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건사회 부패척결·반외세 내건 대규모 민중항쟁 [전라도 정도 1천년]<10>동학농민혁명 1894년 전라도 농민들 탐관오리 가렴주구 분노 폭발 동학 핵심은 ‘사람이 곧 하늘’…평등·민주화 새 지평 미완의 혁명 불구 국권수호·사회개혁 등 지대한 영향 오성수 기자 star555@kjdaily.com

2016년 09월 26일(월) 19:59

광주동학농민혁명기념탑 제막 지난 6월3일 광주 남구 이장동 동학농민혁명기념공원에서 동학농민혁명 유족회와 기념사업회, 후손, 문중 관계자들이 광주동학농민혁명기념탑 제막식을 하고 있다.

이 기획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외부의 침입을 받거나
정부가 부정·부패에 빠졌을때 농민들은 분연히 일어났다.
동학농민혁명이 대표적이다.
동학농민혁명은
1894년 3월 봉건체제의 개혁을 위해 1차로,
같은 해 9월 일제의 침략으로부터 국권을 수호하고자
2차로 봉기해 항일무장투쟁을 전개한 농민중심의 혁명이다.

동학농민혁명은 당시 전국적인 봉기였지만 중심지는 전라도였다. 전라도 고부군에서 일어난 민란에서 비롯됐다.

전라도가 중심이 된 것은 의로운 사상과 더불어 경제적인 측면도 하나의 요인이 됐다. 즉 전라도는 물산이 풍부한 곡창지대로 국가재정도 이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전시대에 걸쳐 수탈의 대상이 돼 농민들은 항상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에 시달렸다.

1894년 2월10일 고부군수 조병갑의 지나친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광범한 농민층의 분노가 폭발해 민란이 일어났다.

민란의 직접적인 불씨가 된 것은 만석보(萬石洑)의 개수문제에 따르는 수세징수사건에서 비롯됐다. 1892년 말 고부군수로 부임해 온 조병갑은 탐관오리의 전형적인 인물이었다. 그는 기회 있는 대로 갖가지 명목으로 수탈을 자행했는데, 농민에게 면세를 약속하고 황무지 개간을 허가해 주고도 추수기에 강제로 수세(收稅)했다.

또한 부민(富民)을 체포해 불효·불목·음행·잡기 등의 죄명을 씌워 그들의 재물을 강제로 빼앗은 것만도 2만여냥(兩)에 달했으며, 자기 아버지의 공덕비를 세운다고 강제로 거둔 돈이 1천여냥이나 됐고, 대동미를 정미(精米)로 받는 대신 돈으로 거두고 그것으로 질이 나쁜 쌀을 사서 상납해 그 차액을 착복하기도 했다.

1893년 12월 농민들은 우선 억울한 사정을 민소(民訴)의 형식으로 군수에게 진정하기로 하고, 동학접주 전봉준을 장두(狀頭)로 삼아 군수 조병갑에게 두 차례에 걸쳐 호소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러자 전봉준은 동학접주인 동지 20명과 함께 각 마을 집강(執綱)에게 보내는 사발통문(沙鉢通文)을 작성해 봉기를 맹약했다.

그와 동시에 고부군 서부면 죽산리 송두호(宋斗浩)의 집에 도소(都所)를 정하고 ▲고부성을 격파하고 군수 조병갑을 효수할 것 ▲군기창과 화약을 점령할 것 ▲군수에게 아유(阿諛: 아첨)해 인민을 침어(侵漁)한 탐리(貪吏)를 격징(擊懲)할 것 ▲전주영을 함락하고 경사(京師)로 직향(直向)할 것 등의 4개 항을 결의했다.

이듬해인 1894년 2월10일 전봉준은 김도삼·정익서·최경선 등과 함께 봉기해 고부관아를 습격하고 불법으로 수탈됐던 수세미(水稅米)를 되찾아 농민에게 돌려주는 동시에 일단 해산했다.

조병갑은 간신히 난을 피해 전주에 이르러 전라감사 김문현에게 보고하고, 김문현은 이를 다시 정부에 알렸다.

정부에서는 김문현의 보고에 의해 조병갑을 체포해 파면하고, 새로 박원명을 고부군수로 임명하고 이용태를 안핵사로 삼아 사태를 수습하게 했다. 하지만 안핵사 이용태는 사후처리를 동학교도 탄압의 기회로 삼아 온갖 악행을 자행해 그들의 격분을 샀다.

특히 만석보는 농민들의 노동력을 동원해 동진강(東津江)에 건설한 수리시설로써 이를 이용하고 있던 농민들에게 받는 수세(水稅)가 너무 과중해 자주 그 경감을 청원한 바 있었다.

그런데 조병갑이 새로 군수로 부임해 오자 여기에 덧붙여 강의 하류에 필요하지도 않은 신보(新洑)를 쌓게 하고 이를 이유로 농민들에게서 고율의 수세를 징수함으로써 700여 섬이나 착복했다.

동학농민군 출정식 재연 지난 4월25일 전북 고창군 무장·공음면 일대에서 동학혁명 제122주년 기념제가 열린 가운데 행사 참가자들이 당시 동학농민군 출정식을 재연하고 있다.

◇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항쟁

동학은 경주출신의 몰락양반 최제우가 자본주의 열강이 점차 침략의 야욕을 뻗쳐오던 1860년 서학(천주교)에 대항해 창시한 민족종교였다. 동학사상의 핵심내용은 ‘사람이 곧 하늘’ 이라는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1894년 1년간 전개됐던 동학농민혁명은 조선 봉건사회의 부정·부패 척결 및 반외세의 기치를 내걸었던 대규모 민중항쟁이었다.

1892년에서 1893년까지 동학교단의 조직적인 교조신원운동과 1894년 1월 고부 농민봉기를 도화선으로 3월 전라도 무장에서 전면적으로 시작됐다.

피지배 계층의 사상적 견해를 반영하고 있던 동학사상과 전국적 조직이던 동학교단을 매개로 광범위한 농민 대중이 참여했다.

개화파가 주도했던 갑신정변이나 독립협회운동, 재야유생이 주도했던 위정척사운동이나 의병 항쟁 등은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으나, 동학농민혁명은 피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항쟁이었다.

군·현 단위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항쟁을 전국 차원의 항쟁으로, 일시적 투쟁에서 장기 지속적인 항쟁으로 발전해 나갔으며, 조선 후기 빈발했던 농민봉기 단계에서 나타났던 민중의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의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전국적으로 일어났던 대규모 농민 대중에 의한 혁명이었다.

특히 일본의 침략 야욕과 부패·무능한 조선왕조 봉건 지배층의 외세 의존 및 보수 유생의 체제 수호의 벽에 좌절했으나, 1894년 이후 전개된 의병항쟁, 3·1독립운동과 항일 무장 투쟁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회개혁 운동과 자주적 국권 수호운동으로서 한국의 근대화와 민족민중운동의 근간이 됐다.

비록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으나 19세기 후반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고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을미의병 활동,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모태로서 오늘날 평등사상과 자유민주화의 지평을 연 근대 민족사의 대사건이었다.

동학은 문제의 해결을 개인의 내면적 구제에서 구하려고 하는 종교적 성격과, 국가의 보위와 농민구제활동을 철저화하려는 정치운동의 성격을 아울러 지니면서 역사적으로 전개시켜 나간 것이다.

/오성수 기자 star555@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