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뱃길로 이어졌던 페르시아 최대 해상 관문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거점, 부시르 항구(3)

2016년 10월 25일(화) 19:03

항구 입구에서 바라 본 부시르 항구. 유정이 발견된 이후 갈수록 도시가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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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역사의 고대 항구 ‘부시르’. 한여름 낮 기온이 50℃에 달하는 열사의 땅이나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바다를 통해 교역으로 이어져 온 항구다. 신라시대 쿠쉬나메의 설화가 숨어있고 마르코 폴로의 원나라 공주 결혼을 위한 수송을 했던 곳이다. 조선 초 중국 정화의 원정대 등에 뱃사공으로 소속했던 한반도인과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갔다 뱃사공이 돼 베네치아까지 갔던 조선인들의 발걸음이 남아 있는 땅이다. 여행 중 종종 듣게 되는 전설같은 이야기, 유적 속에서 밝혀진 작은 진실들이 놀라운 항구다.

▶ 5천년 역사의 항구도시

부시르는 이란 남서부와 페르시아 만 연안에 위치한 도시다. 부시르 주의 주도이며 인구는 20만명 정도 거주한다. 이란의 대표적인 항구 도시 가운데 하나다.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천281㎞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덥고 습한 기후를 띤다.

부시르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도시 중 하나다. 고대 엘람제국(BC 2800-550)이 있었던 곳이다.

‘엘람(Elam)’은 그 서쪽에 있던 메소포타미아 지방의 ‘수메르’와 함께 존재했다. 엘람은 기록에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문명 중 하나다. 수도는 ‘수사’였고 부시르는 중요한 관문이었다. 따라서 부시르는 BC 3000년경부터 항구도시로 발달했던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이란족(아리아인)과의 대립

페르시아 만 일대의 이란 남부에 엘람제국이 번창하고 있을 때 이란고원 북쪽에는 아리안족, 즉 이란족(페르시아인)이 세력을 펼치고 있었다.

이들은 흑해와 카스피해 연안에 살던 사람들로 남하 해온 종족이다.

BC 7세기경 ‘메디아 왕국’(BC 708-550)을 세운다. 수도는 ‘엑바타나’였다. 이란인(페르시아인)이 세운 최초의 국가였다. BC 621년에는 메소포타미아의 북부 지역까지 차지하기도 한다.

그러나 중앙집권국가를 이루지 못하고 메소포타미아의 신바빌로니아 왕국에 패해 망한다. 이 틈을 타 이란 남부에서는 엘람 문화의 기반 위에 ‘아케메네스 제국(BC 550-330), 즉 페르시아 제국)’이 세워진다. 전설적인 영웅 ’키루스대왕(Cyrus the Great)’이다.

1천년 이전에 항구였던 곳. 지금은 항구 기능이 쇠퇴해 고선박 몇 척만이 정박해 있다.

▶신격화된 영웅 ‘키루스 대왕’

키루스는 메디아의 마지막 왕인 ‘아스티아게스’의 딸인 만다네의 아들이었다고 한다. 외손자 관계였던 것이다.

그는 전설적인 왕이었다. 세계를 정복했던 인류 최초의 황제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민족들로부터 많은 존경을 받았다. 이민족에 대한 관대한 정책을 썼다.

피정복민의 관습과 신앙을 지켜줬다. 피압박 종족들은 ‘해방’시켜줬다. 모든 나라들이 페르시아에 평화적으로 굴복했다. 통치자들은 처벌했지만 일반인들은 좋은 대우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성경에도 그의 행적이 나온다. 구약 ‘에스라와 이사야’의 ‘고레스 왕’이 그다.

그는 바빌론에 포로(노예)로 잡혀 있던 유대인들을 해방시켜 고향에 돌아가게 해 줬다고 나와 있다. 이상적인 통치자였던 것이다. 이란에서는 지금도 그를 신으로 여기고 숭배한다. 아주 위대한 왕, 너그럽고 지략이 뛰어난 왕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 이란인들 대부분이 마호메트 보다는 키루스를 숭배하고 있다. 키루스의 종교적 뿌리는 조로아스터교(배화교)여서 키루스를 숭배하는 것은 곧 조로아스터교를 숭배한다는 것이다.

