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중심 사회운동 해석 탈피 한국 역사 주역 호남을 말하다 ‘민주장정 100년, 광주·전남지역 사회운동사’ 광주시·전남도 공동 발간 나간채 5·18기록관장 등 15인 5년 여정 호남지역 일제시대 의병운동 등 담아 적극·긍정·자존적 역사인식 개선 초점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

2016년 12월 04일(일) 18:57

“광주의 위대한 역사, 5·18민주화운동이 있기까지는 선후의 역사적 맥락을 알아야 합니다. 단순히 5·18에 대한 연구보다는 호남 역사운동 전반에 걸친 연구가 선행돼야 한다는 현실적 요구가 제기됐습니다.”

호남의 역사와 사회 운동사를 다룬 연구총서 ‘민주장정 100년, 광주·전남지역 사회운동사’의 간행위원장을 맡은 나간채(사진) 5·18기록관장은 이 같이 말했다. ‘민주장정 100년, 광주·전남지역 사회운동사’는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 지원한 책으로, 총 13권에 걸쳐 발간됐다.

“시·도 공동 사업으로 2012년 봄부터 본격적으로 15명의 역사학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이 책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운동가들을 많이 살펴보고 공부했고요. 특히 저희는 서울·중앙 중심주의를 벗어나 지역 사회의 주체적인 역사·운동사를 정립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했습니다. 현대 한국 사회의 운동 영역에서는 광주·전남운동사가 두드러져 있지만 학술적으로 다뤄지지 않은 것이 사실이거든요.”

연구총서는 총론(제1권)으로 시작해 동학농민혁명과 의병항쟁(제2권), 일제강점기 민족운동(제3권), 해방공간의 정치사회운동(제4권)에 이어, 1960년대 이후의 민주화운동(제5권), 농민운동(제6권), 노동운동(제7권), 여성운동(제8권), 교육운동(제9권), 문화예술운동(제10권), 시민운동(제11권), 5·18민중항쟁(제12권), 총서 요약(제13권) 등으로 구성돼 있다.

12권의 총서와 1권의 총서 요약으로, 원고 총량은 A4용지 기준 약 4천 페이지에 이른다.

“1890년대 동학농민운동부터 일제강점기 구한말 의병운동, 암태도 소작쟁의, 5·18민주화운동까지 등 다양한 통계자료가 책 안에 들어가 있습니다. 우리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해 전국 단위로 퍼져나간 운동들에 중점을 두고 있죠. 구체적으로 예를 들자면, 광주학생독립운동의 경우 광주·전남에서 발원했지만 전국 학생들 절반 이상이 참여했습니다. 특히 만주, 일본, 미국 등에서도 관심을 가졌죠.”

이 총서에는 역사적 연구의 결과가 담겨 있다. 호남 지역민이 적극적으로 역사 인식을 갖도록 만드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명예로운 역사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라도 사람들의 마음에는 피해의식, 차별의식 등 소외감 등 소극적인 인식이 너무 강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흔히 호남의 역사를 ‘패배의 역사’라고 말하는 데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동학농민혁명에서 배운 주체성, 농민의 복지와 평등성, 주권 등을 호남 지역민은 역사 인식의 주체, 자산으로 삼아야 합니다. 보다 적극적, 긍정적, 자존적 역사 인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 간행위원장은 이 연구총서를 통해 지역 사회운동의 기록이 패배주의의 역사인식을 청산하고 긍정적인 자존사관을 가졌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차별받고 소외받은 전라도인들을 사회운동 연구를 통해 한국사의 중심으로 초대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서울 중심·중앙주의 등 지배적인 패권주의에서 벗어나 호남사람들이 역사 무대의 주역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윤장현 광주시장은 축사에서 “광주·전남지역 사회운동에 관한 이 연구는 과거 소외와 한(恨)의 땅이었던 우리 지역을 미래로 이끄는 귀한 자료이자 동력”이라며 “여러 연구진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번 총서가 호남의 역사를 우리의 후손들이 기억하는 소중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총서 ‘민주장정 100년, 광주·전남지역 사회운동사’는 비매품으로, 광주연구소에서 열람이 가능하다. 배부를 원하는 시민은 나간채 5·18기록관장이나 이용교 광주대 교수에게 문의하면 된다. /정겨울 기자 jwinter@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