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1천300년 인연의 땅 ‘페르시아’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거점, 반다르압바스(1)

2016년 11월 15일(화) 18:44

지금은 폐허가 된 반다르압바스의 옛 시가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페르시아 만은 이란에서도 가장 독특한 곳으로 기억될 것 같다. 찬물은 아예 나오지 않는다. 다 뜨겁다. 무더운 데다 습하기까지 하다. 미친 듯이 더워서 원주민들도 힘겨워한다. 까만 차도르를 입은 여자들은 더욱 낯설고 무덥게 보이게 한다. 건기(3-10월)에는 53도가 넘는 더위에 상상을 초월한 습도를 나타낸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기후다. 대신에 우기(11-2월)에는 낚시도 즐길 수 있고 우리가 접하지 못한 풍경을 만끽할 수 있어서 다행이지만 너무 짧은 기간이다. 이러한 열사의 땅이나 우리 한민족과 1천300년의 인연을 맺고 있다. 우리 문화에 페르시아의 문화가 스며있으며 최근에는 한국과 이란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1962년 수교 후 1970년대부터 꾸준한 건설사의 진출, 원유 수입 등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생각보다 맑고 깨끗한 ‘페르시아만’

어촌의 풍경은 우리의 어촌과 큰 차이는 없었다. 어촌 특유의 비릿한 냄새는 역시 똑같았다. 큰 고깃배들도 정박해 있었는데 배 모양이 우리 어촌 것하고 많이 달랐다. 가까이에서 봤을 때 고유의 문양도 많이 그려져 있어 특이했다.

작은 배 하나를 빌려서 바닷로 나갔다. 우리 돈 1만원 정도를 주니까 잠시 렌트가 가능했다. 고깃배를 타고 호기롭게 나갔는데 구명조끼도 없이 타는 것이라 은근슬쩍 걱정도 됐다. 배 주인이 우리를 즐겁게 하기 위해서인지 엄청나게 보트를 빨리 몰았기 때문이다. 배에는 집어등이 있었다. 아마도 저녁에 출항해 고기잡이를 하는 어선인 듯 했다. 우리 것보다 소박하고 작았다. 석유 캐내는 만이라 많이 오염됐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물이 참 맑았다. 파도도 거칠었다. 큰 대양(大洋)이나 별반 차이가 없었다.

어항으로 복귀해 바로 옆에 있는 수산물시장에 가봤다.

아직 배들이 돌아오지 않아서인지 수산물이 많지는 않았고 종류도 다양하지 않았다. 이란은 무슬림 국가이다 보니 물고기에 있어서도 제약이 많았다. 비늘이 있는 것만 먹고 조개류나 바닷게 등은 먹지 않았다. 그 맛있는 랍스터도 먹지 않았다. 그러나 바닷가 쪽 이란인들은 바닷게를 먹는 사람도 있었다.

페르시아만에서 갓 잡아 온 새우를 손질하고 있는 어상들.

▶ 우리나라와 1천300년 인연의 땅

이란의 구전 설화집 ‘쿠쉬나메’에 따르면 페르시아 왕자가 신라공주와 결혼한 이야기가 있다. 이곳 호르무즈 항을 통해 교류가 됐다. 옛날 1천년 전에는 중국인촌이 형성될 정도로 중국과 무역이 활발했던 곳이었다. 지금도 중국인을 닮은 사람들이 많이 보이기도 한다.

이란의 파르티아 제국 시기의 유물이 신라고분 등에서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닭을 입에 문 살쾡이, 닭 모양의 뿔잔, 받침대의 형태가 당시 유행하던 굽다리 형식의 접시, 은잔과 유리 제품, 새등이 새겨져 있는 금동신발, 페르시아 제작기법의 금팔찌, 금 테두리에 유리를 끼워 넣은 장식보검, 페르시아 인의 무인석상 등이 교류의 증거이다.

최근에는 한국과 이란은 다시 가까워지고 있다. 1962년 수교 후 1970년대 건설사의 진출, 원유 수입 등 협력이 이어지고 있다.

대림산업이 이란 남부에 건설하고 있는 석유화학단지.

▶세계 에너지의 생명선인 땅

이란의 핵 포기 선언과 함께 미궁은 ‘경제금융제재’를 해제하게 됐다. 오랫동안 석유수출 금지 조치가 해제돼 다시 석유수출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이란의 개방 속도는 짐작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 동안 동결됐던 해외자산 1천억 달러도 곧 이란경제로 다시 유입된다.

이란 남부는 오지 중에 오지다. 무수히 매장돼 있는 가스전은 선진국들이 앞 다퉈 개발 중이다.

이란 최대 무역항구인 반다르압바스 항은 이 지역의 핵심 항구이다. 1955년부터는 이란 제1의 해항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최근에 항구의 운영은 ‘혁명수비대’에서 최근에 민간으로 전면 교체됐다. 반다르아바스는 고대부터 동서교역의 전략적 요충지였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아라비아 군대가 인도와 동남아로 진출할 때 출정한 항구였다.

