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존·활용 투트랙…문화재 가치 높여 관광자원화 [지역마케팅]<9>古都 교토의 전통문화자원 마케팅 경관조례 등 각종 규제 속 다양한 산업화·마케팅 전략 전통산업도 지역경제의 한 축…전시관 마련 부흥 꾀해 일본 교토=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

2016년 08월 22일(월) 20:13

교토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 중 하나인 니조성의 내부 모습. 1603년 만들어져 400년이 넘은 건축물이 대부분이어서 보존이 가장 큰 숙제다. 니조성 내에 보수가 필요한 건축문화재는 28개에 달하지만 동시 다발적 보수는 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문화재 보수 예산을 국가가 지원하지 않고 지자체가 충당해야 해서다. 입장객을 그대로 받는 대신 순차적인 보수를 진행하고 있다. 보존과 활용을 따로 보지 않는 것이다. /일본 교토=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일본 교토(京都)는 고도(古都)다. 헤이안시대인 794년부터 400년간 수도로 번창했던 곳이다. 에도시대(1603-1867년)에는 형식상의 수도가 됐고 1868년 메이지유신 때 도쿄로 수도를 천도한 뒤 경제·문화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 교토는 수많은 역사 문화재와 전통문화자원으로 가득한 곳이다. 앞서 살펴봤던 전주한옥마을과 공간적인 면에서 일정 부분 유사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접근방식은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일본 교토는 역사문화자원을 어떻게 부가가치화하고 마케팅 하는지, 그리고 지역사회·지역경제와 어떤 형태로 선순환 구조를 확보하는 지 보여준다.

◇보존에 치우친 접근방식 걸림돌

광주·전남지역 각 지자체는 관광산업 육성을 기치로 내걸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별다른 산업 기반이 없는 지역 특성상 관광산업의 중요성은 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문화자원을 찾는 발길은 뜸한 게 현실이다. 대개 해당 지역을 들렀다 스쳐 지나가는 ‘포인트’일 뿐이다. 기초지자체 뿐만 아니라, 광역지자체 차원의 적극적인 전략이 부족한데 기인한다. ‘보존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접근방식은 역사문화자원을 산업화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보존은 기본이다. 보존한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해야 열악한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선순환될 수 있음에도 광주·전남은 사실상 걸음마조차 떼지 못하고 있다.

교토시 니조성관리사무소가 니조성 입구에 차단막을 설치하고 보수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본 교토=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

◇수많은 문화재 산업화에 눈뜨다

교토에는 1천년의 역사를 지닌 사찰·신사의 수만 2천여개가 넘는다. 전통적으로 역사자원을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이 발달한 곳이다. 1994년엔 니조성과 각종 사찰, 신사 등 17곳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이밖에도 국보와 교토부·교토시 지정 문화재 등 문화재가 넘쳐난다.

수많은 문화재가 있다는 것은 제약이 뒤따른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도시 자체가 문화재와 다를 바 없는 만큼 보존이 최우선 가치이기 때문이다.

실제 엄격한 규제가 적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간판이다. 경관조례를 통해 간판의 색깔을 무채색만 사용하도록 한 것이다. 빨강과 노랑이 브랜드 색상인 패스트푸드 업체 ‘맥도날드’의 교토 지점 간판은 흰색과 회색으로만 이뤄져 있다.

엄청난 관광객이 몰려들지만 호텔은 태부족하다. 고도 제한을 통해 건축물의 높이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어서다. 실제 최고급 호텔의 최고 층수가 4-5층에 불과하다. 2014년 문을 연 리츠칼튼 호텔의 객실수는 134실 뿐이다.

고도(古都) 교토의 경관을 보존하기 위해 간판 색깔을 규제하고 있다. 빨강과 노랑이 브랜드 대표색인 맥도날드도 흰색과 회색만 사용하고 있다.

반면, 교토는 보존과 함께 일찌감치 역사문화자원의 산업화에 눈을 떴다. 대표적인 예가 도시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카무강 주변이다. 강 옆을 따라 500m 가량의 본토초(先斗町) 거리가 있다. 폭 2m도 안되는 골목길을 따라 수백년 된 건물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는데 대부분 식당이나 여관으로 이용된다. 교토 내에서도 가장 비싼 상권 중 하나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식당이 강 위에 가건물을 만들어 상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식당에서도 가건물 좌석 가격이 더 비싸다. 흔하디 흔한 오래된 가옥촌이 또 하나의 ‘랜드마크’로 변신한 것이다.

