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 남아 있는 해양실크로드 상인들의 역사유적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거점, 반다르압바스(2)

2016년 11월 29일(화) 19:39

반다르압바스의 ‘코라프랑기 저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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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천년 역사의 땅, 페르시아! 한여름 낮 기온이 50℃에 달하는 열사의 땅이나,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바다를 통해 교역으로 이어져 온 항구가 있다. 다름 아닌 반다르압바스 포구다. 페르시아와 말레이반도의 교류 연계성을 보여 주는 말레이시아 케다(Kddah)의 왕국 창시자 라자(Maharaja Derbar Raja) 왕 이야기, 뭄바이에 자리 잡은 페르시아 유민들 파르시(parsi) 사람들에 관한 역사를 고스라이 담고 있는 포구다. 뿐만 아니라, 신라시대 쿠쉬나메의 설화가 숨어있고, 마르코 폴로의 원나라 공주결혼을 위한 수송과 조선 초에 중국 정화의 원정대 등에 뱃사공으로 소속했던 한반도인, 임진왜란 때 일본으로 잡혀갔다 뱃사공이 돼 베네치아까지 갔던 조선인들의 발걸음이 남아 있는 땅이다. 여행 중 종종 듣게 되는 전설 같은 이야기, 유적 속에서 밝혀진 작은 진실들이 놀라운 항구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중동 최대의 실크로드항 ‘반다르압바스’

알렉산더 대왕이 이란(페르시아)을 정복했을 때 호르무즈가 주요 거점이었고, 반다르압바스(Bandarabbas)는 작은 어촌에 불과했다. 호르무즈는 반다르압바스 항구 앞에 있는 조그마한 섬이었으나 이 곳에 호르무즈왕국의 궁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렉산더는 이 마을을 셀몬트(Salmont)라고 불렀다. 아랍어로 의류를 의미하는 시랍(Syab)이라는 뜻이었다. 그 후 호르무즈는 포르투갈에 의해 점령돼 포르투갈 군대가 주준하면서 무역을 독점하고 있었다.

그러나 1622년 이란의 압바스황제가 영국과 손을 잡고 포르투갈 군대를 물리치고 호르무즈를 다시 차지한 후, 반다르압바스 항구를 개발하면서부터 이 곳이 해양무역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반다르압바스에 있는 해양실크로드 무역상들의 공중목욕탕과 그 내부 모습.

‘반다르아바스’는 아바스 대제의 항구라는 뜻이다.

해양실크로드의 유라시아 대륙의 서쪽터미널인 반다르아바스는 쉬라즈를 거쳐 육상 실크로드의 서쪽 거점인 이스파한으로 연결된다.

16세기 이래 반다르아바스는 동서교역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외세의 침략도 여러 번 받지만 페르시아 만의 주요 항구로서 자리 잡는다.

▶ 해양실크로드 상인의 대저택

반다르압바스에도 역시 ‘코라프랑기 저택(Kolah farangi Mansion)’이라는 역사적 건축물이 있었다.

코라프랑기는 말 그대로 ‘유럽의 모자’를 의미한다. 이란의 거의 모든 도시에서 볼 수 있는 옛 대저택의 일반적인 건물형태의 모습이다. 이들 저택은 그 당시 유럽 건축물의 영향을 많이 받아 지어졌다.

옛날 아랍상인들의

이 곳 반다르압바스에 있는 이 저택은 1698년에 건축됐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전해오는 이야기에 의하면, 당시 해양실크로드를 따라 무역하던 상인의 집이었다고 한다.

건물의 2층은 업무와 주거 공간이 있고, 북서쪽에 두 개의 커다란 뜰(yard)이 있었다. 2층은 중앙에 원뿔모양의 돔(dome)을 가진 나무로 만든 팔각형의 건물구조로 지어져 있었다.

중앙 돔의 형태는 당시 유럽인들이 쓰고 다녔던 모자와 비슷했다. 그래서 유럽의 모자란 뜻으로 코라프랑기로 불러졌다고 한다.

네덜란드 지배에서 벗어난 후, 이 건물은 1900년까지 행정관청으로 쓰였다. 그 후 반다르압바스에 세관이 설치되면서부터, 세관으로 쓰였다.

