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위기를 기회로 정겨울 문화부 기자

2017년 02월 02일(목) 19:16

2016년 제11회 광주비엔날레 ‘제8기후대’를 이끌었던 박양우 대표가 지난 1월 말 사임하면서 현재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는 공석 상태다. 이에 따라 제12회 광주비엔날레의 예술감독 선정도 늦춰지고 있다. 통상 본행사 전년 2월에 예술감독 후보를 추천하고, 3월께 차기행사 예술감독을 선정하지만 올해는 대표 선정 이후로 예술감독 위촉을 미루게 됐다.

대표도 언제 선임될지 모르는 마당에 예술감독 선정은 물론, 다음 행사가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달 19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업무협약을 맺고 다음 행사는 ACC 전시관에서 열 계획을 밝혔다. 건립 20년이 지나 낙후된 전시관이 아닌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ACC를 활용한다는 복안이다.

광주비엔날레가 기존 북구 용봉동 주전시관보다 더 많은 유동인구가 드나드는 금남로, 충장로를 기반으로 더욱 많은 관람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뿐 아니라 ACC 어린이문화원, 예술극장 등의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비엔날레는 용봉동에서만 열려야 한다’는 오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있겠다. 광주비엔날레가 새롭게 변화할 수 있는 계기인 셈이다.

한편으로 광주비엔날레는 내년 행사를 ACC에서 연다는 자체만으로도 막중한 책무를 갖고 있다. ‘세계 5대 비엔날레’라는 국제적 위상을 갖고 있다고 자부해 왔고, 그렇다면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광주비엔날레가 이제 ACC와 상생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다. 2015년 개관한 ACC가 다양한 프로그램과 전시·공연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직도 지역과의 소통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난해한 현대미술을 주입하는 광주비엔날레와 ‘소통 부재’ ACC가 만나 ‘지역과 분리된 예술 섬’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대표도 공석인 위기의 상황에서 광주비엔날레를 둘러싸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현안이 산적해 있다. 광주시와 재단은 대표를 조속히 선임하고 예술감독 위촉 및 ACC와 상생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