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빛! 그러나 지나치면 공해입니다 조영관 광주시 보건환경연구원·이학박사

2017년 01월 08일(일) 19:01

우리 동네 산책길에서는 맑은 날이면 밤하늘에서 별빛과 달빛을 볼 수 있다. 아파트 단지 사이로 흐르는 작은 지천이 있어 어둠이 유지되기 때문에 별을 볼 수 있는 혜택을 누리는 이른바 ‘별 볼 일 있는 동네’가 되었다. 별자리를 보고 신화 속의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하고, 계절에 따라 변하는 별들의 이름을 알아맞히기도 했던 어릴 때의 추억들이 어른들에게는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도시화가 되면서 상업지역이 증가하고 가로등이나 주거지역의 밝은 조명으로 인해 밤하늘에서 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그리 많지 않게 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밝은 밤하늘로 인해 세계 인구의 2/3가 별을 볼 수 없다고 하며, 천체관측도 어렵게 한다고 한다. 과도한 조명은 차량이나 선박, 비행기 등 교통수단의 시야 방해로 사고 유발의 가능성이 있으며, 2012년 환경부 조사에 의하면 과도한 조명을 적정 관리하면 건축물 조명의 37.5%, 가로등 조명의 45.6%까지 에너지 낭비를 줄일 수 있고, 2015년을 기준으로 전국에서 3,670여 건의 빛 공해 민원이 접수되어 조명관리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의 생활에 편리함을 주는 빛의 사용과 면적이 지나치게 많아지면서, 필요 이상의 인공 빛이 인체나 자연환경 등에 피해를 주는 현상을 ‘빛 공해’라 하는데, 아파트나 골목길의 가로등이 창문으로 침투하여 수면을 방해하고, 멜라토닌 생성 억제로 인한 생체리듬의 변화로 수면장애를 일으켜 피로와 스트레스 등의 건강상 문제와 과도한 빛에 노출된 여성들의 유방암 발생 비율이 그렇지 않은 지역 여성들보다 73% 높게 나타났다는 이스라엘 사례에서와 같이 암 유발에 영향이 있어 2007년에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에서 발암물질로 지정하였다. 또한, 야간의 강한 빛은 식물의 생리 조절 능력을 저해하여 열매를 맺지 못하여 수확량의 감소의 문제와 개구리나 야생동물의 생식률도 저하시키고, 새들에게는 서식지를 떠나게 하는 등의 생태적 교란도 문제가 된다.

위와 같은 빛 공해 피해를 줄이기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에 ‘인공조명에 의한 빛 공해 방지법’ 제정과 빛 공해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종합계획을 수립하여, 2018년까지 국토의 50%를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하였다. 조명환경관리구역은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의 용도지역과 연계하여 자연환경보전지역은 가장 엄격한 빛 공해기준을 적용하는 1종 지역으로, 농림지역은 2종, 도시지역은 3, 4종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도록 하고 있다.

광주시도 2014년부터 빛 공해 방지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빛 공해 환경영향평가의 결과와 시민의견 수렴 등의 절차를 거쳐, 광주시내 전역(501.18㎢)을 ‘조명환경관리구역’으로 지정하고 지난 1일부터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 ‘조명환경관리구역’ 지정으로 우리 생활과 용도지역에 맞게 조명을 효율적으로 관리하여 더욱 쾌적한 생활공간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정부와 광주시는 빛 공해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과 조명기술에 대한 지원 방안을 마련해 나갈 예정으로, 상향 광과 눈부심 억제를 위한 가로등의 제한기준과 색상과 같은 조명 특성에 따른 가중치 적용 방안과 눈부심이 적으면서도 용도에 맞는 조명기구에 대한 인증기준을 마련한다고 한다. 이처럼 시민의 쾌적한 삶에 대한 요구에 발맞추어 빛 공해 방지를 위한 다양한 정책추진도 필요하다.

빛은 식물의 광합성 등 생명에 에너지의 원천으로 겨울철 따뜻한 온기를 주는 절대적 고마운 존재이지만, 과도한 빛은 인체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규제에 의한 방지 노력과 병행하여 조명기구의 생산과 설치단계에서 부터 과도한 빛을 줄여나가고, 꼭 필요한 조명영역만 빛을 밝히는 이른바 좋은 빛의 공간을 만들어 쾌적한 삶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