▶해양실크로드 상인의 공중목욕탕

반다르압바스에는 해양실크로드 상인들이 애용했던 목욕탕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고대의 공중목욕탕이었다. 일명 개리다리 공중목욕탕(Galedari Bathroom)이라 부른다.

배유럽 식민지개척단들의 배의 모습

해안 가까이에 위치해 있어서 뻘(진흙)로 덮여 있던 것을 복구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방치돼 있었던 것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되고 나서야 복구됐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몇 차례 보수가 이뤄졌지만 고대 상인들의 공중목욕탕 모습을 잘 볼 수 있었다.

목욕탕 건물은 크고 작은 5개 동으로 지어져 있었다. 내부공간은 열을 유지하기에 유리하게 지면보다 낮은 ‘반 지하 형태’로 돼 있었다. 그리고 연료(숯)저장소, 벽난로, 보일러, 굴뚝, 구덩이 등이 갖춰져 있었다.

내부에는 탈의실이 있고, 중앙에 팔각형 형태의 욕조가 위치해 있었다.

내부 습도와 온도 유지를 위해서 화장실과는 좁은 통로로 이어지게 만들어져 있었다.

욕탕 천정 중앙에 채광구멍을 내서 햇볕이 들어오게 했다. 그리고 이 채광구멍은 뚜껑을 만들어 개폐가 가능하게 해서 계절에 따라 보온이 가능하게 했다. 건축 재료는 습기가 많은 바닷가인 관계로, 습기 흡수율이 높은 돌을 인접 해안에서 가져다가 사용했다.

욕실 바닥은 벽돌을 사용했다. ‘욕조(浴槽)’는 돌로 쌓고 석고를 발라 방수가 되게 했다.

목욕에 사용될 물은 10m 깊이의 샘을 파서 공급했다. 이 샘물은 황소가 돌면서 끊임없이 퍼 올려 욕조에 물 공급이 끊이지 않게 했다.

▶中 정화 원정대가 4차례나 방문했던 포구

1405년 6월 제1차 원정을 떠났다.

길이 137m, 폭 56m에 이르는 모선을 필두로, 함선 62척에 승무원 2만7천800명이 탑승했다.

소주(蘇州)를 출발해 참파(베트남)와 수마트라(팔렘방), 말라카, 실론(스리랑카) 등의 항로를 거쳐 1407년 인도 캘리컷(Calicut·코지코드)에 도달했다.

말라카 해협의 해적 진조의(陳祖義)라는 중국인을 붙잡아 1407년 9월에 귀국했다. 얼마 뒤 제2차 원정과 이어서 제3차 원정을 떠났으나, 1차 원정 때의 항로와 거의 같았다.

4번째 원정은 약간 시간을 둬 1413년 겨울에 출발했다. 이번에는 좀 더 서쪽으로 나아갈 생각으로 준비가 더 필요했던 것이다.

캘리컷에 도달한 후 서쪽으로 항해를 계속해 페르시아 만의 호르무즈(반다르압바스)와 아라비아 반도 남쪽의 아덴에 도달했다.

환 중 수마트라 현지 국왕의 요청을 받아 병사를 움직여 반역자를 토벌하고 1415년 7월에 귀국했다.

5번째 원정은 1417년 겨울에 출발해 본대는 4번째 원정처럼 아덴까지 도달했으나, 도중에 나뉜 분대는 아프리카 대륙 동쪽 해안의 말린디에까지 도달했다고 전해진다. 1419년 8월에 귀국할 때 사자, 표범, 얼룩말, 코뿔소 등 진귀한 동물을 데리고 돌아왔다.

6번째 원정은 2년 후 1421년 2월에 있었으나, 이번에는 지금까지와는 달리 조공을 바쳤던 각국의 사절을 돌려보내기 위한 것이 임무였다. 항로는 동일했고 1422년 8월에 귀국하였다.

7번째 원정은 영락제의 사후 그의 손자 선덕제(宣德帝)의 명령에 의한 것이었다.

1431년 12월에 출발했는데, 이때 정화는 나이가 많아 지휘관직을 거절하려 했으나 그를 대신할 인재가 없었다. 이번 항해 때 분대는 메카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1433년 7월에 귀국했지만 얼마 후 정화는 병으로 죽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