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강사지원사업, 어디로 가나 김미숙 조선대 교수

2016년 12월 22일(목) 19:21

배움의 영역은 드넓다. 예전엔 학교만이 전부라고 생각했다. 중요과목도 정해졌다. 국, 영, 수 등을 중시했었다. 그리고 미술, 음악, 체육 등은 기타과목으로 등한시하는 경향이 농후했다. 그러나 요즘 많이 달라졌다. 배움이 어찌 학교에서만 진행되며 중요과목에 한정되겠는가. 배움은 예술활동 속에서도, 그리고 우리의 삶 속에서도 이뤄진다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더불어 예술적 감성의 중요성이 한층 고조되어 가고 있다.

예술적 감성은 명문대 입시에 필수 요건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행복한 삶을 엮어가고 주변과 조화를 꾀하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덴 두 말할 필요없이 경쟁력이 뛰어난 요소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공감을 필요로 할 때 예술적 감성은 빛을 발한다. 그러기에 정부는 수백억원의 예산을 편성해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을 지원해오고 있다.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은 나름 그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다. 지적 교육으로의 쏠림을 바로잡아 자라나는 세대에게 지성과 감성의 조화를 통한 균형적 성장을 도모하고 있다.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이 최근 운영기관 문제를 둘러싸고 삐걱대고 있어 우려가 깊다. 그동안 지역의 광역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가 그 사업을 실행해왔다. 사업의 예산은 물론 지침과 규정은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내려주고 광역센터(대개 지역문화재단 소속)가 그 지침에 따라 사업을 진행했다. 광주만 하더라도 7개 분야 150여명(국악분야는 별도)의 강사들이 활동하고 있다. 광역센터에서 강사선발 및 관리, 그리고 평가에 이르기까지 사업의 실행을 떠맡았었다. 그러다가 예술강사노조 문제가 급부상했다. 광역센터가 감당할 수 없는 요구가 잇따랐고 그에 대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던 광역센터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과 문화부에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방법으로 계약주체의 중앙일원화가 거론됐고 문화부는 2017년 이를 약속하며 중단될 위기에 처했던 2016년 사업을 재개한 적이 있다. 이후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2017년 사업을 아예 중앙에서 수행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갑자기 이를 변경했다. 다시 지역문화재단이 문제가 내포된 기존의 방식과 내용으로 사업을 지속하라는 것이었다.

기존의 체계와 방식으로는 지역문화재단과 광역센터가 수행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히자 문화부는 사업수행불가 지역을 대상으로 별도의 운영기관 공모에 들어갔다. 이로써 이 사업은 향후 파행이 명약관화해졌다. 예술강사지원사업은 공익적인 차원에서 진행되어야 할 사업이다. 그동안 예술강사들과 밀접한 스킨십을 통해 함께 호흡해온 광역센터를 제치고 다른 운영기관 또는 단체를 선발한다는 게 일단 어불성설이다. 객관성과 합리성을 담보받아야 할 사업이라는 점을 염두해둬야 한다.

제자들이 묻곤 한다. 이대로 가면 예술강사지원사업이 제대로 갈 수 있겠느냐고. 할 말이 없다.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일을 왜 이렇게 처리하는지 모르겠다. 공신력을 가진 광역센터나 지역문화재단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과 환경을 조성해주고 위탁사업을 내려줘야 하는 게 맞다. 지역 문화재단은 학교예술강사지원사업을 계속 맡고 싶어한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제3자가 보아도 그 시각이 맞다. 업무를 떠맡을 수 없게 해놓고 일방적으로 다른 기관 또는 단체를 공모하는 게 아무리 생각해도 현명한 처사는 아닌 듯 하다. 지금이라도 문화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제도 보완을 거쳐 지역문화재단이 계속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배는 바다가 아닌 산으로 갈 게 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