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본질을 묻다 ‘철학에세이’ 조성오 지음 동녘 전남대 도시·지역개발학 박사

2016년 12월 25일(일) 19:01

혼용무도(昏庸無道)의 한해가 저물고 있다. ‘진정 이것이 나라인가?’하는 탄식과 분노의 함성들이 광장을 가득 채웠다.

흔들리는 대한민국에는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인 ‘혼용’과 어지럽고 정의가 제대로 행해지지 않는 ‘무도’만 가득했다. 거짓과 위선의 시대였고 불의가 판치는 그런 한해였다.

비선실세의 농단으로 국정은 마비됐고 대통령은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를 당했다. 또한 경제는 불황과 파탄의 연속이었다. 급기야는 세계적인 조롱과 비웃음의 나라로 전락했다.

철학이 빈곤한 사회는 약육강식과 거친 욕망만 넘칠 뿐이다.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하늘의 이치와 인간의 도리를 인식하고 다시 한 번 겸허해져야 한다.

그리고 넘쳐나는 물질만능주의를 치유할 철학의 본질을 깨닫고 황폐해진 정신적 가치를 회복해야 한다.

‘철학에세이’의 저자는 “이 땅에 태어난 모든 것은 변화한다. 우리 사회도 변화하고 있고 변화할 수 있으며, 모든 사람, 사물, 자연은 서로 연관을 맺고 있다”고 했다. 그는 철학이 인간의 길을 망각한 우리 삶에 나침반이 되길 기대하고 있다.

‘기러기’의 우화를 통해 사는 곳에 따라서 사람들은 각각 다른 새로 인식하는 잘못을 지적한다.

기러기가 하늘 높이 날기 때문에 사람들은 무슨 새인지 정확히 분간하기 어렵다. 월나라 사는 사람들은 ‘물오리’라고 하고, 초나라 사람들은 ‘제비’라고 했다. 그들은 기러기를 자세히 본적이 없었지만 물오리와 제비를 주변에서 자주 보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철학적 의문을 제기한다. 그것은 존재와 관념, 물질과 의식의 문제이다. 철학에서 말하는 물질은 사람들 의식 밖에 독립해 존재하며 그 자신의 독립된 운동을 하는 객관적 실재이다.

물질과 존재는 의식과 관념에 의해 결정되지 않는다. 만약 물질이 관념이나 의식으로 결정된다면 주술적인 기도에 의해 질병이 낫거나 치유돼야 한다.

그리고 우리가 기러기를 제비라고 생각하면 제비가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즉 물질은 근본적이고 의식은 파생적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역사는 세계에 대해 인간의 인식이 확대되고 심화되는 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예로부터 인간은 자연에 대항하거나 순응하면서 생존해 왔다. 점차 무리가 커지면서 집단과 사회를 구성했다. 사회에 관한 인식은 실천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실천은 인식의 토대이자 진리성을 검증하는 기준이다.

본질과 현상은 별개의 것이 아니며, 상호보완적으로 작용한다.

본질은 자기 스스로 직접 나타나지 못하고 여러 가지 현상을 통해서만 비로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현상뿐이며 본질은 눈앞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첫째, 본질을 현상 이외의 다른 곳에서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둘째, 주의를 기울여 현상을 관찰하고 여러 가지 현상의 연관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이처럼 현상은 향상 본질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사물의 현상만을 보고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되며, 사물의 본질에 눈을 돌려야 한다.

철학이 실종된 사회는 혼란스럽고, 개인의 삶은 거칠어질 뿐이다. 선진국일수록 철학은 시대를 밝히고 세계와 인간, 사물과 현상의 가치를 다루는 중요한 학문으로 간주됐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철학은 퇴보를 거듭해 배고픔의 학문으로 전락한지 오래됐다.

특히 왜곡된 자본주의는 흉측한 괴물이 돼 공동체 의식을 짓밟고 개인들은 탐욕스러운 욕망만 드러낼 뿐이다.

피폐해진 환경에서 철학은 사치였고 장식품에 불과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절에 사회지도층은 타락했고, 정의는 실종돼 국민들은 혹독한 시련을 겪어야 했다.

비록 우리가 처한 상황이 절망적이지만 희망은 피어나고 있다. 어두운 광장을 비추고 있는 수많은 촛불을 통해서 자유의지와 실천적 행동을 봤기 때문이다. 그것의 불의에 대한 저항이자 철학적 사고의 표출이다.

우리의 삶에서 철학은 불가분의 관계다. 특히 의미있는 인생을 살기 위해, 잊어버린 나를 찾기 위해 철학이 꼭 필요하다. /전남대 도시·지역개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