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마스터링과 문화콘텐츠의 확장 김종률의 문화 너머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
| 2016년 10월 19일(수) 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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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스’는 20세기 중반 가장 잘 알려진 미국 대중 가수 중 한 명이었고 ‘로큰롤의 제왕’으로 불려지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 아이콘이었다. 그의 음악들은 대부분 아날로그 방식으로 녹음돼 수십년 동안 전 세계인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그의 독특한 목소리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트레이드마크인 춤 그리고 의상과 합해 만들어낸 이미지는 환상 그 자체였다. 그런 엘비스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중에게 잊혀져 갔다.
또한 기술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어 아날로그로 대표됐던 LP가 디지털이라는 신기술로 바뀜에 따라 그가 잊혀져 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졌다. 특히 디지털 음악으로 길들여진 젊은 세대들에게 LP중심의 엘비스의 목소리는 별 감동을 주지 못했다. 가뜩이나 구시대 가수인데다 비록 CD로 나왔더라도 사운드는 구시대의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리마스터링 CD는 이런 모든 염려를 일거에 날려버렸다. 마치 방금 발매된 음원처럼 사운드는 신선했고 누구도 예상 못했던 풍부함도 묻어있었다. 음원과 CD발매 후 예상외로 젊은 층에서도 반응이 좋았었다.
원래 1968년에 처음 발매된 노래인 ‘A little more conversation’은 가사 내용이 현대에 사는 젊은이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노래이다. 다만 사운드가 조금 진부해 젊은이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할 수 있는데 리마스터링 된 노래를 들어 보니 완전히 새로운 현대 노래로 바뀌었다. 그 날의 경험으로 ‘리마스터링’ 음악에 대한 나의 태도가 바뀌었다.
많은 음악 전문가들과 애호가들은 대중음악 시장이 점점 줄고 있다고 걱정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가 함께 부르고 즐길 대중음악이 없다고 한다. 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면 이를 극복할 무슨 대안이 있는가? 바로 이 지점에서 리마스터링이 한 가지 해법일 수 있다.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은 많은 시간과 재정을 요구한다. 뿐만 아니라 새로 창작되는 음악들은 나이 든 세대들이 소화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어 보인다. 리마스터링을 이용해 이미 우리 곁에 있는 과거의 훌륭한 콘텐츠를 현재화 한다면 과거에 이 콘텐츠를 좋아했던 구세대들도 즐길 수 있을 뿐 아니라 신세대인 젊은이들이 즐기기에도 조금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또한 우리에게 시간을 벌어줄 것이다. 콘텐츠가 없어서 음악에서 다른 장르로 관심을 돌려버릴 수 있는 많은 대중들에게 음악에 머무를 수 있는 시간 말이다. 물론 이 기법이 궁극적인 해법은 아니겠지만 충분히 고려해볼 수 있는 영역이라 생각된다.
리마스터링 기법은 음악뿐만 아니라 다른 예술 영역에도 활발히 적용돼 최근에는 리마스터링 영화가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주말 추억의 명화인 ‘벤허’가 리마스터링 돼 재개봉됐다. 관람객들의 반응은 좋았다. 4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에도 사운드의 생생함이 살아 있어 옛날의 감동을 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앞으로도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과거의 예술 작품들을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되살려내 우리의 후손들에게 많은 감동을 안겨줄 것이다. 콘텐츠를 창조하는 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하는 우리들에게 콘텐츠 확보의 다른 길을 열어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신세대, 구세대가 모두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말이다.
전문가들이 아날로그 콘텐츠에 비해 디지털 콘텐츠는 가볍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그 가벼움 때문에 더 멀리 더 빨리 인류에게 날아갈 수 있다는 이 아이러니를 어찌할 것인가./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