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년 역사 ‘덮개 있는 쇼핑공간’ 전통의 향기 가득 [시장에서 답을 찾다](8)국외 선진사례 ‘프랑스 파리 파사쥬’ 골동품 가게·서점·카페·식당 등 줄이어 볼거리 ‘다채’ 파리 25곳 관광명소화…‘파리지앵 체험 일번지’ 각광

2016년 08월 17일(수) 20:09

19세기부터 이어온 파사쥬는 각각 다른 콘셉트로 이뤄진 특색있는 공간으로 여행사 투어코스에도 포함될 만큼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사진은 조프로와 파사쥬(왼쪽), 비비엔느 파사쥬./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프랑스 파리에는 날씨 영향을 받지 않고 쇼핑을 할 수 있는 쇼핑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파사쥬(Passage)’다. ‘파사쥬’는 유리와 철골로 덮여진 지붕을 가진 재래시장이다. 19세기부터 이어온 ‘파사쥬’는 역사와 전통을 잇는 쇼핑공간이자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관광명소다. 실제로 여행사 투어코스에도 포함될 만큼 관광명소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찍이 프랑스 파리에서는 다양한 상점으로 볼거리를 늘리고 현대화 시설을 마쳐 상권과 관광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었다.

◇200여년 역사 지닌 공간=‘파사쥬’는 19세기에 들어선 신건축물로 역사가 깊다. 파사쥬의 뜻은 지붕이 있는 건물과 건물 사이의 통로로 건물 사이의 좁은 길을 통칭한다.

길을 사이에 두고 미로처럼 엉킨 파사쥬 골목에는 골동품 가게, 서점, 카페, 식당 등 다양한 상점들이 한데 어우러져 위치해있다. 특히 국내에서 시설 현대화를 시행할 때 대표적으로 설치하는 아케이드 형식의 지붕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파사쥬는 프랑스 대혁명이 있었던 1784년 직후부터 나폴레옹 3세 통치가 시작되기 전인 1853년까지 지속적으로 확산, 150여개가 넘게 지어졌다. 특히 중산계급이 늘어 상업이 발달하면서 상인들이 한데 모여 상권을 형성해 상업지구를 이룬 것이 바로 파사쥬의 시초다. 당시 파사쥬는 다른 시장들과 달리 유리천장으로 덮여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쇼핑을 할 수 있어 인기를 끌었다. 아케이드를 씌워 유리에 의한 채광 효과로 갖가지 상점들과 바닥, 통로는 고급스러움을 더했다. 이후 파사쥬는 쇼핑 문화의 번성을 불러왔고 프랑스 최초의 백화점인 ‘봉 마르쉐’의 탄생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1980년대 오스만 남작의 파리 건축물 재정비 공사 당시 대형 쇼핑몰인 백화점이 들어서면서 쇠퇴하기 시작했다. 이에 현재는 25개가 골목마다 각자 다른 특색을 가지고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변형하지 않고 역사와 전통을 지켜온 파사쥬는 현재 파리지앵들의 쇼핑공간은 물론이며 관광객들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일부 파사쥬는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보존 가치도 인정받았다.

여기에다 유리 지붕 아래로 1층은 상점, 2층은 주거공간인 경우가 많아 상인들이 더욱 끈끈하고 역사와 전통을 자연스럽게 이어갈 수 있었다.

‘파사쥬’는 볼거리가 풍성한 다양한 상점이 입점돼 있어 파리의 대표적인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특히 파사쥬는 유리 아케이드를 씌워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쇼핑을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진은 프랑스 파리 파노라마 파사쥬. /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현지인·관광객 ‘북새통’=역사가 이어지고 문화가 어우러진 파사쥬는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현지인들과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파사쥬 대부분은 평일과 주말 상관없이 오전 8시30분에 문을 열고 오후 8시30분에 문을 닫는다.

