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환익의 전력투구(電力投球) 본사 사장 ssnam48@kjdaily.com

2016년 05월 11일(수) 19:21

어려운 신문사 경영을 하면서 힘들 때마다 대한민국 100대 경영인(CEO)의 위기돌파능력을 배우려고 노력한다. 본인이 경영하는 신문사보다 100배 1000배 큰 연매출 조 단위 글로벌 기업 사장의 경영 노하우는 엄청난 자본력과 우수한 인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라 비교할 바 아니지만, 경영인이 고민하는 근본은 비슷한 것이라 많은 참고가 된다.

최근에 대기업 삼성SDI 사장과 임직원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배우는 경영인은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이라고 한다. 경영효율화 작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삼성SDI 조남성 사장은 전 직원에게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의 ‘위기돌파 리더십’을 배우자며 그의 저서 ‘전력투구’를 직원과 함께 읽고 있다.

필자도 최근에 ‘조환익의 전력투구’를 읽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의 기관장 경영성과협약이행실적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조 사장의 리더십이 그 안에 담겨 있었다. 조 사장은 2012년 12월 취임 이후 수십 차례에 걸쳐 임직원들에게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는 방법으로 경영 화두를 밝혀왔다. 매년 ‘SOS(유연·Soft, 개방·Open, 신속·Speed)’ ‘무신불립(無信不立·믿음이 없으면 일어설 수 없다)’ ‘집사광익(集思廣益·생각을 모아 이익을 더한다)’ 등을 화두로 특유의 ‘개혁 리더십’을 발휘했다.

조 사장 취임 당시엔 전력 수급 비상, 5년간의 적자 누적, 밀양 송전선로 갈등 등 현안이 산적해 있었다. 하지만 핵심 현안해결을 위해 ‘SOS’의 경영방침을 천명하면서 대대적인 혁신에 나섰다. 그 결과 2013년 2000억 원의 흑자 전환에 성공하고, 지난해에는 1조원의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2012년 3조2000억원의 적자에서 실질적인 흑자 경영에 성공했다.

2016년 현재, 대한민국 공기업 최고 CEO 조환익 사장이 광주·전남에 와 있는 것은 어쩌면 우리에겐 큰 행운인지 모른다. 조 사장은 그동안의 성공신화 노하우를 나주 ‘빛가람 에너지밸리’ 구축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혁신도시에 중소·중견 에너지 기업 500개 유치에 나서는 등 지역과 동반 성장하는 공기업의 대표적인 모범사례를 만드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환익 신드롬은 전남도에까지 번지고 있다. 그의 책 ‘전력투구’에 감동한 이낙연 전남도지사가 5월 직원 정례조회에서 도정 운영에 유연하고 투명하며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인 ‘SOS’를 도입하자고 당부했다. 이 지사는 “한국전력 조환익 사장은 SOS를 한전 내부에 도입했다”면서 “도청 직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도청 직원들이 늘 SOS를 의식하면서 일상 업무에 임해주길 바란다, 관련 실국에선 SOS를 폭넓게 도입할 방안을 마련해 시행토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했다.

만약 전남도청 직원들이 한전발 SOS를 실천한다면 행정의 대변혁이 일어날 것이다. 경직된 전례 답습주의, 절차 고수주의, 축소 지향주의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생각하고 실용적으로 해법을 찾아 실천할 것이다. ‘법령이 허용하지 않으니까 할 수 없다’는 생각보다, ‘법령이 금지하지 않으니까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좋은 출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오래된 비밀주의, 폐쇄주의, 행정 편의주의에서 벗어나 도정을 도민들에게 최대한 개방하고 도민의 참여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11월, 한전이 나주로 이사하기 전에 조환익 사장이 한전 전직원에게 보낸 편지는 ‘버릴 것은 버리고 갑시다’였다. 필자는 그 편지를 보고 정말 따뜻한 리더십이라고 느꼈다. 조 사장은 그 편지에서, 자신의 가족이 한국전쟁 이후 서울로 이사와 스물 두 번이나 이사한 이야기, 결혼후 13평 연탄아파트에서 40평 아파트로 이사한 이야기 등을 담담하게 들려주면서, ‘고인물처럼 썩은 것, 적폐된 관행, 벗지 못한 고정관념, 편견 등 버릴 것은 과감히 다 버리고 새롭게 출발하자’고 당부했다. 한전 사장과 직원이 나주로 내려오면서 먹은 마음이 물리적 공간 이동만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자’는 마음가짐이었다는 것을 알고 많이 울컥했다. 이런 다짐을 하며 나주에 온 이들을 광주·전남은 너무 미숙하고 어설프게 맞았다. 숙소 주변에선 악취가 나고 가로등이 없었으며 수도가 끊겼다.

조환익 사장은 지금도 매일 광주·전남 공동 혁신도시 나주 한전에 출근하면서 본인에게 주어진 시대적 사명, 미래의 국가 경제에 큰 힘이 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성장 가능한 ‘새로운 가치’ 창출을 고민한다고 한다.

우리지역 리더들이 부끄럽게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한전 이전 후 1년반 동안 조환익 사장을 만난 지역사회 많은 이들이 한결같이 필자에게 한 얘기는 ‘광주·전남에는 왜 조환익 사장같은 리더가 없냐’는 것이었다. 진즉 조 사장 같은 경영인이 있었다면 광주·전남은 많이 달라졌을 거란 안타까움도 얘기했다.

얼마 전 광주·전남의 유일한 새누리당 당선자 이정현 의원(순천)은 광주매일TV와 인터뷰에서 ‘호남 정치인들은 정말 노력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지금도 한전 사장은 전쟁터의 무사처럼 갑옷을 벗지 못하고 긴장과 강박 속에 지낸다고 한다. 매일 전력(電力)에서 전력(全力)을 다하는 전력투구(電力投球)를 다짐하며 실천한다고 한다.

하물며, 지역민을 대신해 일을 하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지방의원들이 지역을 위해 전력투구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우리 지역이, 한반도에서 가난한 이유일 것이다.

/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