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국정감사 이제는 ‘그만’ 이호행 사회부 기자

2016년 10월 11일(화) 19:46

지난주 한반도에 상륙했던 태풍 ‘차바’로 인해 10일로 예정됐던 광주시청과 광주지방경찰청의 국정감사가 취소됐다. 국정감사 대신 국회 안전행정위 의원들은 이날 부산과 울산 지역을 방문해 태풍 피해현황을 둘러봤다. 덕분에 피감기관인 광주시와 광주지방경찰청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평소대로 일정이 진행됐다면 피감기관들의 잘못을 지적하는 보도자료와 질의내용이 언론을 통해 쏟아져 나왔어야 했는데 이 같은 위기를 다음해로 넘겼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날 광주시와 경찰청 관련 국정감사 보도는 조용하게 흘러갔다. 의원들도 감사일정이 없어 요청한 자료를 따로 정리 하지 않았다. 한 의원의 보좌관은 “일정이 취소돼 광주시와 지방경찰청 국정감사 자료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사실 일정에 쫓겨 감사를 하다 보니 하루 전에 국감 내용을 준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밝혔다. 어차피 따로 국정감사 일정이 없는데 굳이 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냐는 이야기다. 몰아치기식, 보여주기식 국감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국정감사의 본 취지는 나라의 기관이 잘 돌아가는지 감시하기 위해 국회가 국민을 대표해 이를 감시하는 것이다. 지난 198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당 의원 당시 5공 대표 비리인 일해재단 의혹을 조목조목 짚어가면서 국감스타로 떠올랐다. 국민들은 부패한 정부의 비리를 지목해주는 노 전 대통령의 일갈은 답답한 속을 뚫어주는 역할을 하며 속 시원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20일 동안 부랴부랴 일정에 쫓겨 국정감사를 하다보니 매번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의원 활동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국감이 매번 맹탕으로 흘러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사건별로 임시수사센터가 설치돼 국정을 감사하는 영국식이나 의회감사기구가 상설로 운영돼 상시 감시를 하는 미국식 등을 도입해 국정감사의 새로운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회의 국정운영 감사라는 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국정감사가 국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할 수 있도록 새롭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