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親서방 지지 여성인사 유엔총장 도전 불가리아, 게오르기에바로 후보 교체…선거전 복잡 연합뉴스

2016년 09월 29일(목) 20:06

제9대 유엔사무총장 선거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 활동하면서도 러시아의 암묵적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이는 불가리아 출신의 여성 후보가 28일(현지시간) 뒤늦게 출사표를 던지면서 선거판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 인사가 ‘동유럽·여성’ 사무총장의 불씨를 되살리면서 현재 안토니우 구테헤스(67) 전 포르투갈 총리의 대세론을 꺾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차기 유엔총장을 뽑기 위한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비공개 투표가 지금까지 5차례 진행된 가운데 불가리아는 이날 자국의 후보를 교체했다.

보이코 보리소프 불가리아 총리는 자국의 유엔 사무총장 후보를 이리나 보코바(63) 유네스코 사무총장에서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64)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부위원장으로 교체한다고 발표했다.

보코바 사무총장은 선거전 초반, 여성 사무총장 배출 기대감과 그간 동유럽 출신의 사무총장이 없었다는 점 때문에 유력한 후보로 꼽혔으나 친(親)러시아 배경에 발목이 잡혔다. 안보리의 4차 투표까지 보코바는 5위로 부진했고, 최근 5차 투표에서는 6위로 밀렸다.

보코바는 그러나 후보직에서 물러나지 않고, 선거전을 완주하겠다고 밝혔다.

불가리아의 새 후보인 게오르기에바 EC 부위원장은 서방 안보리 상임이사국의 거부감이 덜하다는 점에서 ‘다크호스’로 평가된다. 63세의 경제학자로, 세계은행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다.

앞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유럽 지도자들이 그녀로 후보를 내세우려고 불가리아와 러시아에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유럽 언론의 보도가 나온 바 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이 지지 의사를 표시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5차례의 안보리 투표에서는 구테헤스 전 포르투갈 총리가 연승했다. 안보리가 유엔총회에 추천하는 단일 후보가 되려면 15개 안보리 회원국 가운데 9개국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며, 상임이사국의 반대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구테헤스의 순항을 낙관할 수 없다는 소문 속에,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반대한다는 얘기도 들린다.

상임이사국의 찬반은 10월 5일 6차 투표에서 드러나게 된다. 이제 후보는 총 10명으로 늘었다.

게오르기에바는 미국과 중국·러시아의 대립으로 구테헤스가 아닌 ‘제3의 인물’이 차기 사무총장 후보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 속에서 등장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