파사쥬는 유리로 된 아케이드를 씌우면서 대형 쇼핑공간으로 구축됐다. 건물과 길을 사이에 두고 연이어 다양한 종류의 소형 상점들이 들어서 있어 볼거리가 다양하다. 특히 유리천장으로 덮인 파사쥬는 따스한 햇볕을 만끽하며 목적 없이도 ‘아이쇼핑’을 즐길 수 있는 전천후 도시공간이다.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내는 빵집 등 먹거리부터 오래된 엽서, 사진, 물건 등을 파는 골동품 가게, 부띠끄, 인테리어 샵, 꽃집 등이 즐비하다. 또한 관광객들이 쇼핑에 지치면 언제든 쉬어갈 수 있도록 곳곳에 카페와 식당도 자리잡고 있다.

◇각각 특색 있는 통로=파리에 현존하고 있는 파사쥬는 총 25개다. 모두 18세기 말부터 19세기까지 건립됐다. 가장 먼저 지어진 파사쥬는 파리 2구에 위치하고 있는 ‘파노라마’(panorama) 파사쥬다. 파사쥬에는 각 파사쥬마다 각자 다른 특색이 있다.

특히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파사쥬를 살펴보면, 1800년 건립된 파노라마 파사쥬는 가장 오래된 만큼 역사가 깊고 오래된 우표나 엽서, 고서적 등을 판매한다. 또한 파노라마 파사쥬는 총 133m 길이로 하나의 파사쥬가 아닌 4개의 파사쥬가 교차하는 곳이기도 해 관광객들로 항상 북적인다.

더불어 인근에 바리에테 극장이 들어서면서 문화와 쇼핑공간이 한데 어우러져 현지인들에게 아직까지도 사랑받고 있다.

인근에는 1846년에 지어진 조프로와(Jouffroy) 파사쥬가 위치해 있다. 이곳은 파노라마 파사쥬의 연장선에 있으며 유명인사들의 밀랍을 전시해 놓은 공간도 있어 볼거리를 제공한다.

더불어 파리 2구에 위치한 비비엔느(Galerie Vivienne) 파사쥬는 1823년 건립됐으며 176m 길이로 와인바, 레스토랑, 부띠끄, 패션 디자이너샵 등 화려한 장식과 바닥 패턴으로 이뤄져 관광객들이 인증샷을 찍기 위해 많이 찾는다.

특히 비비엔느 파사쥬의 건축양식에는 성공, 풍요, 상업의 뜻을 담은 벽의 장식기둥과 아치문 등이 숨은 의미를 찾아보는 재미도 선사한다.

더불어 브라디(Brady) 파사쥬는 1928년 건립됐고 216m의 통로에 유독 식당이 많아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는 파사쥬다.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사람들로 북적여 생기가 도는 파사쥬다. 특히 실내뿐만 아니라 식당 밖의 테라스가 더 인기가 높아 파리지앵 체험하기에 좋다.

◇상인이 지키고 키우는 시장=아케이드라는 구조물 특성상 파사쥬는 화재에 민감하다. 이에 파사쥬의 상인들은 각자 사기업에서 화재 예방교육을 받는다. 사기업에 위탁해 상인들은 교육과 화재 시 대피 안내서를 받게 된다. 정부는 이를 감시하는 기능을 하고 상인은 의무적으로 위탁해야 한다. 이를 실행하지 않으면 벌금을 물게 된다.

또한 파사쥬, 혹은 천장의 형태에 따라서 화재대피 기준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건물에 하루 평균 몇 명의 사람들이 출입하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이는 파사쥬마다 다르고 정부에서 한달 주기로 정기적으로 가입 유무, 교육 수행 등 점검이 이뤄진다.

이와 함께 차가 대중화 되지 않은 만큼 파사쥬 인근에는 자전거 및 버스, 지하철 정류장이 곳곳에 설치돼있다.

멜라니 히고(Melanie rigaud) 파리시청 직원은 “대형 쇼핑몰로부터 시장을 지키는 방법은 현재의 상인들이 함께 노력해 전통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정부차원에서의 도움도 중요하지만 상인들이 직접 나서 관광명소로 만들어 가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재래시장은 결코 촌스럽거나 오래되고 낡은 것이 아닌 그 역사 속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공간이다”며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고 쇼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는 특징을 살려 역사를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고 강조했다./프랑스 파리=김혜수 기자 kimhs@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