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정신을 요구하는 시대에 산다 김미숙 조선대교수

2016년 09월 04일(일) 19:22

살기가 참 퍽퍽하다. 인간은 행복하기 위해 태어났다는데 실제 우리네 삶은 고단하기 짝이 없다. 청년 취업은 벽에 부딪히고 경제는 잘 돌아가지 않는다. 오죽하면 헬조선이란 말이 나왔을까. 내일의 삶이 불투명하기에 여유있는 계층도 지갑을 열지 않는다. 소비는 원활하게 일어나지 않고 생산도 위축된다. 그로인해 악순환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오죽하면 정부는 샌드위치데이를 휴일로 지정해 소비를 진작시키려고 했을까. 다소의 경제적 효과가 있었다는 발표가 최근 있었다. 내수가 늘어남에 따라 경제가 약간의 미소를 띠게 됐다. 소비가 미덕인 시대가 됐다. 그런데 그게 정말 대안일까. 저축보단 소비를 부르짖는 일단의 주장이 꼭 맞는걸까.

일견 맞다. 그러나 정답은 아니다. 소비만을 추구한다면 물건의 생산과 소비란 두 축이 강조되는 자본주의 논리에서 우린 자유롭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그렇다면 무엇이 더 필요할까. 예술가 정신이다. 누군가는 예술가를 이렇게 정의했다. 예술가란 존재는 비록 불완전하더라도 자기 눈으로 세계를 보고 그에 관해 말 할 수 있는 이들이라고. 스스로 보고 느낀 것을 표현할 줄 아는 것, 그게 예술가가 하는 일이라고 했다. 여기서 비로소 주체란 게 보인다. 요즘 아이들에게 문제되는 부분이 바로 주체성 결여이다. 공부도 부모가 하라고 해서 한다. 왜? 공부를 잘 하게 되면 소위 전문직에 갈 수 있어서다. 자신이 선택한 희망이 아니라 부모가 살았던 경험치를 토대로 꿈을 조정한다. 자신의 주체적 힘에 의한 꿈꾸기가 아니다. 꿈과 희망 마저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강요받는 처지에 살아간다.

여기서 예술의 힘이 발휘한다. 사실, 예술 그렇다. 예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게 주체성이다. 주체성이 없고선 창의성과 상상력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예술가란 일반인들과는 사뭇 다르다. 일반인이 보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는 걸 예술가는 예민하게 느끼고 받아들인다. 예술가는 기존의 삶이 강제하고 요구하는 시스템과 가치관에서 과감히 빠져 나온 이들이다. 그래서 그들의 예술가정신을 활활 타오르게 하고 그것을 사회에 전파시켜야 한다. 그게 불경기 중에도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줄어들지 않아야 하는 이유다. 자칫하면 문화예술 예산부터 삭감하고 그 부분을 검토하기 일쑤다. 그러나 작금의 현실이 신자유주의 시대의 폐해로 나타난 현상이기에 타개책은 문화예술에 있다.

무용을 한다고 해서 무대에서 표현하는 것으로 그칠 수 없다. 연극도 마찬가지고 미술도 국악도 모든 예술이 다 같다. 김미숙무용단이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로 여러 가지 공연을 올리는 동시에 사회적 역할을 다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그 때문이다. 예술이 예술활동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예술가적 정신의 발현으로 메마르고 각박한 이 사회의 샘물이 되어야 한다. 대지를 촉촉이 적시고 새로운 문화의 씨앗이 싹틔워져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세계의 모든 것이 아니다. 사물의 이면을 보아야 하고 우리의 시선이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보아야 한다. 쉽지 않다. 아니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그러나 예술은 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다. 거기서 창작 또는 창조의 아름다움이 빛을 발한다. 그리고 주체적 인식에서 비롯된 타자와의 아름다운 만남도 이뤄진다. 그게 예술가의 정신이다. 이 시대는 예술가의 빛나는 정신을 요구하고 있다. 각박한 세상에서도 미래의 멋진 날을 만들어낼 힘이 예술에 있으므로. 우리가 예술가들의 예술정신을 높이 사야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