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포구 주변에 산재된 고대 해양실크로드 ‘흔적과 유적’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거점, 반다르 압바스 (3)

2016년 12월 14일(수) 19:54

자그로스 산맥 줄기의 높은 언덕에 자리한 핀 성. 현재는 대부분 파괴된 채 일부만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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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시아 만의 옛 항구 ‘반다르 압바스’에는 고대 해양실크로드 인들의 흔적과 향기가 아직도 곳곳에 남아 있어서, 관광객들에게 생생한 ‘옛 이야기’를 전해 주고 있다. 금년 여름철 무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릴 때, 우리 가족은 이곳을 찾아 즐거운 여행을 했다. 우리에게 이국적인 것들도 많았지만, 낯익은 것들도 의외로 많아 신비로움 속에 지루함 없이 여행했다. ‘문화는 정체된 것이 아니라 흐른다’는 말이 실감났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페르시아인의 생활상 ‘박물관’

‘반다르 압바스 박물관’을 찾았다. 시내 중심가에 있어서 기본요금으로 택시를 탔다. 접근성이 좋았다. 이란 남부지역의 대표적인 박물관이다. 규모도 크고 유물도 많아서 관광명소란다.

지방 소도시에 맞지 않게, 면적이 2천㎡에 이르는 큰 박물관이었다.

건물은 3개 층으로 돼 있고 4개의 전시 공간(갤러리)이 있었다. 옛날 이 지역 사람들의 의복, 수공예품, 화폐, 음식과 요리도구, 장터와 산업 등 지역의 다양한 문화유산이 보관돼 있었다. 우리에겐 낮선 것들이 많아 이국적인 흥미로움을 줬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4시간을 이곳에서 보내니, 내 자신이 고대 페르시아 인들의 생활상에 들어간 느낌을 받았다.

반다르 압바스 박물관 모습.

▶ 상인들이 보호했던 ‘성곽’

고대 남부 이란을 통치했던 성곽을 찾았다. 핀 성(Finn castleis)이다. 고대에 페르시아 만을 지키는 병사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곳이다. 아마도 이곳 병사들이 해상실크로드 상인 선박들을 보호했을 것이다. 해적들로부터 약탈당하는 것을 방어해줬을 것이다.

성곽은 자그로스산맥 줄기의 높은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서 반다르 압바스 포구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위치였다. 성곽에 올라서니 멀리 페르시아 만이 끝없이 보였다.

성곽은 그리 크지 않았으나 견고해 아직도 남아 있는 부분이 존속했다. 성은 오각형 형태였고, 길이가 290m, 너비가 최대 180m 이었다.

출토된 도자기를 봤을 때, 고대 이슬람 시대에 축조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했다. 또한 티무르 시대의 유물도 출토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이 때까지도 중요한 방어기지로 사용됐음을 알 수 있었다. 아마 군사적인 목적으로 축조됐던 것으로 보인다.

성곽은 1386년에 발생한 지진으로 부분적 손상을 입었던 것도 확인됐다. 바다로부터 6m 높이에 축조됐다. 성곽의 높이는 7m 정도다. 현재 성곽은 완전히 파괴됐고, 타워(탑)과 건축물 일부분만 남아 있다.

실크로드 상인들의 안식처 ‘케르 신전’

▶상인 안식처였던 ‘신전’

반다르압바스 항구의 오른쪽 250m 거리에는 케르(Khezr)라는 곳이 있는데, 이곳에 ‘케르 신전(Khezr shrine)’이 위치해 있었다. 해양실크로드 상인들이 무사한 항해를 위해 기도드리기 위한 장소였다. ‘케르’란 바다의 위탁자이자 영원한 생명을 의미한다. 이란에 관한 옛 신화에도 나오는 신전이다.

해양실크로드를 다니는 옛 상인들이 이 신전에서 해양생활의 안전을 빌었을 것이다.

어업이 안 될 때, 먼 항해 길을 떠날 때, 또 바다에서 위험이 예상 될 때, 어부들은 엘리아스와 같은 삶을 서원하며 제를 지내고 빌었다고 한다.

