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천과 미디어아트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2016년 05월 26일(목) 19:04

광주시와 시민들의 꾸준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광주천이 예상만큼 활성화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천변 산책로도 정비하고 흙탕물과 같았던 광주천의 수질도 놀랄 만큼 좋아졌다. 겉모습만 보더라도 서울 청계천에 비해 손색이 없다. 40여년 전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던 나에게는 이러한 변화가 대단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정작 주인인 광주시민들은 광주천에서 보기가 어렵다.

광주문화재단이 있는 광주공원은 광주천과 인접해 있어 지난 1년 동안 시간이 날 때마다 광주천을 걸었다. 걸으면 걸을수록 광주천이 주는 매력에 푹 빠져 간다. 특히 밤늦은 시간에 어둠이 눈에 익기를 기다려 광주천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광주공원 포장마차에서 쏟아내는 돼지갈비 굽는 냄새의 유혹을 이겨내고 광주천으로 내려가면 또 다른 세상이다. 걷기 좋게 정비된 산책로를 따라 무등산 방향으로 향하면 장불재를 타고 내려온 무등산 바람이 벌써 매케한 안주 냄새를 멀리 날려버리고 그 자리에 갖가지 꽃잎과 나뭇잎 흩날려 물위를 채색한다. 그 때부터 나만의 사색의 세상으로 들어간다. 갑자기 푸드덕거리는 물소리에 놀라 발걸음을 멈추고 바라보면 수달이 물고기를 잡는지 날렵한 몸을 힘차게 움직이며 자맥질을 하고 있다. 조금 더 걸어가면 두루미가 긴 목을 내놓고 졸음에 겨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경계심을 풀어버린 두루미에게 나는 그냥 자연의 한 부분이리라. 머리 위에서 나를 인도하는 달빛은 어두운 길 위에 은색의 아름다움을 뿌리며 나를 따라오고 있다. 어느덧 반환점에 이르러 돌다리를 건너면 물길 깊은 돌다리 앞에 팔뚝만한 잉어가 조용히 꼬리를 흔들며 헤엄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주천이 이 도시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더욱 좋은 것은 광주천에 인접한 광주문화재단이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미디어아트 관광레저 기반 구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단에서 매년 ‘한시적’으로 추진한 미디어아트페스티벌과 달리 미디어아트 관광레저 기반 구축 프로젝트는 우리의 일상 공간인 광주문화재단이 자리한 빛고을시민문화관 일원을 우선적으로 ‘예술의 빛’장소로 변화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는 홀로그램을 이용한 파사드, 미디어아트 한평갤러리, 미디어아트놀이터 등을 통해 미디어와 아트 그리고 일상을 잇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시민들이 예술도 즐기고 재단과 붙어 있는 광주천을 걸으면서 아름다운 광주를 느낀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다만, 이 사업을 진행하면서 밤에 잠들어야 하는 수달과 잉어들이 고통 받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연-인간-예술을 동시에 위하는 사업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