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군산군도 신비로운 풍경 가슴에 안고 걷다 [장갑수와 함께 걷는 길] 신시도 구불길 (군산 구불 7길)

2016년 07월 19일(화) 19:41

월령봉으로 오르는 길에서는 고군산열도의 여러 섬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데, 오늘은 해무가 뒤덮고 있다. 신시도 몽돌해수욕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신시도로 가기 위해 새만금방조제를 달려간다. 방조제를 달리는 자동차가 마치 바다 위를 떠가는 것 같다. 새만금방조제는 부안군 변산면 대항리에서 시작해 가력도·신시도·야미도·비응도를 지나 군산 근처의 군장국가산업단지까지 장장 33.9㎞에 이른다.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됨에 따라 만경강·동진강 하구와 만나는 바다는 육지로 바뀌게 된다. 자그마치 여의도의 140배에 달하는 면적이다.

새만금방조제가 2010년 4월 27일에 준공됨으로써 세계 최대의 갯벌지역이며 백합을 비롯한 조개류의 집단서식지였던 새만금 갯벌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우리는 지금 그 현장을 바라보며 신시도로 달려간다. 일행 중에서는 우리나라 기술이 대단하다고 감탄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갯벌이 가지고 있는 경제성은 물론이거니와, 간척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와 환경오염의 심각성 때문이다.

새만금방조제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군산항에서 배를 타고 가야 했던 신시도가 제방으로 연결되어 이제는 육지나 다름없게 되었다. 자동차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된 신시도에 많은 사람들이 등산과 트레킹을 위해 찾아든다. 신시도 월영봉 입구에 조성된 넓은 주차장이 이를 대변해준다.

주차장에서 560m 정도 오르면 월령재다.

하늘을 가린 숲길이 지루할 때면 무녀도와 선유도 같은 섬들이 달려온다.

월령재를 그대로 넘으면 신시도에 하나밖에 없는 마을인 신시도리로 이어진다. 차츰 시야가 터지면서 고군산군도가 펼쳐지는데, 오늘은 붕긋붕긋 솟아있는 섬의 모습들이 선명치 않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잇는 다리가 바라다보이고, 무녀도·선유도·대장도·관리도 같은 섬들은 해무에 감싸여 있다.

고군산군도는 군산 남서쪽 바다에 조개껍데기를 뿌려놓은 듯 군집해 있는 섬들을 일컫는다. 고군산군도는 선유도를 비롯해 야미도·신시도·무녀도·관리도·장자도·대장도·횡경도·소횡경도·방축도·명도·말도 등 63개의 섬으로 구성돼 있고 그 중 16개가 유인도다.

오늘은 구름이 끼어 고군산군도의 아름다운 모습을 충분히 감상할 수는 없지만 희미하게 다가오는 섬들이 오히려 신비감을 자아낸다. 이윽고 월영봉(198m) 정상인 월영대에 도착한다. 월영대는 신라시대 최치원 선생이 글을 읽고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중국까지 들렸다고 전해지는 곳이다.

무녀도와 선유도, 대장도 같은 섬들이 돛단배처럼 떠 있다.

월영대에서 대각산을 바라보며 고도를 낮춘다. 무녀도와 선유도를 잇는 도로를 개설하느라 대각산 자락이 심하게 잘려나간 모습도 선명하다. 길을 걷다보면 야생화들이 예쁘게 꽃을 피워 사람들을 맞이한다. 여름철에 피는 까치수염, 원추리 같은 꽃들이 사람들과 눈을 맞춘다.

월영봉 자락을 내려서서 논길로 접어든다. 섬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뤄진 신시도에서 유일하게 논농사를 짓고 있는 곳이다. 논에서는 벼들이 푸릇푸릇 자라고 있고, 뒤돌아보면 방금 지나왔던 월영봉이 듬직하게 서 있다.

신시도에서 무녀도로 이어지는 신설도로를 건너면 몽돌해수욕장에 이르게 된다.

신시도 몽돌해수욕장은 해안선 길이가 100여m에 불과한 조그마한 해수욕장이지만 그 풍경은 여느 유명한 해수욕장 못지않다.

매끌매끌한 몽돌이 깔린 해변의 운치만 해도 대단한데, 해수욕장을 감싸고 있는 기암절벽이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해수욕장 오른쪽의 기암절벽은 10여 미터 높이로 절벽을 이루면서 절경을 이룬데다 작은 동굴도 뚫려 있어 마치 독립문을 연상케 한다.

월령봉을 바라보며 방조제를 걷는다.