인근 산조대교 역시 수백년이 넘은 목조 다리다. 교각엔 과거 사무라이들의 전투 중 생긴 칼 자국이 남아 있다. 칼 자국을 그대로 보존하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광객을 끌어모은다. 산업화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면 소소한 부분까지 대응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전제조건은 보존이다.

◇정책 방향은 ‘사용하며 보존하기’

교토시의 역사문화자원에 대한 접근방식은 ‘사용하며 보존하기’로 귀결된다. 보존과 활용을 따로 보지 않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국보(國寶)인 니조성(二條성). 1939년 일본 황실이 소유권을 넘겨 현재 교토시가 소유하고 있는 유일한 문화재다.

니조성은 토쿠가와 이에야스가 교토 방문시 머물기 위한 목적으로 1603년 세운 성이다. 400년이 넘은 건축물로 보존이 가장 큰 숙제다. 교토시는 니조성 운영 비용을 한 푼도 지원하지 않고 있다. 입장료(성인 기준 1인 600엔)로 개·보수 및 보존 비용, 인건비 등을 모두 충당하고 있다.

현재 니조성 정문은 보수를 위한 차단막으로 쌓여 있다. 입장객은 그대로 받는다. 현재 니조성에만 보수가 필요한 문화재가 총 28개다. 동시에 보수하면 좋겠지만 비용 충당을 위해서는 문을 닫을 수 없는 형편이다. 한해에만 170만명에 달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몰려들기 때문이다. 28개 건물을 향후 20년간 보수하는 연차별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보존과 활용 사이의 적정선을 찾은 셈이다.

교토시 니조성관리사무소 고토 과장은 “문화재를 보존하면서 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일”이라며 “그럼에도 제대로 된 보존과 활용법을 찾는다면 문화재 본연의 가치는 더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토문화예술도시 창생 계획

오랜 기간 국제적인 역사문화도시로 명성을 떨쳤지만 교토시의 고민은 적지 않았다. 워낙 오랜 도시이다 보니 작품발표 공간이 부족하고 각 문화 설비 등의 연계가 되지 않아서다. 또한 설비 노후화와 문화재 보존·활용을 위한 경비·인재 등 지원기반이 빈약한 것도 문제점으로 노출됐다. 이는 관광산업 정체로 이어졌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교토시는 2006년 ‘교토문화예술도시창생조례’를 제정하고 2007년부터 ‘비상하라 미래로, 교토 플랜’이란 이름의 ‘교토문화예술도시창생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0년엔 ‘5천만명 감동도시’를 목표로 ‘미래, 교토관광진흥계획’(7개 프로젝트, 116개 단위사업)을 시작했다.

교토 관광객 수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2005-2007년 교토를 찾은 관광객은 4천700만-4천800만명 수준. 2008년 사상 처음으로 5천만명을 돌파(5천21만명)했다. 2009년 신형 인플루엔자 발생, 2011년 동일본대지진의 여파로 2009-2012년 감소세를 면치 못했지만 2013년 5천162만명의 관광객이 교토를 찾아 재반등에 성공했다. 외국인 관광객 수도 2005년 73만명에서 2013년 112만8천명으로 큰 폭으로 늘었다.

◇‘전통산업’도 관광 마케팅의 한 축

교토시는 역사적으로 이어져온 전통산업도 관광 마케팅의 한 축으로 활용하고 있다. 오카자키 공원 내 ‘미야코 메세’ 회관 지하에는 ‘교토 전통산업 맞이관’이 있다. 교토시 전역에서 운영 중인 전통산업 74개 품목을 한 데 모아 홍보하기 위한 곳이다.

이곳을 찾는 관람객만 1년 평균 16만명에 달한다. ‘관광도시’ 교토의 이미지에 ‘생산도시’라는 이름을 덧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전통산업 장인들의 제작 과정을 직접 볼 수도, 체험할 수도 있다.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고가이기는 하지만 제품도 판매한다.

최근엔 교토시내 한 호텔의 제안으로 전통산업을 ‘오마주’한 요리를 월별로 선보여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 등 전통산업 마케팅의 다각화도 눈에 띈다.

전통산업맞이관 하타 전무이사는 “교토 내 생산품 절반 이상이 전통산업에 의한 것으로 많은 관광객들이 교토의 진정한 매력을 알게 하기 위해 20년 전 전통산업맞이관을 설치했다”며 “전통산업은 계승 대상일 뿐만 아니라 관광의 한 분야로서 활용도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교토=김재정 기자 j2k@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