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 케이스 될라 ‘만남’도 꺼린다 ‘김영란법’ 시행 첫 날 표정 몸조심 확산 3만원 이하 ‘영란세트’ 마련해도 손님 끊겨 골프장 예약도 ‘뚝’…법 해석 의견분분 공직사회 혼란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

2016년 09월 28일(수) 20:16

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시행 첫날인 28일 낮 광주의 한 유명 식당(왼쪽)은 한산한 반면 이날 평소보다 120인분 분량의 식사를 추가로 마련한 광주시청 구내식당은 밀려든 직원들로 크게 붐비고 있다. /김애리 기자 kki@kjdaily.com·연합뉴스

28일 광주시청 구내식당 점심시간. 정오가 가까워지면서 식당을 찾는 공무원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긴 줄은 시간이 가도 좀체 줄어들지 않았다. 식당 측은 평소처럼 550인분을 준비했다 120인분을 더 늘렸다.

반면 같은 시간 서구 치평동 한 일식집은 손님이 거의 없었다. 공공기관 등의 오찬행사가 자주 열렸던 곳이다.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통틀어 하루에만 평균 150여명(12-15개 팀)의 예약을 받았지만 이날은 30여명(3개 팀)이 고작이었다. 1인당 2만 5천원 상당의 ‘김영란법’ 세트 메뉴까지 개발했으나 효과를 보지 못했다.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극명하게 엇갈리는 풍경이다.

전남도청 구내식당 역시 기존 600인분보다 100인분 많은 700인분을 준비했다. 공무원들의 화젯거리는 김영란법이었다. 일부는 중국식, 외식업체의 도시락을 배달 시켜 각자 돈을 지불해 새로운 청렴 문화 실천에 동참했다.

도청 인근 남악을 비롯한 목포지역 음식점에서는 3만원 이하 음식 메뉴가 줄줄이 선보이는 등 ‘자구책’ 마련에 들어갔다.

골프장 업계의 매출감소도 뚜렷하다. 법 시행일 이후 첫 연휴인 다음달 1-3일 나주 한 골프장의 예약 건수는 110여팀으로 지난 주말 170여팀에 비해 35% 줄었다. 대부분 법 발효 여파를 실감하고 있으며, 이용객 중 처벌 사례가 나오면 지금보다 더 급감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공직사회에서는 법 해석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외부행사를 자제하는 등 극도로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지자체 공무원들은 법이 시행된 이날까지 담당 언론인 등과의 식사, 외부인과 함께 하는 출장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감사위원회에 잇따라 문의했다.

언론대응 업무를 맡는 직원과 기자간 점심도 줄어들었다. ‘대변인실 직원과 출입기자간 원활한 직무수행 등 목적으로 3만원 이내 식사 제공은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이 있지만 언론사 내부에서도 홍보실 직원들과 자제하자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이다.

광주 일선 자치구 한 공무원은 “예정된 행사를 취소하거나 변경하지는 않고 있지만 가급적 외부행사를 꺼리고 있다”며 “점심식사 약속을 잡기보다는 구내식당을 이용하는 경우가 다소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유대용 기자 ydy2132@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