“반다르압바스 항은 중국판 실크로드가 만들어질 것이다. 맞은편에 위치해 있는 아랍에미리트(두바이와 아부다비)는 반사 이익을 누릴 것이다.”

금속 및 유리공예 상가, 이란에는 이러한 소상인 장인들이 많다.

▶우리가 즐겨먹는 음식 카레의 기원지

식사 전에 ‘빵과 치즈’가 함께 제공된다. 빵은 화덕에서 갓 구워내 온기가 있고, 치즈는 큐민이나 파슬리 등의 허브로 버무려진 이란식 치즈다. 치즈가 안 짜고 신선하다. 맛이 너무 좋고 우리 입맛에 맞다. 빵을 좋아하는 사람은 이것만으로 한 끼 식사가 충분하다. 반면에 샐러드는 허브잎과 향신료가 들어 있어 맛이 안 맞을 수 있다. 이란식 요구르트인 둑(Doogh)은 향이 살아 있는 민트잎 가루가 들어 있어 특이한 맛이 난다. 기성품으로 판매되기도 하는 병 음료이다.

이란에는 ‘아메리카노 커피’가 없었다. 아니 주문해도 알아듣지를 못했다. 드립커피는 프렌치커피로 부르는데 여행 동안 호텔에서는 프렌치커피, 식당에서는 에스프레소를 레몬워터와 함께 주문해서 마셨다.

카레(Curry·커리)의 기원은 이란(페르시아) 남부 지역이었다. 흔히 우리는 인도로 알고 있는데 기원은 이란이란다. 카레는 페르시아 남부지방에서 비롯된 향신료 음식이고 이를 인도인들이 여러 종류의 카레로 발달시켜 왔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란의 카레가 인도 지역으로 유입이 됐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리안’ 인의 이동의 역사를 보면 알 수 있다. 코카서스 산맥 너머에 살던 아리아인 이란 땅으로 내려와 정착했고 그 일부가 인도대륙으로 다시 이동해 갔기 때문이란다. 인도식 볶음밥인 ‘브리야니’도 그 기원은 페르시아라고 한다.

필자는 편식성이 있지만 카레는 잘 먹는 편이다. 인도나 중동지역 여행 시 주로 먹었던 것이 ‘난(팜유에 튀긴 인도식 빵) 2장에 생양파 한 접시’였다. 그리고 빵을 뜯어서 카레에 찍어 먹으면 한 끼 식사가 됐다.(하지만 팜유는 우리나라에서는 중성지방 문제로 사용이 금지된 물품이다.)

우리나라에는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인들을 통해 카레가 유입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카레는 노란색 가루(‘강황’이란 이름으로 익숙해져 있음) 내에 ‘커큐민’이란 요소가 있어서 세포의 산화 방지와 파괴를 늦춰 알츠하이머와 같은 치매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카레에는 지방 분해 효소가 있어 비만 억제에도 효과가 있는 ‘건강식품’이기도 한다.

이처럼 인간들이 교류를 하면서 문화가 전파되고 발전하면서 우리 ‘역사’ 속에 살아 숨쉬고 있다고 생각된다.

▶신뢰가 가져 온 ‘53억 달러의 기적’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가 풀리면서 세계의 건설사들의 이목이 이란으로 쏠리고 있다. 국내 건설사 역시 이란 특수에 발 빠르게 대처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건설사가 있다. 바로 대림산업 이다.

대림산업은 서방국가의 대 이란 제재가 단행된 후에도 인력을 철수하지 않고 신뢰를 다졌다. 당시 인력을 철수시키지 않는 한국 건설사는 대림이 유일했다. 전쟁 중 외국 건설사들은 안전을 이유로 모두 철수했지만 대림산업은 그러지 않았다. 신의를 보여줬다. 1988년 이란-이라크 전쟁 때 근로자 13명이 죽고 40여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에도 눈물을 감추며 현장을 묵묵히 지켰다. 공사를 마무리 하겠다는 일념 때문이었다.

대림의 이 같은 노력은 2016년에 이르러서야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1월 서방세계의 빗장이 풀리면서 건설업계는 이란 진출 러시가 일어났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과 이란 하산로하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이후 대림산업은 53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건설사업을 따냈다. 또한 19억 달러 규모의 수력발전 댐 공사도 계약체결 했다. 두 건의 계약 규모는 대림이 지난 40년간 수주한 공사 금액보다 많은 액수이다.

지난 정상회담에서 “한국은 어떤 역경에도 기한 내 공사를 완수하는 걸로 이란에서 인정받고 있다”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과 이란은 에너지 자원과 인프라 개발의 전반에서 좋은 협력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