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사는 우리들, 아주 먼 옛날로 떠나는 시간여행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울산 해파랑길 10코스

2016년 07월 06일(수) 18:52
강동화암주상절리, 횡단면의 모양이 꽃무늬를 하고 있어 이곳 주민들은 ‘꽃바위’라 불렀다.
해파랑길 10코스가 시작되는 정자항에 들어서니 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포구에는 작은 어선들이 정박돼 있고, 그물을 손질하는 뱃사람들의 손놀림이 분주하다. 생선을 손질하는 아낙들의 모습과 해풍에 말려지고 있는 생선이 대비를 이룬다.

정자항을 벗어나자 기차바위라 불리는 검은 바위가 강동해변과 정자항의 경계를 이룬다. 그리고 북쪽으로 길게 강동몽돌해변이 이어진다. 강동해변은 주로 검은색 찹쌀떡 크기의 둥글납작한 몽돌로 이뤄져있지만, 바다 쪽으로는 검은 모래와 바둑알만한 조약돌이 밭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검은 기암괴석과 에메랄드빛 바다, 푸른 하늘이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망망대해를 이룬 동해바다는 파도를 통해 강동해변으로 끊임없이 밀려왔다 밀려간다. 바람이 거세게 불어오니 성난 파도가 해변가를 걷고 있는 우리를 덮칠 듯 밀려온다. 바닷물에 적신 몽돌은 반들반들하고 보석처럼 윤택이 난다. 파도라는 조각가가 만들어낸 보석들이다. 파도가 밀려와 빠져나갈 때 쏴-싸르락 하며 내는 소리는 어느 악기도 흉내 낼 수 없는 자연음악이다.

2㎞ 정도 되는 강동해변을 걷고 나서 강동화암주상절리를 만난다. 자연이 남긴 이 유적은 오각형, 육각형 기둥 모형의 바위가 겹쳐져 있어 수평 또는 수직 방향으로 쌓아놓은 목재더미 같다. 주상절리의 길이는 짧게는 7m 길게는 수십m에 이른다.

횡단면의 모양이 꽃무늬를 하고 있어 사람들은 이곳 주상절리를 꽃바위라 불렀다. 화암마을도 주상절리를 이룬 바위를 꽃바위라 부른데서 비롯됐다. 이러한 주상절리는 바닷가에 위치해 있어 끊임없이 파도와 부딪치며 바다와 공존한다. 강동화암주상절리는 해변의 부드러운 모래와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이 된다.

강동화암주상절리는 강동해변과 신명해변을 가른다. 신명해변 역시 강동해변과 마찬가지로 몽돌로 이뤄져 있다. 신명몽돌해변에서는 텐트를 쳐놓고 휴일을 즐기는 사람들이 파도를 맞고 있다.

신명해변을 지나면 작고 소박한 포구를 만나게 된다. 포구 한편에서는 멸치를 말리고 있고, 해변에서 긴 갈고리로 무언가를 건지고 있는 아낙도 볼 수 있다.

누워있는 주상절리, 대개 주상절리는 수직으로 서 있는데, 이곳의 주상절리는 누워있다.
이 지역에서는 높은 풍랑이 이는 날이면 장대를 들고나가 파도를 따라 밀려오는 자연산 미역을 건진다.

기암괴석들은 마치 물위에 떠 있는 수석 같다. 이 기암괴석들은 숨바꼭질을 하듯 파도가 치면 온몸을 내주었다가 파도가 빠져나가면 자신의 실체를 드러내주곤 한다. 파도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 동안 바위들을 다듬어 이렇게 아름다운 조각품을 만들어냈다.

기암괴석이 이룬 해변풍경은 관성마을에 접어들자 다시 몽돌해변으로 바뀐다. 관성해변은 강동해변, 신명해변과 달리 아름드리 해송들이 숲을 이루고 있다. 역시 해수욕장은 그늘이 형성되는 솔밭이 있어야 제격이다.

하서항에 가까워지자 주차장에 관광버스들이 수십 대 서 있고, 관광객들의 숫자도 몰라보게 늘어나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하서항에서 읍천항으로 가는 해안에는 다양한 주상절리가 자리를 잡고 있다. 경주시에서는 이곳 하서항에서 읍천항까지 1.9㎞에 이르는 해변길을 ‘파도소리길’라는 별도의 명칭까지 부여했다.

