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뒤 안맞는 감사원의 누리과정 법리해석 김재정 사회부 차장 |
| 2016년 05월 29일(일) 19: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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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교육청의 재정 여력을 확인하는 등 예산 분석은 감사원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물론 감사 결과를 놓고 해당 시·도교육청은 ‘어불성설’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감사원이 누리과정 문제에 대해 법리 해석을 통해 ‘교육청 책임’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간 교육부는 ‘급조’한 시행령을 토대로 ‘어린이집 누리과정도 교육청이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반면, 일선 교육청은 ‘시행령이 상위법에 위배되는 만큼 어린이집은 정부 책임’이라고 맞서왔다.
감사원이 내린 판단은 헌법이나 상위법에 위배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7곳에 법률 자문을 거쳤다. 법무법인 3곳, 한국공법학회 추천 교수 3명, 정부법무공단 등이다. 위헌 여부에 5곳은 ‘위헌으로 볼 수 없다’, 2곳은 ‘위헌으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상위법 위배 역시 4곳은 ‘위배가 아니다’, 2곳은 ‘위배다’, 1곳은 ‘중립’ 의견을 냈다. 자문 결과도 엇갈린 셈이다.
하지만 감사원은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이 최종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면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적시했다.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다. 감사원은 법리해석 기관이 아니다. 행정행위에 대해 관련 법 위반 여부를 따지는 게 옳다. 감사원 스스로 헌재와 대법원이 판단할 사안이라고 해놓고, 청와대와 교육부의 입장 그대로 교육청이 책임지라고 단정지었으니 ‘정치 감사’, ‘코드 감사’ 논란만 자초한 꼴이다.
애시당초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법적으로 교육청 예산은 초·중·고 살림살이에 쓰도록 하고 보육예산은 중앙정부가 부담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정부가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솔직히 궁색하다. 감사원이 중립적 입장에서 감사했는지 의문스럽기까지 하다.
정부는 감사 결과를 토대로 여소야대 20대 국회 개원 전 교육부의 누리과정 예산 정책 근거와 정당성을 확보하고 싶어 했을 터다. 안타깝게도 현실은 정부-교육청간 갈등의 골만 깊게 만든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