▶페르시아 제국의 탄생

키루스는 이집트마저 정복하려했으나 끝내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아들 캄비세스가 정복했고, 그 뒤를 이은 ‘다리우스 1세’ 때는 인도 북부에서 오늘날의 불가리아 남부까지 영토를 확장했다.

헬레네스(그리스인)들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시대가 온 것이다.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운하를 최초로 건설했다 하니 수에즈 운하의 원형이 그 옛날에 만들어졌던 셈이다.

그리스인들은 이 거대 제국을 페르시아라고 불렀는데 ‘파르시 어를 쓰는 사람들의 땅’이란 얘기다. 이것을 유래로 오늘날 ‘이란 어’를 ‘파르시 어’라고 한다.

그 뒤 ‘페르시아’가 일반화된 용어로 자리를 잡았다. 메디아를 필두로 줄줄이 이어진 왕국들을 모두 ‘페르시아’라 하고 메디아 왕조, 아케메네스 왕조 식으로 ‘왕조’를 붙여 구분하니 뿌리는 다 똑같다.

아케메네스 왕조는 명실상부한 제국을 만들었다. 당시의 행정과 치안, 세금 제도 등을 담은 상세한 기록들이 전해온다. 특히 촘촘한 도로망과 역마제로 전국 어느 곳이든 보름 이내에 도달했다.

제국의 수도인 ‘수사’에서 지금의 터키 북쪽 ‘리디아’ 속주까지 고속도로가 연결돼 있었고 이 네트워크는 속주들의 반란을 막는 안보시스템이기도 했다.

▶ 페르시아 제국의 성쇠

‘아케메네스 왕조’는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멸망한다. 알렉산더 사망 후 광대한 영토는 휘하 장군 4명이 나눠 가졌다. 이란은 ‘셀레우코스 1세’ 장군이 차지했다. ‘셀레우코스 왕조(BC 312-247)’가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왕조 내내 반란에 시달렸다.

현재의 타지키스탄 지역인 파르스(Fars) 지방(Farsi, 즉 페르시아어의 어원이 됐던)에서 ‘파르티아족(이란족과 스키타이족의 혼혈)’이 셀레우코스 왕조를 무너뜨리고 ‘파르티아 왕조’(BC 247-224)를 세웠다. 파르티아 왕조는 한 때 인도와 아르메니아에 이르는 광활한 영토를 장악, 로마제국과 상대했다. 실크로드를 따라 페르시아 카펫이 동서양을 오갔다.

그러나 ‘아르다시르’에 의해 무너진다.

그는 파르티아를 무너뜨리고 스스로를 ‘사산의 후계자’라고 칭했다. 그래서 그의 왕조에 ‘사산왕조(224-652)’라는 이름이 붙었다. 샤푸르 2세 때는 전성기를 이뤘다. 페르시아의 ‘르네상스’를 맞는다.

그러나 아랍(사우디아라비아)에서 혜성처럼 나타난 예언자 모하메드에 의해 형성된 이슬람 국가가 탄생한다. 종교로 무장된 이슬람은 중동에 거대한 종교 제국을 건설한다. 역시 페르시아도 정복되고 우마이야 왕조가 열린다. 그리고 이슬람 세력은 몽골에 의해 정복될 때까지 이어진다.

▶ 페르시아 제국의 관문

이와 같이 메디아, 아케메네스, 셀레우코스, 파르티아, 서산조 등의 왕조로 이어지는 ‘페르시아 제국’의 최대 관문 역할을 톡톡히 했던 곳이 ‘부시르’ 항이었다. 당시 최대의 중심도시 ‘페르세폴리스’에서 가장 근거리에 자리한 지리적 위치 때문이었다.

자그로스 산맥의 고원지대에 페르세폴리스가 위치해 있고, 부시르는 그 산맥 아래 해안가에 위치해 있다.

지금도 페르시아의 최대 고대도시인 ‘시라즈’나 ‘이스파한’의 해상물류 거점항 기능을 수행하고 있어 화물트럭이 승용차보다 더 많이 다닌다. 관광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산업도시를 연상케했다.

고원 지역의 쾌적한 고산기후와는 달리 해안가에 위치한 부시르는 열사의 땅이지만 기능상 중요성 때문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최근에는 석유가 산출되고 원자력 발전소가 생기는 등 경제적 측면이 없지 않으나 과거로부터 많은 사람이 거주했던 것은 페르시아 문명을 일궈내게 했던 해상교류의 큰 축을 담당해서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