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亞문화전당 ‘독불장군’은 가라 정겨울 문화부 기자 |
| 2016년 11월 24일(목) 19: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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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부분 개관 페스티벌 당시 개막작으로 예술극장에서 열린 대만 감독 차이밍량의 ‘당나라 승려’를 보러갔던 날, 입구를 못 찾아서 30분 동안 냅다 걸은 기억이 난다.
어찌됐건 고생 끝에 객석에 앉게 됐다. 이후 공연을 시작하는 종소리나 어떤 알림도 없이 조용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알고 보니 그게 시작이었다. 한참을 기다리니 주인공이 나왔고 승복을 입은 그는 관객 앞에 누워서 잠을 잤다. 갑자기 복숭아를 베어 물기도 하고 목탁을 두드리기도 했다.
그렇게 기괴한 행위가 지속된 지 2시간30분 만에 주인공은 저 멀리 무대 밖으로 나가버리고 공연이 끝났다. 객석에서 터져 나오는 기립박수를 듣고 ‘뭐지? 왜 박수를 치는 거지?’라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소외감이 몰려오는 것과 동시에 ‘내가 이러려고 공연 봤나’란 생각에 자괴감이 들기까지 했다.
전당과의 첫 만남에서 ‘동시대 예술이란 바로 이런 것’임을 뼈저리게 느꼈다. 모르는 사람은 이해하기 힘든 예술임을, 그냥 눈으로 본다고 해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없는 것임을 말이다. 소위 ‘유식한’ 사람들만 이해하고 빠져들 수 있는 장르 같았다.
‘보이지 않는 유·무식의 장벽’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것이 바로 전당 건물 자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입구조차 찾기 힘든 전당은 ‘시민 누구나 오세요’란 느낌보다는 ‘감히 들어올 수 있으면 들어와 봐’라고 하는 것 같았다.
예술극장을 찾기 위해 한참 헤매다 느낀 전당의 거대한 아우라는 누구에게나 또 다른 세계에 온 것처럼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전당은 그렇게 1년의 시간을 ‘마이웨이(my way·‘주변의 의견을 듣지 않고 마음대로 한다’는 의미의 신조어)’로 일관했다. 전당이 처음 일반인에게 공개됐을 때의 그 신선함, 새 것에 대한 설렘, 기대는 온통 두려움과 우려로 바뀌었다.
오늘은 문화전당 개관 1주년이다. 이제는 전당에 가면 예술적 담론이 풍기는 ‘고고한 냄새’가 아닌 ‘사람 냄새’를 좀 맡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