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지키는 ‘주민자치’ 활성화 기대 유대용 사회부 기자

2016년 11월 01일(화) 19:27

광주 남구 푸른길공원 일대에서 불법 윷놀이 도박판이 벌어져 주민들이 피해를 입는 가운데 주민들 스스로 이 같은 행태를 막기 위해 힘쓰고 있어 ‘주민자치’의 귀감이 되고 있다.

이곳에서 벌어진 윷놀이 도박은 도박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고성방가·노상방뇨 등 문란한 행태로 인해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특히 불법 윷놀이 도박으로 인해 지역민 생태체험을 위해 푸른길공원을 방문한 학생들은 문란한 행태를 보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부 주민들이 윷놀이 도박에 대한 단속을 경찰에 요구했다. 경찰도 수시로 단속에 나섰지만 도박이 게릴라 형태로 진행되다 보니 적발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경찰의 단속·처벌을 돕기 위해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 ‘푸른길공원 방범대’를 조직, 도박판 감시와 함께 증거 채집에 동참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통장, 자영업자, 주부 등 남녀노소·직책에 가릴 것 없이 30여명이 모여 ‘주민자치’를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경찰과 달리 직접적인 처벌, 강제력은 없지만 아무런 대가 없이 동네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도박 근절 현수막 부착은 물론 경찰의 단속이 어려운 야간시간대 도박판 인근에 차를 주차해 블랙박스 영상을 촬영하는 등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유관기관의 조치를 기다리기만 하는 것이 아닌 이 같은 자발적인 활동은 주민자치의 귀감이라 할 수 있다. 주민자치를 실천적으로 활성화시키는 과정 자체가 주민들의 자치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가장 훌륭한 훈련 과정도 되고 있다.

필자가 최근 방문한 영국에서는 방범이 주민자치의 매우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었다. 범죄예방에 쓰일 수 있는 설치물이 무엇인지, 범죄예방을 위해 마을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토론하고 투표하는 주민자치가 보편화돼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서로 소통해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야 말로 주민간의 범죄나 외부침입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앞으로 광주 곳곳에서도 자치 방범대가 활성화돼 순찰뿐만 아니라 마을회의, 동대표, 부녀회 등과 협력하는 정겨운 마을공동체로 발전하는데 중심축으로 기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