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친 세상 속 삶을 배운다 중용, 인간의 맛 김용옥 지음 통나무 1만3천원 |
| 2016년 11월 06일(일) 19: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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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그날, 2012년 12월19일 대한민국을 이끌 18대 대통령이 확정됐다. 한쪽에서는 환호성, 다른 한쪽에서는 절망과 탄식이 가득했다.
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찬탈하고 유신의 시대를 열었던 독재자의 딸이 드디어 대통령이 됐다. 기대감도 잠시 국정원 선거개입, 세월호 사건, 개성공단 폐쇄, 국정교과서 문제 등 총체적인 난맥상을 드러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비선실세의 농간으로 국정은 소통보다는 불통의 연속이었다.
봉건 시대에도 있을 수 없는 일들이 횡행했고 거짓과 권모술수가 판치는 그들만의 나라였다.
국가 지도자의 빈곤한 통치철학은 국민에게 절망을 주고 국가를 군사적·경제적 위기로 빠뜨리고 말았다.
중용에서 무릇 국가를 다스리는 방편으로 “군주가 자기 몸을 닦으면 도가 바르게 서게 되고 현인을 존중하면 도에 관하여 미혹함이 사라진다”고 가르침을 주고 있다.
또한 “대신들을 공경하면 관료사회의 제반 업무평가에 관해 현혹됨이 없어진다”고 했다.
어쩌면 정치란 제대로 된 사람을 얻는 것이다.
제대로 된 사람을 얻으려면 대통령 자신의 몸에 바른 덕성이 배어 있어야 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도자에게 있는 것이다.
‘중용’은 BC 430년경 공자의 손자 자사(子思)가 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부분 공자의 말씀을 담고 있다.
중용은 ‘성(誠)’과 ‘중(中)’을 기본 개념으로 해 ‘하늘과 사람은 동일한 법칙 내 존재한다’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형이상학적 내용을 담고 있다.
처음에는 ‘예기’에 속했다가 별도 한 권의 책이 됐다.
이후 송나라 때 논어와 맹자를 집주(集注)하고 주자학을 집대성한 주희가 33절(節)로 구성한 것이다.
그는 중(中)이란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기울어지지 않으며 지나침도 미치지 못함도 없는 것을 일컫는 것이고 용(庸)이란 떳떳함을 뜻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중용 20장의 애공문정장(哀公問政章)을 통해서 “배우기를 좋아하는 것은 지(知)에 가깝고 힘써 행하는 것은 인(仁)에 가깝고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勇)에 가깝다고 했다. 지(知), 인(仁), 용(勇)을 알게 되면 자신 몸을 어떻게 닦고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 알게 된다. 자신 몸을 어떻게 닦을 것인가를 알게 되면 타인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를 알게 된다. 타인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를 알게 되면 천하국가를 어떻게 다스릴 것인가를 알게 된다”고 말하고 있다.
특히 중용 23장은 정조의 암살을 다룬 ‘역린’이라는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하다. 원문은 기차치곡장(其次致曲章)이다.
먼저 도올 선생이 번역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으로 힘써야 할 것은 치곡의 문제이다. 그것은 소소한 사물에 이르기까지 모두 지극하게 정성을 다한다는 것이다. 그리하면 소소한 사물마다 모두 성(誠)이 있게 된다. 성(誠)이 있게 되면 사물 내면의 바른 이치가 구체적으로 형상화된다. 형상화되면 그것은 외부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드러나게 되면 밝아진다. 밝아지면 움직인다. 움직이면 변한다. 변화면 화(化)한다. 오직 천하의 지성(至誠)이래야 능히 화(化)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이를 영화대사로 비교해 보면 “작은 일도 무시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야 한다. 작은 일도 최선을 다하면 정성스럽게 된다. 정성스럽게 되면 겉에 배어 나오고 겉에 배어 나오면 겉으로 드러나고 이내 밝아지고 밝아지면 남을 감동시키고 남을 감동시키면 이내 변하게 되고 변화면 생육된다. 그러니 오직 세상에서 지극히 정성을 다하는 사람만이 나와 세상을 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뭔가를 하고나서 최선을 다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지만 실제로는 별로 성과가 없음을 한탄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자신을 합리화 하고 타인을 탓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진정성은 힘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감동시키는 것이다.
도올 선생은 “중용을 읽고 일상적 삶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사람은 결코 중용을 읽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중용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자신의 삶을 반추하길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