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느림의 미학, 삶의 행복 류재준박사 책으로 세상읽기 |
| 2017년 01월 08일(일) 19: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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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이리 정의롭지 못한지 난 왜 이리 못났는지 자괴감에 몸서리 치고, 마음은 심란했다. 또한 며칠 전 눈이 불편해서 수술을 받은 직후라 몸 상태도 최악이었다.
하지만 새해를 맞이해 이러한 심신의 불편함을 견디고 집 근처에서 해 뜨는 광경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그동안 사사로움에 얽매여 큰 흐름을 보지 못한 속 좁은 마음이 부끄러웠다. 또한 눈의 소중함을 잊고 지냈는데 보이는 것에 대한 무한한 고마움과 감사함을 느꼈다.
행복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아쉬움은 아쉬운 대로, 부족함은 부족한 대로,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철학자 ‘알튀세르’는 히말라야 높은 설산에 사는 토끼가 가장 조심해야 하는 것은 굶주림과 추위가 아니라 평지에 사는 코끼리보다 자기가 크다고 착각하지 않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신영복 선생은 ‘담론’에서 다른 사람들을 부려서 하는 일이 자기 능력이라고 착각하기 마련이다. 즉 사람과 자리를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필자는 이를 재해석해 봤다. 우리나라가 경제적으로 조금 높은 순위에 있다고 해서 우리보다 낮은 순위에 있는 저개발국가나 못사는 나라를 일방적으로 무시하거나 비하해선 안 된다. 이러한 잘못된 우월함은 자칫 인종차별적 실수를 범하기 마련이다.
경제력이나 물질적인 풍요가 도덕적 가치 또는 행복의 절대적인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히말라야에서 차 한 잔’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국가 중 하나이지만 삶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나라로 알려져 있는 히말라야의 작은 왕국 부탄을 다루고 있다.
저자인 ‘브리타 다스’는 1990년대 말 부탄의 수도 팀푸에 1년 동안 물리치료 자원봉사자로 참여한다. 그리고 그곳의 진솔한 삶의 체험과 사랑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캐나다에서 살다가 온 그녀는 인도 태생의 의사인 ‘비쿨’가 결혼까지 이른다.
부탄은 경제성장 위주의 국민 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에서 탈피한 국민 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든 나라다.
그들은 세계 최초로 담배 판매를 금지하고, 사람중심의 철학을 가지고 기계적인 교통신호등을 설치하지 않고 있다.
특히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 외국인 여행자 수를 통제하고 있으며, 개별 자유여행은 제한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일정금액의 체재비를 사전에 지불해야 한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소박한 생활로 가득하다.
“물은 어떤 고난이나 탐욕을 초래하지 않고, 단지 순수한 믿음만으로 바칠 수 있는 보편적인 공양물이다.”
물은 누구나 바칠 수 있기 때문이다.
수행자이자 마을의 정신적 지도자인 ‘메메’는 여든넷으로 명상을 하면서 남은 시간을 보내는 것을 만족하고 있다. 그의 온화한 얼굴에는 무욕의 평온함이 깃들어 있다. 그가 살고 있는 작은 오두막에서 염소 가죽으로 만든 바닥의 깔개는 잠자리가 되고, 낡은 전통의상은 이불이 된다.
그녀는 부탄의 변화에 아쉬움을 토로한다. “파괴적인 기술이 부탄에 접근하고 있는 상황이 걱정스럽다. 소박한 시골 마을의 아름다움과 순수함이 조만간 사라지게 될까 봐 겁이 난다. 어느 정도까지 개발이 될까? 이 작은 고대 왕국이 현대화의 밀물을 과연 버텨 낼 수 있을까?” 그리고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조화의 전통의 꿈이. 또한 만년설이 뒤덮인 이곳 산속 나라에 불교의 소리가 살아남으리라는 꿈, 그래서 진언을 외는 소리와 기도 깃발들의 노랫소리가 바람을 타고 하늘에 까지 닿으리란 꿈이 영원히 살아남기”를 간절히 빌고 있다.
하늘과 보란 듯이 경쟁하는 빌딩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인간의 가치는 콘크리트 밑바닥을 기고 있다. 이러한 헛된 욕망의 끝은 파멸만이 기다릴 뿐이다.
사람들은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참을 수 없다는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시 한 번 인간 중심의 사회로 돌아가야 한다.
인간의 기본 가치를 존중하고, 삶의 만족도를 높여야 한다. 개인이 행복해야 국가가 건강하고 부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