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은 공부다 ‘담론’ 신영복 지음 돌베게 1만8천원 |
| 2016년 11월 20일(일) 19:4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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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 불의의 시대에 살고 있음에 절망한다. 세상은 혼탁함으로 가득하고, 오랜 시간 학교에서 배움을 거듭했지만 실제는 현실과 괴리된 허망함으로 채워져 내 길을 찾기 쉽지 않다. 어느새 꿈은 멀어지고 마음은 찬바람으로 가득 채워지고 있다.
고전(古典)과 옛 현인들의 지혜를 벗 삼아 혼돈과 미혹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리고 내 삶의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 내일은 우리에게 새로움의 시작이어야 한다.
신영복 선생은 공부란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인간의 성찰이라고 했다. 니체는 ‘철학은 망치로 한다’고 했는데 이는 완고한 인식 틀을 깨뜨리는 것이 공부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담론’은 신영복 선생이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20년 수형생활을 마친 후 성공회대학에서 가르친 강의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그는 다양한 담론(談論)을 통해서 깜깜한 어둠 속에서 불 밝히고 위로와 격려, 공감과 소통의 창구가 되길 기대하고 있다.
고전 담론에서는 시경, 주역과 더불어 춘추전국시대의 논어, 맹자, 노자, 장자, 묵자, 한비자 등을 다루고 있다. 시경에 나오는 ‘척호’는 만리장성 축조에 강제 징집된 젊은이가 고향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들을 그리워하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서 노역에 동원된 민초들의 고달픈 삶을 짐작할 수 있다.
시경은 그 당시 사람들의 보편적인 삶의 진실을 담고 있다.
흔히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하지만 ‘주역’에서는 70%의 자리에 가라고 한다. 자기 능력이 100%이면 70%의 역량을 요구하는 곳에 가는 게 득위(得位)다. 반대로 70%의 능력자가 100%의 역량을 요구하는 자리에 가면 실위(失位)가 된다. 그 경우 부족한 30%를 함량 미달로 채우거나 권위로 채우거나 거짓으로 채울 수밖에 없다.
결국 자기도 파괴하고 맡은 소임도 실패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다스려서 하는 일이 자기의 능력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즉 사람과 자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 화수미제(火水未濟)의 효사(爻辭)는 다음과 같다.
“끝나지 않았다. 어린 여우가 강물을 거의 다 건넜는데 그만 꼬리를 적시고 말았다.”
작은 실수가 있는 어떤 국면이 끝나면 그 실수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그런 경로를 이어가는 것이다.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씨 과실을 먹지 않는다’는 뜻으로 산지박(山地剝)괘의 효사에서 나오는 말이다. 씨 과실은 새봄의 새싹으로 돋아나고 다시 자라서 나무가 돼 이윽고 숲이 되는 장구한 세월을 보여줄 것이다.
‘한비자’가 밝힌 나라의 쇠망을 알려주는 몇 가지 사례가 의미심장하다.
첫째, 법을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 정치는 어지럽게 두면서 나라 밖 외세만을 의지한다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둘째, 군주가 간언하는 자의 벼슬이 높고 낮은 것에 근거해서 의견을 듣고 여러 사람 말을 견줘 판단하지 않으며 어느 특정한 사람만 의견을 받아들이는 창구로 삼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셋째, 군주가 대범하나 뉘우침이 없고 나라가 혼란해도 자신은 재능이 많다고 여기며, 나라 안 상황에 어둡고 이웃 적국을 경계하지 않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넷째, 나라의 창고는 텅 비어 있는데 대신들의 창고는 가득 차 있고 나라 안의 백성들은 가난한데 나라 밖에서 들어온 이주자들은 부유하며, 농민과 병사들은 곤궁한데 상공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득을 얻으면 그 나라는 망할 것이다.
신영복 선생은 우리가 일생동안 하는 여행 중에서 가장 먼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라고 했다.
이것은 낡은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다. 또 하나의 먼 여행은 ‘가슴에서 발까지의 여행’이다. 발은 삶의 현장이다. 즉 낡은 생각을 버리고 변화를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높고 낮음에 절망하고 있고 없음에 한탄한다. 결국 집단 속에 자신을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절망 속에 희망을 찾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독서도 그중 하나의 대안이다. 특히 고전 공부를 통해서 현재의 나를 성찰하고 미래의 자신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 여전히 책 속에 길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