진리방파제를 지나면 곧바로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만날 수 있다. 기울어진 주상절리는 전체적으로는 누워있는 모양인데, 한쪽으로 고개를 45도쯤 들고 있는 모양새다. 경주 양남 주상절리군은 경주와 울산 해안지역 일대에서 신생대 제3기인 5천400만 년 전에서 460만 년 전에 활발했던 화산활동으로 형성됐다. 마그마에서 분출한 1천℃ 이상의 용암이 차가운 공기와 만나 빠르게 냉각되면서 부피가 수축되거나 서로 잡아당기는 힘이 생겨 오각 또는 육각모양의 절리가 생기게됐다.

몽돌로 이뤄진 관성해수욕장에는 아름드리 해송이 숲을 이루고 있다.
주상절리는 용암이 분출되면서 지표나 공기와 접촉해 식기 시작하기 때문에 절리의 방향은 보통 지표면에 수직으로 발달한다. 하지만 이곳의 주상절리는 누워있거나 기울어있고, 심지어는 부채꼴 모양을 하고 있어 그 모양이 다양하고 독특하다. 검은색 주상절리는 에메랄드빛 바다와 어울려 색상의 대비를 이룬다. 사람들은 주상절리에 올라가 수천만 년 전의 역사 속으로 들어간다.

‘기울어진 주상절리’를 지나자 이번에는 ‘누워있는 주상절리’가 해변을 장식하고 있다.

‘누워있는 주상절리’는 지상으로 분출된 용암이 움푹 파인 하천이나 땅의 갈라진 틈을 따라 흐르다가 식으면서 만들어진다. 오각형 또는 육각형 모양의 주상절리는 질서정연하게 쌓여 있다가 바다 쪽에서는 약간 고개를 쳐들기도 하면서 변화를 준다.

멀리서는 시원한 동해바다가 가슴을 확 트이게 하고, 가깝게는 주상절리를 비롯해 아기자기한 바위들이 해변을 아름답게 장식해준다. 사람들은 이런 풍경을 가슴에 안고 천천히 걸으며 행복해 한다. 길은 바다와 바짝 붙어있어 금방이라도 파도가 덮쳐버릴 것 같다. 길가에 하얗게 핀 꽃들도 아름다운 바다풍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짓는다.

주상절리는 ‘부채꼴 주상절리’에서 절정을 이룬다. 마치 부챗살을 펼쳐 놓은 것 같은 주상절리는 누워있는 주상절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답다. 부채꼴 주상절리 옆에는 수십 층의 장작더미 같은 모양의 누워있는 주상절리가 있고, 그 옆으로 거대한 국화꽃을 연상시키는 부채꼴 주상절리가 있다. 그래서 부채꼴 주상절리를 보고 있으면 한 송이 국화가 바다에 피어 있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정말로 신비하고 오묘하다. 많은 사람들이 전망대에 서서 부채꼴 주상절리를 바라보면서 먼 옛날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우리는 이제 그 아름다웠던 주상절리로 이루어진 ‘파도소리길’과 헤어져 읍천마을로 들어선다. 읍천마을길을 걷는데 벽화들이 눈길을 끈다. 벽화는 여러 사람이 그린 만큼 그림의 주제도 다양하다. 바다에서 조개를 캐는 아낙의 그림이 있는가 하면, 마치 환상 속에 빠져 사는 듯한 그림도 있다. 그림마다 작가와 작품명이 기재돼 있다. 이렇게 하여 온 마을이 살아있는 갤러리가 된 것이다.

읍천벽화마을을 지나니 나아해변이다. 나아해변 북쪽에 월성원자력이 자리를 잡고 있다. 나아해변 중간 쯤 설치된 팔각정에서 해파랑길 10코스가 끝나고 11코스가 시작된다. 나아해변에서도 신비하고 아름다운 주상절리가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여행쪽지
▶ 해파랑길 10코스는 울산시 정자항에서 시작하여 강동몽돌해변→강동화암주상절리→신명몽돌해변→관성해변→하서해안공원→진리항→양남주상절리지대→읍천항→나아해변까지 14.1㎞로 5시간 정도 걸린다.
▶ 가는 길 : 경부고속도로 언양JC→울산고속도로→울산IC→신복로터리→북부순환도로→울산 중구청 앞 지하차도→정자항(강동 119지역대)
▶ 읍천항 근처에는 해물칼국수집이 많다. 그중에서도 기와집 해물칼국수(055-744-0123)는 점심시간이면 대기표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인기 있는 집이다. 이 식당에서는 부추즙으로 반죽한 밀가루로 만든 칼국수에 새우·바지락 등 해물을 넣은 부추면 해물칼국수(7천원)와 들깨칼국수(8천원), 왕만두(5천원)등을 먹을 수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 기사는 광주매일신문 홈페이지(kjdaily.com)에서 프린트 되었습니다.

URL : http://www.kjdaily.com/1467798723383040134
프린트 시간 : 2022년 01월 21일 10:5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