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 대망론, 그리고 호남

김종민
정치부장

2016년 05월 23일(월) 19:03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안희정 충남지사…. 충청 대망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호남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의구심이 들었다.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충청권 잠룡(潛龍)들이 일찌감치 용틀임 중이지만, 이와 반대로 광주·전남은 잠잠하기만 한 까닭이다.

그렇다고, 딱히, 용의 반열로 꼽을 만한 인물이 있는가. 정답은 아니다 일 것 같다. 사실 고 김대중 대통령 사후, 아니 그 이전부터 포스트 DJ를 키우자고 했었다. 최근의 4·13 총선 과정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영·호남의 대결구도 속에 충청은 그동안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는 여야를 막론하고, 차기 대권열기가 뜨겁게 달궈지고 있다. 최근 충청향우회는 지역 출신 여야 당선인들과 대규모 회동을 갖고 세를 과시, 눈길을 끌었다.

충청이 들썩이고 있다. 벌써부터 호남을 인구수에서 추월하기 시작하더니, 정치적 역량의 지표인 국회의원 의석 수에서도 충청(27석)은 호남(28석)과 어깨를 견주는 상황이 됐다. 그만큼 높아진 위상의 반영이다.

지난 총선에서 광주·전남은 더불어민주당에서 국민의당으로 정치 지형이 바뀌었다. 제 1야당의 주인공이 된 국민의당이다. 그러나 과거의 80-90% 대의 일방적 승부가 아니였다. 과반을 넘기는 정도의 승리였다.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선거, 그 이후 비록 실패는 했을 지라고 문재인 후보일 때는 또 어떠했는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차기 대선까지 남은 1년 7개월. 잠룡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음에도 호남 출신 주자는 누구냐에 확신을 갖는 지역민들은 몇이나 될까 의문이다.

총선은 대선의 전초전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 체제였다. 신당으로 나선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 대표 체제였다.

선거는 바람이었다. 그런데 이게 안철수 바람이다고 단정 짓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이른바 ‘반문(反文) 정서’의 연장선에서 어부지리적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대권 도전 안 대표에 대한 지지로 볼 수는 없다는 얘기다.

이처럼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도 호남이 국민의당 쏠림으로 이어질까에 대한 답은 ‘글쎄’ 정도가 맞을 것이다. 호남의 몰표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달 말이면 제20대 국회가 문을 열게 된다. 주지하다시피 16년만의 여소야대, 20년만의 3당 체제다. 상당한 정국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각에서 야권 정권교체의 흐름을 탈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흘러나오고 있다. 여야 10년 주기설이 제기된 지 오래이고,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분위기는 호남이 주도권을 잡은 듯 하다. 맹주인 국민의당은 캐스팅보트에 동의하지 않는다. 국회 운영을 주도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고 자신만만해 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말 그렇게 될까 고개를 젓는다.

이게 호남의 우려다. 좌고우면(左顧右眄) 해온 충청의 한계를 답습할까 이다. 일단 수동적 지지가 아닌, 과거처럼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만한 인물을 찾고 있는 듯 싶다. 안 대표가 앞서 있는 듯 하지만, 속내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특히, 문재인 후보 시절 전폭적인 지원에도 실패했던 터라 학습효과도 더하고 있다. 따라서 호남이 절대적인 지지가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인 바, 전략적 선택의 여지도 충분하다. 충청의 힘을 보태지 않고선 더욱 그러하기 때문이다.

충청 대망론에 비견되는 호남 대망론에 불을 지펴야 한다. 호남 역할론이라도 군불을 때야 한다. 호남 출신을 키워내지 못한 탓만 할 수는 없다.

지금부터다. 총선으로 만들어진 여소야대의 축제는 끝났다. 텃밭을 내준 더불어민주당이나, 신흥강자로 부상한 국민의당은 ‘형제당’이어야 한다. 공통의 목표는 정권교체다. 정의당 까지 포함해 야권 대결집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어떻든 이는 지극히 당연한 수순인데, 호남이 여러모로 보아 충청에 밀려 주연을 맡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충청이 앞으로 영남과 손잡을 수도 있다. ‘경충(慶忠)연합’ 이 성사되면 가뜩이나 정치의 변방인 호남이 더욱 쪼그라든다.

바야흐로 삼국지세가 펼쳐지고 있다. 충청 천하 구도에 전통의 강호 영남 또한 만만치 않다. 그러면 호남은 어떤가? 충청 대망론의 대권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호남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 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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