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년 전 동아시아인 거주지, 해양실크로드 옛 도시 ‘할레’ [신 해양실크로드] 해양실크로드의 거점, 키쉬 (2)

2017년 01월 17일(화) 19:16

키쉬 섬의 옛 해양실크로드 유적.

키쉬 섬은 아름다운 관광 휴양지이자, ‘면세·무비자의 자유무역’ 구역이다. 우리 기업의 진출이 한창 이어고 있는 페르시아만의 국제무역항이기도 하다. 키쉬는 옛 해양실크로드의 거점 중 하나였다. 곳곳에 그 흔적이 역사적 유물로 남아 있다. 옛 도시 ‘할레’가 대표적이다. 5천년 전에 건설된 ‘지하 도시’와 ‘관개수로’가 발견돼 역사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이 곳에는 ‘할레’라는 옛 시가지가 있다. 과거 해양실크로드 상인들의 거주지로 추측되고 있는 저택이 발굴됐다. 8세기경 건립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인도와 말레이는 물론 중국인들 거주지가 형성될 정도로 해상실크로드 상인들 교류가 활발했던 곳이다. 천년의 세월을 이야기 하고 있는 폐허의 옛 도시! 동서양 해양실크로드의 애환을 모두 담고 우리 한민족(신라와 고려인)의 흔적도 베일에 가려진 채 어딘가에 있음에 틀림없다. 언젠가 이들의 운명적 삶의 흔적이 찾아지지 않을까 한다.

문병채 (주) 국토정보기술단 단장

▶ 5천년 전 건설된 ‘지하도시’

페르시아의 숨결은 이곳에서도 느껴진다. 고대역사가 잘 보존돼 있어, 문명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섬이다. 중동에서 가장 오래되고, 보기 드문 관광명소다. 이란의 오랜 역사와 문명을 보듬고 있는 섬이다.

키쉬 섬에는 3천년 전부터 사람이 살았다고 한다. 역사가 대단히 긴 섬이다. 최근 발굴이 계속되고 있다. BC 3000-2500년 전의 역사 유적이 남아 있다. 최근에는 BC 3세기 경 페르시아 제국의 흔적도 발굴됐다. 건물 벽에 ‘조개와 거북이 화석’이 대량으로 발견돼 학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산호로 만들어진 천장은 이곳만의 독특한 건축 양식이다. 산호와 모래를 이용해 물을 정수했던 시설도 남아 있다.

키쉬 섬에는 지하도시가 있다. 지하 16m 깊이에 1만㎡에 이르는 지하공간이 그것이다.

지하도시.

이를 오늘날 ‘키쉬 카레츠’라고 부른다. 이 지하도시에는 여름에도 시원한 냉기가 돌고 있고, 겨울 동안 내린 비가 모여서 큰 수로를 이루고 있어 섬의 메마른 외관과는 다른 풍경을 만들어 내고 있다.

열사의 땅, 지하를 지나는 16m 깊이의 수로가 경이롭다. BC 3000-2500년 전부터 이러한 지하수로를 만들었단 말인가?

수로는 길이와 깊이 측면에서 다른 육지수로와도 비교할 수 없다. 지표면을 따라 완만한 경사로 만드는 방법이 매우 중요했다. 펌프로 물이 공급되게 했던 것도 놀라웠다. 당시 기술적으로 뛰어난 형태였다.

지하 수로.

수로는 두 가지 면에서 특이하다. 하나는 세계 유일의 산호섬에 위치하고 있는 것이라는 것과, 다른 하나는 조개껍질과 산호로 가득하다는 것이다. 수로 천장은 각종 화석, 조개나 산호로 가득한다. 2억7천만-5억7천만년 된 지층이라고 한다.

▶실크로드 상인들의 집단 거주지

할레(Harireh)는 인구가 없는 폐허가 된 옛 도시의 이름이다. 역사 도시다. 옛날 이 곳 여왕의 이름을 붙인 도시명이다. 이 도시는 800년이 넘었다. 도시의 황금시대는 367-912년경이었다. 할레의 옛 항만(포구)는 이란 내 다른 역사도시의 ‘외적 방어형 건축술’이 총체적으로 집합돼 있다고 한다. 항구 건설의 위치 선택부터가 합리적이었다. 10m 높이의 바위가 자연적인 방어 역할을 하고 있고, 3개의 만과 항구가 형성돼 있다. 바닷물의 물살도 완만하지만, 하천의 흐름이 완만해 선박이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다.