이 신전 주변에는 옛 공동묘지가 있다고 전해진다. 갯벌 속에 묻혀있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내가 가고 있는 이곳 밑이 옛 무역인들의 무덤이라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건축은 엘람(옛날 왕국)과 바빌로니아 지구라트의 건축양식을 모방한 이란 납부지방 특유의 ‘돔 양식’으로 지어졌다.

돔은 사면체 벽면으로 구성돼 있고 밑에 바닥돌이 깔려었다. 계단을 통해 저택의 입구로 이어졌다고 하나, 현재는 훼손돼 볼 수 없었다. 호르무즈 섬에 있는 ‘크헤르(Khezr) 기념비각’과 매우 유사한 건축양식이었다.

외국인 거주지에서 발굴된 ‘영안실’

▶외국인 집단거주지 ‘사밀마을’

반다르 압바스의 북서쪽으로 60㎞ 떨어진 곳에 사밀(Shamil)이란 작은 농촌이 있고, 곤바데 소크(Gonbad-e Sorkh)라는 시골마을에 오래된 건물이 있다. 이 지역의 명소 중의 하나다.

야자나무 숲속에 묻혀있는 건물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졌다. 정사각형 건물 형태다. 남아 있는 4개의 아치형태 건물로 봐서 이슬람 이전에 건축된 것으로 보인다.

불행하게도 오랜 역사 동안에 천장이 무너져 버렸다. 건물의 용도에 관해서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아마 영안실이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묘지로 둘러싸여 있고, 근처에 수원이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설은 무덤이었을 것이라고도 한다.

모스크 외부(사진 좌) 내부 모습.

영안실이라면 물의 배출 관로가 있어야 하는데 없기 때문이다. 또한 근처의 둔덕들이 모두 묘지라면 묘비가 있어야 할 것인데도 묘비가 없고, 잡석들로 덥혀 있어 묘지로 보기 어렵다는 점에서 그렇다.

사밀 마을에는 이외에도 다른 역사적 장소들이 많다. 성곽과 공중목욕탕 등이 대표적이다.

이로 봐서, 사밀에는 옛 실크로드 상인들의 집단 거주지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란인이 아닌 타국에서 온 해외무역 인들이 집단적으로 살았던 곳으로 여겨진다. 아마 멀리 중국에서도 온 사람들은 물론이고, 우리 한반도 인들도 이곳에 머물렀고 한편으론 묻혀 있을 지도 모른다.

사밀(Shamil)의 농촌지역는 오랜 역사성이 깃든 관개수로(카나트)도 발굴됐다.

길이가 20㎞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수로다. 기술수준도 매우 높았다. 지하 깊숙한 수공구로 돼 있고, 물이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모르타르로 씌웠다.

▶인도産 맹그로브로 지어진 ‘모스크’

반다르 압바스에는 해양실크로드 상인들이 먼 바닷길의 ‘안전’을 빌기 위해서 기도했던 모스크(이슬람사원)도 볼 수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나세리(Naserih)’와 ‘델고샤(Delgosha)’ 모스크다. 나세리는 시가지 중앙부에 위치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1304년에 건축됐다. 이란의 전통적 건축양식으로 지어졌다. 지붕은 인도에서 가져온 ‘맹그로브’라는 특별한 나무로 지어졌다.

카자르(Qajar) 시대에 널리 사용됐던 여러 모양의 침대장식을 볼 수 있다. 모스크는 1386년에 리모델링됐다.

델고샤 모스크(Delgosha Mosque)는 델고샤에 위치해 있다.

반다르 압바스의 해변을 따라 가면 탈레가니 쪽으로 가면 된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주 오래된 모스크다.

중요 부분은 완전히 재건됐다. 오래된 부분은 중앙의 12개 기둥이 있는 공간이다. 연구할 가치가 있는 주목 받는 부분이다. 기둥 위쪽은 석고 장식이 돼 있었다. 오래도록 돌조각들로 덮여 있었던 것을 발굴해 복구했다. 새로 개축된 건물 부분이 역사성이나 예술성이 없는 것이 ‘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