이곳의 기암절벽은 바다 건너 야미도까지 하나의 화폭에 담아 아름다운 풍경화 한 폭이 된다. 대각산 자락이 바다와 만나는 몽돌해수욕장 왼쪽 풍경은 지그재그로 형성된 해안선을 따라 암벽을 이룬다. 파도는 들락날락하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온몸으로 즐긴다. 파도가 예쁘게 보이는 것은 파도가 만나는 해변 풍경 때문이다.

몽돌해수욕장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대각산 자락으로 파고든다. 길은 대각산 정상으로 오르는 능선길과 해변을 따라 가는 길로 갈린다. 구불길은 해변을 따라가게 돼 있어 우리는 해변 숲길을 따라서간다. 울창한 숲이 그늘을 이루고 있고, 곳곳에 구불길 리본도 붙어 있다.

조망이 트이는 곳에서는 조금 전 우리를 감동시켰던 몽돌해수욕장과 기암절벽이 적당한 거리를 두고 다가온다. 타원형의 몽돌해변과 수직을 이룬 기암절벽이 수평을 이룬 바다와 어울리고, 뒤에서는 월령봉이 듬직하게 서 있다.

구불길은 바다를 내려다보며 산비탈을 돌아서간다. 바다 건너에서는 야미도가 손짓을 한다. 야미도 역시 신시도처럼 새만금방조제로 육지화 된 섬이다. 해변숲길을 걷다가 몽돌로 이루어진 미니해수욕장도 만난다. 몽돌해변이 아닌 곳에서는 바위들이 방파제 역할을 하며 바다와 섬의 경계를 이룬다.

길의 방향이 서쪽으로 바뀌자 선유도 망주봉과 대봉, 대장도 대장봉 같은 산봉우리들이 바다위에 돛단배처럼 떠 있다. 게발처럼 뻗어 나온 기암괴석 너머로 선유도, 대장도, 횡경도, 방축도 등 고군산군도를 이루고 있는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고 있는 것 같다.

매끌매끌한 몽돌과 기암괴석이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화를 이루고 있다.

신시도와 무녀도를 연결한 다리가 가까워졌고, 주변의 올망졸망한 섬들은 이웃처럼 다정하다. 신시도와 무녀도, 선유도, 대장도가 둘러싸고 있는 바다는 커다란 호수 같다. 고군산군도를 이루고 있는 섬들은 올망졸망 섬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이런 모습을 한눈에 바라보며 걸을 수 있다는 게 신시도 구불길의 매력이다.

신시도마을이 지척이고, 무녀도도 더욱 가까워졌다.

대각산에서 내려오는 등산로를 만나는 지점에서 길은 마을로 가는 길과 안골저수지로 가는 길로 나뉜다. 농로를 따라가다 보면 400m 길이의 제방을 만난다. 우리는 정면으로 월영봉과 월영재를 바라보면서 제방길을 걷는다. 제방 밖으로 형성된 만에는 썰물이 돼 갯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방을 건너면 월영재로 곧바로 올라 신시도주차장으로 내려가는 길과 199봉 자락 해변을 따라가는 길이 갈린다. 우리는 해변길을 택한다. 울창한 숲길을 걸을 때에도 파도소리가 감미롭게 들려오고, 이에 맞추어 새들이 합주를 한다. 하늘을 가린 숲길이 지루할 때쯤이면 무녀도와 선유도 같은 섬들이 달려오고, 남쪽에서는 비안도·두리도가 멀리서 손짓한다.

어느덧 새만금배수갑문이 지척이고, 새만금방조제가 길게 이어진다. 배수갑문옹벽을 지나니 신시도주차장이다. 신시도를 한 바퀴 돌아 처음 출발했던 곳에 도착한 것이다. 육지로 변해버린 신시도를 월령봉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


※여행쪽지
▶신시도길은 군산 구불7길로 신시도주차장에서 시작해 월영재→월영봉→몽돌해수욕장→전망쉼터→은골저수지→안골저수지→논갈림길→제방끝→배수갑문옹벽→신시도주차장까지 12.3㎞로 5시간 정도 걸린다.
▶가는 길 : 서해안고속도로 부안IC→30번 국도를 따라 새만금전시관→새만금방조제를 따라 달리면 신시도주차장에 도착
▶신시도마을에는 몇 개의 횟집이 있다. 신시도에서 30분 거리에는 부안군 행안면에 있는 계화식당(063-581-0333)에 가면 백합죽(9천원), 백합탕·백합구이(2-3인분 2만3천원)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