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면한 민주열사들이 남긴 과제 이호행 사회부 기자

2016년 11월 08일(화) 20:02

광주 북구 망월동 민족민주열사묘역은 1980년 5·18 민주화운동 때 신군부가 광주시민들을 죽인 후 유족들이 시신을 안장하면서 조성됐다. 이후 5·18이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고 1997년 국립5·18민주묘지가 완성돼 이장되면서 영령들은 비로소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새 국립묘지가 생기면서 망월묘지로 부르던 곳은 구 묘역, 5·18국립묘지는 신 묘역으로 구분됐다. 그러다가 최근 구 묘역은 민족민주열사묘역이라고 불리고 있다.

오월 영령들이 신 묘역으로 이장된 후 민주묘역에는 민주화운동에 몸을 바친 47명의 열사가 안장돼 자리잡고 있다.

1987년 6월 경찰의 최루탄에 맞고 숨진 이한열 열사, 민중시인 김남주, 1991년 경찰 강경진압에 목숨을 잃은 강경대 열사 등 굵직굵직한 현대사를 관통한 인물들이다. 이러한 배경탓에 구 묘역은 5·18 국립묘지와 함께 많은 시민들이 방문해 참배하는 장소이며 정치인들이 광주 방문 시 꼭 들리는 곳으로 자리잡았다.

최근 박근혜 정부 임기 중에는 세 분의 열사가 이곳에 안장됐다. 지난 2014년 1월 이남종 열사는 대선 부정 개입 특검을 요구하며 서울역 앞 고가도로에서 분신 한 후 민주묘역에 묻혔다. 지난해 안장된 최현열 열사는 광복절을 맞아 한국 정부의 위안부 문제 등을 항의하며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했다. 그리고 6일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로 쓰러진 후 359일만에 망월동 민주묘역에 안장됐다. 백 씨는 작년 11월14일 정부의 쌀값 보장 공약을 지켜달라는 취지로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강경진압에 의해 쓰러져 지난 9월25일 숨을 거뒀다.

대선개입 의혹, 한·일 문제, 경찰 강경진압의 진상규명은 앞으로 고인들을 편하게 보내기 위해 꼭 밝혀야 할 문제이다. 하지만 대선개입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고 위안부 문제는 오히려 한일 정부가 졸속합의를 이행했고 백 씨의 강경진압을 주도한 경찰의 처벌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제 남아있는 우리들이 이를 알리는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