섬에는 옛 저택(Aristocratic houses)들도 남아 있다.

일종의 다가구주택(집단주택) 형태를 띠고 있다. 육지의 옛 도시에 있는 것들과 유사하다.

아마도 방어가 목적인 듯하다. 페르시아 만에서 유일하게 볼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다. 건물에는 별(Star) 모양의 타일을 다양한 곳에 붙여 장식하고 있다.

섬에 이러한 타일을 붙인 집이 있다는 것은 부유한 사람이 살았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천문을 중히 여기는 해양인들의 집으로 여겨진다. 다시 말해, 큰 무역을 하는 해외무역을 하는 사람들의 가옥으로 추측하고 있다.

8세기 경에 건립된 저택.

저택들은 해안가에 밀집돼 있다. 저택내부에는 지하실 등 특별 공간이 많다. 아마 무역품(귀중품)을 저장하는 창고인 듯하다.

지하에 저수조가 있고, 보통 바다와 연결돼 있다. 물고기를 산 채로 길러 신선한 음식으로 먹기 위한 것인 듯하다.

해양실크로드 옛 상인들의 집단 거주지임에 틀림없다. 인도와 동남아는 물론이고, 중국 더 먼 한반도(신라와 고려)에서 온 상인들이 이곳에서 거주했던 것으로 보인다. 적게는 인도양의 계절풍이 바뀌는 6개월에서 많게는 1년 이상씩을 이곳에 머물면서 돌아갈 날씨를 기다렸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도 이 섬에는 다양한 인종이 거주하고 있다. 그 중에는 동양계 얼굴의 주민도 많이 눈에 띠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옛 해양실크로드 상인들은 집밖에 산책을 다니듯, 해로를 돌아다니며 추장들과 왕들을 마치 고향 동네의 관리를 대하듯 했다. 상인들에게 바다는 편안한 곳이고, 배는 자신들의 생활 터전이었다. 그들이 닫는 곳에는 선진 기술과 상품, 그리고 이질문화가 유입돼 세계적인 항구로 되고 번영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드라마틱한 역사와 문화를 보이기도 했다.

키쉬의 옛 도시 ‘할레’의 항구.

이미 중국 당나라 시대부터 페르시아 만의 옛 도시에 중국인 거주지가 있었다고 한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7세기 초, 중국 광저우에도 역시 아랍 및 페르시아 상인들 집단거주지(자치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승려 ‘감진’에 의하면, 당시 광동항에는 페르시아만에서 당도한 무수한 선박들이 향료 및 희귀상품을 산더미처럼 적재한 채 6-7장 거리의 앞바다에 정박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들은 금은보석, 상아, 우각, 향료, 유리제품 등을 가지고 와서 비단, 도자기, 차, 종이, 한약 등을 사갔다고 했다. 실제로, 671년 당나라 승려 ‘의정(義淨)’이 페르시아 선박을 타고 구법 여행을 떠났다는 기록도 있다.

우리나라에도 아랍 및 페르시아 상인들이 수많이 왔었다. 괘릉(원성왕의 능), 흥덕왕릉, 구정동 방형무덤 등의 무인석상이 ‘페르시아인 풍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며, 이란에서 발견된 설화집 ‘쿠쉬나메’이야기, 삼국사기에 성골 진골 6두품까지 사용이 유행했다는 ‘모직 카페트’, 페르시아 신화에 나오는 ‘아나이타’ 여신이 그려진 ‘은그릇’, 필리그리 상감기법으로 제작된 ‘황금보검’ 등이 이를 설명하고 있다.

천년의 세월을 이야기 하고 있는 폐허의 옛 도시! 동서양 해양실크로드의 애환을 모두 담고 있었다. 이 속에 우리 신라와 고려인의 흔적도 베일에 가려진 채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유심히 보면서 옛 도시를 걸었다. 묻혀 있는 흔적을 찾을 수도 있을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이내 곧 포기하고 말았다. 날씨가 너무 더웠다. 그 보다는 필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너무 벅찼기 때문이 더 정직한 표현이지 않을까?

그러나 언젠가 한반도 상인들의 애환의 운명적 삶의 흔적을 누군가는 꼭 찾을 수 있는 곳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