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옥 ‘오가헌’, 다각도로 활용할 방법 찾자 박유복 |
| 2016년 12월 29일(목) 19: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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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광주비엔날레 창설을 떠올리면 사실, 까마득하다. 비엔날레란 뜻도 모르고 치렀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리고 30년이 훌쩍 지나서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유수의 비엔날레와 어깨를 견주는 위상과 내공을 튼실히 다졌다. 광주가 가진 힘이라고 본다. 광주이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몇몇 비엔날레가 명멸했지만 광주비엔날레만큼 우뚝 서지는 못했다. 더욱이 도쿄비엔날레의 경우는 한 두 번 치르고 곧바로 없어져버리는 운명을 겪기도 했고 다른 비엔날레 역시 광주비엔날레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개최되었지만 광주가 선두인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도 광주비엔날레의 뒤를 이어 위상과 내공을 튼실히 가져가야 할 터닝 포인트에 섰다. 그 기점이 내년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의 위업을 토대로 한 발 나아가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란 질문이 남는다. 일반인들은 아직 광주비엔날레와 광주디자인비엔날레를 헷갈려한다. 광주비엔날레는 순수미술을 토대로 창의적이고 학문적인 것을 추구하며 세계미술계의 흐름을 한발 앞서 나가는 것을 제시하는 장이다. 반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비엔날레와 달리 돈을 추구한다. 단순히 순수성을 지키며 향후 트렌드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상업적으로 어떻게 활용하여 돈이 될 수 있게 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 점에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낙후된 지역에 산소를 제공하며 활력을 불어넣어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광주형일자리와 광주형 먹거리를 도모해야 하는 이 때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크게 활용될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내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한정된 공간에서 하던대로 진행하지 않을 생각이다. 광주 곳곳으로 뛰쳐나가 시민의 삶터, 일상 공간에서 버무려질 것이다. 그리하여, 시민들의 삶 속으로 파고 들어간 가운데 돈이 되는 지점을 찾아낼 것이다. 그러나 포기할 수 없는 것은 ‘품격’을 갖추는 것이다. 격있게 해야 하며 그 격을 팔아야 한다. 일상을 살짝 건드려서 대접을 받을 수 있다면 격도 살리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에 다름 아니다. 다시 후진국으로 돌아갈 수는 없는 상황에서 품격을 살려 부가가치를 올리는 일은 사실, 디자인이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디자인의 거장인 맨디니의 디자인비는 비싼 편이다. 그에 대해 볼멘 소리를 하는 이들에게 맨디니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나의 디자인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수많은 리서치를 통해 건져올려진 것이다”고. 언젠가부터 우리에게 힘들고 귀찮은 일을 생략해버리곤 했다. 그게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그 결과 장인이 사라져가고 있다. 작은 차이로 느낌이 다른, 품격을 살려내기 힘들게 돼버렸다.
얼마 전 광주시 동구 원각사 근처 한옥 ‘오가헌’을 다녀왔다. 우리 시대 잃어버린 옛 한옥의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아니 잘 계승한 한옥이었다. 일상에서의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사이트로 점찍어 뒀다. 한옥도 한옥이지만 거기엔 이야기가 있었다. 또 공간도 정갈하게 잘 가꿔져 있어서 광주디자인비엔날레라는 매개체를 통해 시민들의 삶 속으로 들어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2009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때 선보였던 ‘규방다담’을 비롯해 뭔가를 해보고 싶다. 민간이 잘 가꿔놓은 공간을 광주의 문화기관들이 나서서 다각적인 활용을 통해 한옥의 아름다움을 알리고 전통의 우수성을 재확인하면 좋겠다. 한 해를 갈무리하는 시점에 내년 구상을 한번 해본거다. 모두 다 같이 함께 가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