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오월’과 진실게임

정겨울 문화부 기자

2016년 12월 08일(목) 19:58
‘정치인은 진실을 덮기 위해 거짓을 사용하고, 예술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거짓을 사용한다.’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명대사다. 2014광주비엔날레 특별전 당시 ‘세월오월 사태’와 2016년 암울한 현 시국의 연장선에서 들어맞는 말이 아닌가 싶다.

민중미술가 홍성담 작가의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대형 걸개그림 ‘세월오월’이 2014광주비엔날레 특별전에 끝내 전시할 수 없게 되기까지 복잡한 인과관계가 얽혀 있었다. 박 대통령의 비선실세 최순실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에게 압력을 넣었고, 김 전 차관은 ‘U대회 예산’을 볼모로 윤장현 광주시장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갖은 외압으로 홍성담 작가가 ‘전시 자진 철회’를 선언하면서 결국 시민들은 2년 전 비엔날레에서 ‘세월오월’ 작품을 볼 수 없게 됐다. ‘최순실 나비효과’로 인해 작가는 표현의 자유까지 박탈당한 것이다. 이런 내용이 세상에 알려지기까지 2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터전을 불태우라’를 주제로 한 2014광주비엔날레 당시 기자가 아닌 관람객으로 전시장을 찾았다. 그땐 그냥 좋았다. 평화롭게만 느껴졌던 전시장에 수많은 외압과 정치적 술수가 담겨있을 것이라고는 결코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밝혀진 지금, 박근혜, 김기춘, 이건희 등의 얼굴을 그대로 묘사한 ‘세월오월’(수정 전)은 단순 미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훨씬 뛰어넘었다.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정황·사건을 담은 집합체이자, 후세대를 각성케 할 역사적 기록이 됐다.

작품을 통해 홍성담 작가가 말하려고 했던 ‘진실’은 무엇일까. ‘그들’은 자신들의 과오를 덮으려 작품 ‘세월오월’ 전시 무산을 종용했다면, 예술가 홍성담은 ‘세월오월’을 통해 ‘그들’의 과오를 만 천하에 드러내려 한 것은 아닐까.

모진 풍파를 겪은 작품 ‘세월오월’을 내년 4월 세월호 3주기 때 광주에서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아직 확정이 아닌 추진 단계지만, 재전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단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기대를 갖게 한다. 많은 시민들이 ‘세월오월’을 두 눈으로 직접 마주할 날을 기다려본다. 대신 그땐 국정농단의 주·조연들은 반드시 ‘다른 길’을 걷고 있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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