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왜 그리운가

박은성
경제부장

2016년 05월 30일(월) 19:34
얼마 전 최고의 시청률을 자랑하며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기억할 것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삶과 추억들을 담은 이 드라마는 따뜻한 가족애와 이웃 간의 관심과 우정, 그리고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를 담아내면서 삭막한 우리사회에 인간미를 불어 넣었다. ‘응답하라 1988’ 시청자들은 현재보다 훨씬 못살고 힘들었던 시절임에도 기쁨과 슬픔을 가족·이웃·친구와 함께 나누며 공동체 생활을 했던 그때 그 추억을 떠올리면서 향수를 느끼곤 했다.

필자 역시도 드라마에서 보여준 사회상을 공감하며 드라마를 시청하곤 했다.

반면 30년이라는 세월이 훌쩍 지난 현재 우리사회의 모습은 어떤가? 사회와 문화 차원에서 엄청난 변화를 이뤄냈지만, 사랑과 인간미가 넘치는 사회를 조성하는 대목에서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응답하라 1988’에서 보여준 아이들의 따뜻한 버팀목의 존재가 돼야 할 부모가 오히려 아동학대 주범으로 전락해 버린 ‘청주 4살배기 의붓딸 암매장 사건’은 위기에 빠진 우리 가정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사건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가정의 심각성과 이들 가정을 보호하고 치유해 주는 정부시스템의 부재, 남을 생각지 않는 우리 사회의 문제점 등을 여실히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여기에다 법적·제도적 미비점이 새롭게 드러난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전 국민에게 충격을 던져준 ‘묻지마 범죄’의 행각은 우리 사회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묻지마 범죄’의 경우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점, 범행 동기가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점, 범죄 방식이 극단적 형태의 폭력인 점 등의 특징을 고스란히 갖고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발생한 50대의 묻지마 칼부림 사건과 강남역 화장실 묻지마 살인사건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50대의 묻지마 칼부림 사건은 술에 취한 이 남성은 차내에 침을 뱉다가 다른 승객들과 시비가 붙자 20cm 길이의 칼을 꺼내 들고 사람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휘두르다, 역무원들의 진압으로 다행히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곳 시민들은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10여 분간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이에 앞서 발생한 강남역 10번 출구 근처 건물 화장실에서 20대 초반 여성이 생면부지인 한 남성의 무차별 칼부림으로 목숨을 잃은 사건은 더 충격적이었다. 경찰은 용의자인 김씨가 사건 이틀 전 범행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고, 예전에 일을 한 적이 있어 지리가 익숙하고 새벽에 사람들의 통행이 드물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이곳 건물 화장실을 범행장소로 택했다고 발표하면서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1시간 동안 화장실에서 여성이 혼자 들어오는 것을 노렸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누구나 표적이 돼 희생양이 될 수 있었다는 점에 전 국민을 경악하게 했다.

또 살인사건 이후 온라인상에서 ‘여성혐오주의자’ 또는 ‘싸이코 패스’니 여러 가지 추측들을 난무했지만, 경찰은 6차례 입원한 전력이 있는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인 김씨가 여성들에게서 괴롭힘 당한다는 망상 때문에 범행한 것으로,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라고 결론 내렸다.

결국은 김씨가 정신 착란증과 환청이 들리는 등 여러 가지 정황으로 미뤄 정신병에 의한 살인이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셈이다.

물론 살인사건 등 강력사건은 하루가 멀다하고 속출하고 있는 현 사회에 여성 1명이 숨진 살인사건을 놓고 대수롭게 생각하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살인사건의 경우 현 우리 사회의 정신분열 질환자들의 관리 부재와 인면수심의 범죄, 그리고 이웃간의 무관심 등이 결합해 발생했다는 점에서 무언의 메시지를 남기고 있다. 기쁨과 슬픔을 이웃과 함께 나누고 진정한 이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응답하라 1988’를 필자가 왜 그토록 그리워하는 마음도 여기에 담겨져 있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464604490380091013
프린트 시간 : 2022년 01월 21일 11:1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