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와 광주 고려인 마을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

2016년 10월 16일(일) 18:41

어제(10월16일)가 제4회 고려인의 날이었다. “내가 주릴 때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 영접 하였고”라는 마태복음25장 예수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독자들은 혹시 고려인에 대해 들어 보았는가? 일제(日帝)때 먹고 사는 게 힘들어 만주로 간 사람들은 조선족이고, 연해주로 간 사람들은 고려인이다. 고려인을 러시아어(語)로는 ‘까레이스키’라고 부른다.

특히 고려인의 이주과정을 보면 나그네와 같은 삶이다. 스탈린은 연해주로 간 항일 운동가를 1937년 강제 이주정책을 실시하여 시베리아 횡단열차에 태워 짐짝처럼 중앙아시아에 버렸다. 이 과정에서 홀로코스트에 버금갈 정도로 많은 고려인들이 죽었다. 낯선 땅에 도착한 고려인들은 풀 한포기 자라지 않던 황무지를 개척했다. 그리고 한국인 특유의 끈기와 부지런함으로 한인 집단 농장을 경영했다. 그 결과 소련 내 소수 민족 가운데서도 가장 잘사는 민족으로 뿌리내렸다. 1992년 1월, 소련이 무너지면서, 고려인들이 대부분 직장에서 추방당했다. 경제적인 어려움도 아주 컸다. 갈 곳이 없어 다시 연해주 지방으로 모여 들었지만, 연해주마저 어려움에 처했다.

15년전, 신조야씨가 입국해서 광주공장에 들어갔다. 임금체불의 부당한 대우를 받다가 불법 체류자가 된다. 그 무렵 외국인 근로자 문화센터를 하던 이천영 목사님의 도움으로 밀린 임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고, 이 때부터 고려인 공동체가 세워지기 시작했다. 신조야씨가 2003년 합법 체류자격을 획득하고 고려인공동체를 구성해 2004년 대표자로 선출되면서 광주에 고려인 마을이 형성됐다. 고려인마을 신조야 센터장은 “황무지를 개척했던 조상들의 피가 흐르는 땅, 광주에서 새롭게 시작하려 합니다. 아직은 우리를 알아주지 않지만, 이 땅을 개척해 나가려 합니다. ‘국권회복을 위해 독립운동에 헌신했던 선조들의 유지’를 받들어 ‘자랑스런 한민족의 후예’ 임을 증명해 내겠습니다” 라고 말한다.

이후 전국에서 최초로 제정된 광주 고려인 지원 조례 등의 정책과 광주시민들의 관심으로 많은 고려인들이 광주에 정착하고 있다. 현재 광주에 전국 최대의 고려인 공동체를 이루고 있으며 그 숫자는 무려 3천여명에 이른다. 광산구에서 주로 일하고, 주변 원룸에 살면서 교육 문화시설을 꾸리고 있다. 필자가 고려인마을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 활동 과정에서 많은 것을 느꼈다. 광주시민들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광주에 고려인마을이 있는 건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이미 광주에서는 약25년 전에 전남도의회와 광주광역시민들이 모금하여 중앙아시아에 광주 한글학교를 세운 바 있다. 내년이면 고려인 강제이주 80주년 되는 해다. 광주는 인권도시임을 내세우고 있다. 그만큼 의로운 도시임을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양림동의 정신을 보더라고 그렇다. 고통 받고 차별받는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모두 대동세상에서 행복하게 살자는 게 광주정신이 아닌가 싶다. 고려인들은 사실, 나그네가 아니다. 우리 민족이고 우리가 보듬어야 할 대상이다. 나눔의 공동체인 광주의 정신을 기억하며 고려인 마을에 더 많은 광심과 사랑을 나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