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그걸로 무얼 할까요? 김미숙 조선대 교수

2016년 07월 28일(목) 20:17

꿈나무 학창시절부터 간혹 이런 질문을 던져보곤 했다. ‘예술은 무엇인가?’ 무조건 예쁘게 형상화하는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물론 아름답게 표현하는게 예술이긴 했다. 그러나 그게 예술의 모든 걸 대변할 순 없었다. 우리가 의미하고자 하는 것, 나아가고자 하는 것, 지향하는 바를 담아내는 것은 아닐까 하고 막연하게 생각하곤 했다. 그리고 예술계에 몸 담은지 수십년. 그 화두를 한시도 내려놓은 적이 없다. 살아가면서 우리가 놓쳐선 안되는 의미와 지향점을. 예술철학에 대한 고민은 일반인들에게까지 넓혀져 이젠 예술이 반드시 아름답게만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간혹 예술이 도대체 무엇일까를 묻게 되는 지점에 다다르게 되고 그 때마다 낑낑대며 예술의 의미를 살펴보곤 한다.

최근 이 질문을 다시 하게 되었다. 오는 9월2일 개막하는 2016광주비엔날레 주제가 바로 제8기후대(예술은 무엇을 하는가?)이기에 예술을 행하고 가르치는 이로서 새삼스럽게 다시 들추게 되었다. 예술은 도대체 무엇이고 예술로 무엇을 할까? 오랜 세월 물어오고 답해온 화두건만 그리 만만치 않다. 제8기후대는 또 뭔가? 인간의 상상력이 도달할 수 있는 상태, 즉 상상의 세계를 의미한다. 고대 그리스 지리학자들이 찾아낸 지구상 일곱 개 물리적 기후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이다. 12세기 페르시아 신비주의 철학자 소흐라바르디가 처음 만들었고 20세기 프랑스 철학자 앙리 코르뱅에 의해 주창된 개념이다. 이걸 2016광주비엔날레 예술총감독인 마리아 린드가 차용했다. 마리아 린드는 예술이 가진 무한한 상상력과 잠재력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보여주겠다는 의욕을 보이고 있다. 강의, 세미나, 컨퍼런스 등 예술교육프로그램이 오는 11월까지 지속된다.

예술의 상상력이 어떻게 광주비엔날레 전시장에서만 효과를 발하겠는가. 예술의 상상력은 작품에서만이 아니라 우리 일상 속에서도 호흡해야 한다. 마르셀 뒤샹에 의해 일찍이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허물어졌다.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 예술적 상상력이 빛을 발해야 한다. 거기엔 훈련이 필요하다. 예술가에게도 일반인에게도.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로 활동하고 있는, 필자가 운영 중인 무용단도 그 역할 수행을 착실히 하고 있다. 무용작품을 무대에서만 보여주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퍼블릭 프로그램이 그것이다. 노인을 대상으로 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광주문화재단에서 몇 차례 진행했다. 호응이 매우 컸다. 몸을 이용한 무용활동에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척 좋아하셨다. 몸이 풀어지며 마음이 넉넉해지고 상대를 품어내는 과정이 이뤄졌다.예술적 상상력이 잔잔하게 참여자들의 마음을 풀어헤치며 세상을 보듬어내게 했다.

예술은 바로 그 상상력이다. 현실에선 어찌할 수 없는 벽을 간단히 뛰어넘게 하는 발칙한 상상력의 발현을 가능하게 한다. 그래서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을 저지르게 하는 발랄함을 제공한다. 그게 예술의 힘이 아닐까 한다. 예술로 무얼 하느냐고요? 세상 사람들을 고단함에서 행복함으로 이끌어주기도 한다. 그런 에너지를 뿜어내는게 예술이다. 예술로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다. 그걸 예술가도 시민도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