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이야기, 춤언어로 형상화하다 김미숙 조선대교수

2016년 09월 29일(목) 19:33

어머니,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뭉클해지는 존재다. 얼굴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가를 젖게 한다. 자식 일이라면 손끝 하나 상할까봐 가슴 졸이고 마음 한톨 상처받을까봐 속이 타들어가는 때가 어디 한두 번이었을까. 애오라지 자녀와 가족 일로 가슴은 온통 숯덩이가 되곤 하는 게 우리 어머니들의 숙명이다. 어머니의 초상을 춤언어로 무대에 올린다. 필자가 운영하는 ‘김미숙뿌리한국무용단’은 오는 10월6일(오후7시30분) 10월8일(오후5시) 빛고을시민문화관에서 어머니의 이러저러한 모습을 형상화한 춤무대 ‘삼백날’을 시민들에게 선사한다.

이 시대 가족이란 뭘까? 힘든 상황을 잘 버티게 하는 원동력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가족이 있기에 극복하는 힘이 솟는 게 일반적이다. 반대로 가족으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고 부담이 큰 경우도 심심찮다. 가족은 이처럼 이중적인 기준으로 우리에게 다가든다. 그럼에도 가족은 여전히 기쁨이고 어려움을 견디게 하는 동인이 아닐까 한다. 가족 중에서도 어머니는 더욱 더 큰 의미를 갖는다. 필자 역시 어머니를 두었고 또 자녀를 둔 어머니로 살아가고 있지만 어머니의 위대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본다. ‘삼백날’은 바로 그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몸짓언어로 풀어낸다.

‘삼백날’은 엄마가 아이를 복중에 품고 있는 날수다.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로 선정되면서 준비했던 초연작이다. 모두 3개장으로 구성됐다. 부모가 자녀를 폭행하고 자녀가 부모를 살해하는, 있어선 안될 패륜적인 상황에서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고 그 중심의 어머니를 다시 생각해보게 하는 내용으로 꾸려진다. 제1장은 어머니가 죄를 짓고 지옥불에 떨어지는 찰나 자녀가 그 어머니를 구하러 가는 스토리를 춤으로 형상화한다. 제2장 처녀시절을 거쳐 임신과 출산의 ‘삼백날’, 제3장 어머니가 되는 법을 추스러 가는 ‘어머니’ 로 꾸려진다. 현대 사회에서는 가치관 및 생활 양식의 변화로 가족의 기능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추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여전히 사회의 구성단위로 우리들을 살아가게 하는, 가장 끈끈한 연대의 고리가 아닌가 싶다. 그 가운데서도 어머니는 가장 중심적인 존재임을 부인할 수 있다.

‘삼백날’을 준비하는 동안 내내 행복했다.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로 선정돼 곧바로 이 초연작 준비에 들어간 이후 좋은 여건에서 작업에 임할 수 있어서다. 무엇보다도 넓고 천장고가 높은 연습실은 정말 황홀할 정도였다. 본 무대의 크기에 뒤지지 않는 연습실에서 실전과 같은 연습을 꾀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른다. 그리고 빛고을시민문화관 스탭들의 헌신적인 도움이 무대를 꾸미고 엮고 공연을 준비하는데 커다란 힘이 되고 있다. 우리 단체 뿐 아니라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로 함께 활동한 다른 2개 단체도 같은 입장이다. 이런 행복한 조건 아래 빛고을시민문화관 공연장상주단체는 10월8일-22일까지 ‘가을타는 빛고을, 썸타는 페스티벌’에 참가한다. 어머니의 존재적 가치가 여전히 큰 상황에서 어머니의 모습을 춤판으로 형상화한 공연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어머니는 시대를 막론하고 위대하기에 오늘의 위기를 극복해 가는데도 힘을 발휘해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