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사회의 비극 김덕모 |
| 2016년 10월 18일(화) 19: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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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이 앞선다.”
최근 우리나라가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서 생각나는 말이다.
국가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내야 할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작년 우리나라 수출액 593조원 중 20.4%를 차지했던 삼성전자가 대표상품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겪으면서 7조원이상의 손실을 입었고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겪고 있다. 또한 재계 순위 2위인 현대자동차도 노사 갈등으로 인한 파업으로 자동차 생산에 차질을 빚어 1조 6,000억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한다. 국민 혈세 4조원을 쏟아 붓고도 구조조정을 하지 못하고 헤메고 있는 조선업계는 우리나라 경제의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의 경제지표는 IMF 외환위기 때보다도 훨씬 나빠졌다고 한다. 성장률은 반토막(7.6%→2.7%) 났고 실업률(4.6%→9.7%)과 GDP대비 가계부체율(53%→90%)은 2배 수준으로 뛰었다. 사정이 이지경인데도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과연 지금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민간의 영역이니 시장과 민간 기업에 맡겨 놓아도 될 정도로 한가한 것인가? 아니면 우리의 민간영역과 시장이 자율적으로 경제의 난맥상을 극복하도록 작동하는 시장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 많은 국민들은 우리 정부의 경제운용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웃나라 일본의 20년 장기침체를 극복하는데 핵심적 역할을 한 아베노믹스가 주목받고 있다. 아베노믹스는 통화정책, 재정정책, 구조개혁의 세 축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한다. 마이너스 금리를 통한 통화 유동성의 확보, 정부의 적기의 과감한 재정투자를 통한 공공부문의 경제투자 확대, 그리고 일본 조선업계 구조조정에서 보여준 것 같은 전광석화와 같은 구조개혁 작업 개입의 사례를 들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전광석화 같은 정부의 구조개혁 노력도, 공공영역의 재정투입을 통한 국가 경제 활력 모색도 타이밍을 놓치고 오직 머지않아 국가경제에 큰 부담을 안길 독이 될 수도 있는 과열 건축경기에 국가경제의 명운을 걸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와 박대통령도 우병우 민정수석 퇴진 문제, 김재수 장관 해임결의안 불수용,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 설립과 운영 과정에 대한 의혹 등으로 국민의 신뢰를 잃고 있다. 급기야는 박대통령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지고 국정운영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러한 난제들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의혹을 밝혀내야 할 국회도 제 할 일을 못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국민의 선택에 의해 여소야대라는 일하기 좋은 정치 환경을 조성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회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과연 집권 경험이 있는 야당이 맞는지, 수권 정당으로서 제대로 일 할 역량이 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더군다나 참여정부 시절 외교부장관을 역임한 송민순 전장관 회고록의 진실공방으로 벌어진 여야의 정쟁은 가관이 아니다. 2007년 11월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 당시 정부가 ‘기권’표를 던진 것과 그 배경에 관한 내용이 논란의 핵심이다. 송장관은 회고록에서 당시 청와대비서실장인 문 전대표가 북한 측 의견을 묻자고 했다는 것이고, 문 대표측은 북에 물어 본 것이 아니라 기권 결정을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북한에 물어보았다면 그것은 사실상 북한과 내통한 것이라며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왔고, 국민의당 박지원대표는 박근혜대통령의 야당대표시절 대북특사 관련 내용을 일부 공개하여 벌써부터 대선 전초전을 앞둔 정쟁의 소용돌이가 몰아치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2017년 12월 대선을 1년 이상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 외환위기로 국가부도 사태에 내몰렸던 20년 상황보다도 주요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있는 나라 경제의 현실을 눈앞에 두고도 그러한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세워야 할 정치권이 정쟁만 일삼는 나라에 과연 희망이 있고 미래가 있을는지 회의가 들 정도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 대표적인 보수신문 조차도 ‘한국경제, 선장도 구명정도 안보인다’고 작금의 상황을 질타하기에 이르렀겠는가. 우리가 성장동력을 만드는데 실패한 동안 중국은 무섭게 성장해오고 있으며, 일본도 아베노믹스를 기치로 내수회복과 국민사기진작 측면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은가. 브렉시트 이후 유럽과 신흥국의 경기 침체와 초고속 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의 성장률 감소 등 해외변수로 수출감소가 현저해지는 작금의 상황에서 박근혜정부와 책임있는 국회가 4차산업혁명 시대의 신성장 동력을 만드는 일에 지혜를 모아 주길 바란다. 제 할 일을 하지 않는 사회에 닥칠 비극이 염려되기에 드리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