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꽁꽁’ 세일해도 지갑 안 연다 탄핵정국·AI·청탁금지법 겹쳐 ‘삼중고’ 경제 먹구름 지역 유통업체 매출부진·식당가 썰렁 연말특수 실종 중소기업인 30% “외환·금융위기 준하는 심각한 상황”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

2016년 12월 05일(월) 20:01

연말을 맞아 들떠야 할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고 있다. 청탁금지법에다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최순실 게이트’,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까지 겹치면서 연말 특수는 아예 실종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연말에는 송년회와 크리스마스 등으로 경기가 풀리기 마련이지만, 올해는 장기 불황에다 어수선한 정국으로 이어지면서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지역 백화점들은 일제히 겨울세일을 실시했으나 성적은 초라하다. ‘세일만이 돌파구’라는 강수를 두고 있지만 닫힌 소비자의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고 있는 것.

광주신세계 등 지역 대형유통업체의 연말 매출은 소폭 신장하거나 오히려 역신장했다. 롯데백화점 광주점의 지난달 매출은 지난해 동기대비 -2%로 감소했으며 지난달 17일부터 진행된 세일기간에는 -4% 역신장했다. 광주신세계의 경우 지난달 누계로 전년 대비 2% 소폭 신장하는 데 그쳤으며, 세일기간인 지난 17일부터 29일까지는 전년대비 3% 올랐다.

주로 생필품을 파는 대형마트도 비슷한 분위기다. 광주지역 이마트 5곳의 지난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5.2% 역신장했다.

연말특수를 기대했던 식당가 역시 울상이다. 대형 외식업소나 호텔 연회장의 연말 단체모임 예약은 통상 11월말을 전후해 집중되지만 올해는 정반대다. 연말 모임 형태도 송년회하면 흔히 떠올리는 단체회식 자리보다는 가족, 친구간 소규모 식사 모임으로 단출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청 인근에서 한우식당을 운영하는 최모(54)씨는 “주로 공무원 단체 손님이 많았는데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예약이 급감하더니 ‘최순실 사태’가 터진 뒤에는 ‘제로’에 가깝다”며 “시국이 시국인 만큼 너도나도 회식을 자제하자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고 전했다.

특히 오리고기를 취급하는 식당들은 AI까지 겹치면서 ‘삼중고’를 겪고 있다. 광주 유동에서 오리전문점을 운영하는 정모(41)씨는 “또 AI를 만나니 한숨밖에 안나온다”면서 “오리를 살처분하고 나면 서너달 뒤엔 오리값이 올라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경기침체에 각종 리스크 요인이 겹치면서 지역경제는 그야말로 먹구름이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11월 지역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 대비 8.0포인트 하락한 91.2로 전국 평균(95.9)보다 낮았다.

지역 소비자들의 현재경기판단CSI도 58로 전월 대비 10포인트 하락했으며 향후경기전망CSI 역시 61로 무려 16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물가수준전망CSI는 136으로 전월 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중소기업의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현재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10곳 중 8곳(85.7%)이 우려를 나타냈으며, 10곳 중 3곳(28.7%)은 ‘외환위기·금융위기에 준하는 심각한 위기상황’으로까지 인식했다.

‘소비심리 위축, 매출급감 등 내수침체’(54.1%), ‘정치리더십 부재에 따른 경제 불안’(51%) 등이 주된 이유였다.

/오승지 기자 ohssjj@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