어져 있다. 이중 제1길은 한수제→나주향교→금성관→동문밖석당간→남산공원→옛 나주역→완사천까지 8.3㎞로 3시간 정도 걸리고, 제3길은 완사천→나주다목적체육시설→영산교→홍어거리→ 옛 영산포역→구진포→영모정→천연염색문화관까지 10.3㎞로 4시간 걸린다.

▶나주에서 유명한 음식은 나주곰탕과 영산포 홍어, 구진포 장어다. 나주곰탕은 금성관 앞 곰탕거리에 여러 집이 있다. 나주곰탕 하얀집(061-333-4292), 영산포 홍어거리에는 홍어집이 밀집해 있다. 홍어 1번지(061-332-74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