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림동 선교사 사택이 보존돼야 할 이유 문화난장 |
| 2016년 08월 11일(목) 20: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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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피아여고 담 너머에 있는 허철선 선교사와 그 사택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허철선 선교사는 미국인으로 본래이름은 헌트리(Charles Betts Huntley). 1936년 미국에서 태어나 결혼한 후 미국 남장로교회 한국 선교회 소속 선교사로 오게 된다. 1965년 9월, 부인 허마르다(Mrs. Martha L. Huntley)와 딸 메리(Mary Lanier)와 함께 한국에 온다. 허철선 선교사의 부인 허마르다는 콜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에서 미국학을 공부한 후 신문기자로 활동했다. 미국의 저명한 칼럼니스트이며 저술가인 해리 골든(Harry Golden)의 연구원으로 활동한 재원. 이런 경험은 허마르다가 한국에서 활동하는데도 영향을 끼친다. 이 두 부부는 처음 한국에 도착한 후 2년간은 연세대학교 한국어학당에서 한국어를 공부한다. 그리고 1969년부터는 광주선교부에서 1984년 귀국할 때까지 다양한 사역에 전념한다.
허철선 선교사는 1976-1984년까지 약 8년간 광주 기독병원 제6대 원목실장과 동시에 호남신학대학교에서 상담학을 가르쳤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미국이름 헌트리를 얘기할 때 “전 헌틀니 목사입니다. 새 틀니가 아니고요” 라고 아주 재미있게 소개했다고 한다. 이 때 배운 호신대 학생들은 아직도 그 모습이 생생하다고 한다. 한편 부인 허마르다 선교사는 광주의 젊은이들을 위한 영어 성경 공부반을 열었다. 선교 첫해인 1969년부터 1984년 귀국할 때까지 매주 월요일 저녁이면 영어성경공부가 있었다. 당시 수피아여고 1학년이었던 필자도 영어성경 공부반에 다녔다.
또한 허마르다 선교사는 기자로 활동했던 경험을 살려 코리아 타임즈(Korea Times)와 코리아 헤럴드(Korea Herald), 미국 남장로교회 월간지 등의 고정 칼럼니스트로 많은 기고문을 남긴다. 그리고 한국 초기 교회 역사를 저술한다. 이 책은 두란노에서 출판된 것으로 제목은 ‘새로운 시작을 위하여’이다. 이들 부부에게는 아이가 넷 있는데 셋째 아들(William Michael)은 광주에서 입양했고 넷째 딸(Jennifer Reid)은 광주에서 낳았다. 가족의 생활터전이 있는 광주에서 계속 활동하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수 없었다.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광주 5·18때 이들 부부의 활동 때문이다. 1980년 당시 광주 5·18의 역사적 현장 한가운데에 있었던 허철선 선교사 부부는 큰 충격을 받는다. 기자출신이었던 허마르다는 사진을 찍고 글을 써서 5·18의 역사적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앞장선다. 이들 부부가 찍은 5·18의 사진은, 비밀리에 허철선 선교사 사택 지하 암실에서 인화되었다. 이 자료들은 거짓 보도되었던 5·18 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알리는데 기여한다. 허철선 선교사가 5·18의 사진을 인화했던 암실은 아직도 허철선 선교사 사택에 그대로 남아있다.
얼마 전, 허철선 선교사와 통화할 기회가 있었다. 여전히 광주를 그리워하시며 건강 때문에 광주에 올수 없음을 안타까워하셨다. 선배 선교사들이 가난, 질병과 싸우는데 힘을 보탰다면, 허철선 선교사 부부는 한국의 또 다른 어둠이었던 정치적 폭력과 거짓에 맞서 함께 싸웠다. 허철선 선교사 부부는 예수그리스도 복음과 그것이 담고 있는 진실과 정의의 빛을 함께 밝히려 노력한 우리의 좋은 친구였다. 광주의 격변기에 선교사들의 올곧은 활동은 광주 정신이 세계에 빛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선교사 사택이 보존되어야 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