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고려인마을 방문의 해를 맞이하며 홍인화 |
| 2017년 01월 12일(목) 19:54 |
|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려인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한민족의 ‘개척정신’으로 꿋꿋하게 세월을 버텨냈습니다. ‘할아버지의 나라’인 대한민국은 그들이 버텨낼 수 있었던 또 다른 희망이었습니다. 고려인들은 여전히 ‘아리랑’을 부르고 있고, 민족 정체성을 잊지 않으려고 ‘고려극장’을 지키고 있습니다. 눈과 귀가 돼 줬던 ‘고려일보’도 여전히 그들과 함께 있습니다. 그런 고려인들이 광주,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왔습니다. 광주에 고려인 3-4천여명이 살고 있습니다. 약 4년 전, ‘고려인 지원조례’를 발의하기전인 2013년엔 700여명이었습니다. 불과 4년 만에 5배가 넘는 고려인들이 광산구 월곡동을 중심으로 살고 있습니다. 인구 절벽으로 가는 대한민국에 어쩌면 이들이 희망이기도 합니다. 그들은 인권ㆍ평화ㆍ문화도시 광주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고려인들의 자부심인 ‘항일정신’과 ‘개척정신’은 신사참배를 거부하고 3·1만세를 부른 양림동의 정신, 광주 오월정신과 맞닿아 있습니다. 고려인들이 지켜낸 민족문화 역시 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할 일이 많습니다.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독립유공자후손들임에도 방문취업비자로 들어오기 때문에 3년이면 강제출국 당합니다. 또 한국말을 하지 못해 체류와 생활부분에서 어려움이 많습니다. 고려인 마을 대표 신조야 센터장은 “한국 국적을 받고 싶어요. 가족들과 여기서 계속 살 수 있도록 해주세요” 하는 말을 들을 때 마다 가슴이 미어진다고 합니다. 월곡동 고려인 마을에 살고 있는 고려인 3세 김엘레나 가족들은 3년 전 우즈베키스탄과 러시아를 전전하다 대한민국에 들어왔습니다. 본인과 남편 그리고 부모님은 취업 비자로 입국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우즈베키스탄으로 돌아가 비자를 다시 발급받아야 한국에 입국할 수 있습니다. 김씨의 자녀들은 학생 비자로 입국했습니다. 이렇게 고려인들은 가족단위로 한국에 입국합니다. 광주고려인 마을은 그들이 한국사회에 잘 정착하도록 하기 위해 올해를 ‘광주고려인마을 방문의 해’로 정하고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매월 행사인 ‘고려인마을 아리랑가무단’을 비롯해 강제이주 사진전, 고려인 마을방송 고려FM주관 노래자랑 등도 개최됩니다. 거기에다 학술포럼을 계획하고, 연극이나 영화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행사들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어쩌면 또 다른 ‘디아스포라’의 시작일지 모릅니다. 그 중심에 광주가 있습니다.
고려인마을을 지원하며 마음을 함께 한지 벌써 5년이 되어갑니다. 일을 하면 할수록 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걸 느낍니다. 올핸 강제이주 8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들이 이역만리 할아버지의 나라를 찾은 ‘디아스포라 한인, 고려인’을 광주가 따뜻하게 품었으면 합니다. 우리의 온정으로 그들을 보듬어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