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대통령, 호남차별을 어떻게 해결할건가? 남성숙 광주매일신문 사장 ssnam48@kjdaily.com

2017년 02월 08일(수) 20:00

7일 국회의원화관대회의실에서 열린 전국지방분권협의회 출범식 및 지방분권 촉구대회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한결같이 모든 권력을 중앙정부와 중앙정치권이 움켜쥔 결과 지방자치가 고사위기라고 말했다. 제헌헌법 제정 이래 아홉 차례의 헌법 개정이 있었지만 지방자치는 단 2개 조항 뿐이고 행정 재정 권한 모두 2할 자치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전국지방분권협의회 대한민국지방신문협의회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 등은 한목소리로 헌법개정을 통한 지방분권을 올해 대통령 선거의 주요 공약으로 넣기 위해 동분선주하고 있다. 당연히 되어야 할 일이다.

필자는 지방분권과 더불어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 호남이 대통령 후보에게 꼭 요구해야 할 것이 ‘호남차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정의를 위해서도 오랜 역사 속에서 차별과 소외로 점철된 호남의 문제를 다음 대통령은 꼭 해결해야 한다. 호남 차별의 역사는 먼 과거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국민의당 김동철 의원에 따르면 지난 7년간 국토부의 국비 예산액의 영호남 차별이 극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국토부의 영남권 국고보조금 사업은 11조2455억원으로, 호남권 4조6607억원의 241%(2.4배)에 달한다. 국토부 국고보조금 사업은 재정비촉진시범, 노후공공임대주택시설개선, 국토환경디자인 시범, 광역BIS지원, 도시지하철건설, 도로건설 등이다. 미래부 국가 연구개발사업도 영남권 16조8199억원으로 호남권 6조1953억원의 271%나 됐다. 산업부의 지자체 보조사업인 지역특성화육성사업, 지역투자촉진사업, 발전소주변지역지원 등의 예산 역시 영남권이 1조4929억원으로 호남권 7415억의 2배다. 창업지원, 개발기술사업화 등 중소기업청 정책자금 지원은 영남권이 8조7066억원으로 호남권 2조9801억원의 거의 3배에 육박한다.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역시 호남의 2배를 영남권에 쏟아부었고, 행자부 시도별 특별교부세도 크게 차별했다. 단지 인구 차이로 덮기에는 모든 분야에서 지역편중이 극심하다. 2배, 3배가 넘는 예산 편중지원은 명백히 특혜다. 헌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을 위반하는 것이다.

이 정부 들어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기로 한 올해 도시재생사업도 수도권과 지방, 영·호남의 차별이 심했다. 도시재생사업 지원 대상 지역이 지나치게 수도권과 영남지역에 치우쳐 도시재생사업에서도 호남지역은 홀대를 받고 있다. 대규모 재생사업인 경제기반형 사업의 경우 서울·경기·인천등 수도권이 3곳, 대구와 대전이 각각 한 곳이며, 호남은 한곳도 포함되지 않았다. 중형 규모인 중심시가지형 사업도 9개 대상지역 가운데 광주·전남은 한곳도 없다.

현재 호남에는 변변한 재벌이 없고, 한국의 부유층과 권력층에도 영남출신이 압도적으로 많다. 게다가 법인의 평균 소득금액과 흑자법인의 평균소득금액, 과세표준 2억원을 초과하는 법인 수, 2억원 이하 법인 수, 연매출 4800만원 이하의 개인 사업자인 간이과세자 비율, 특히 사업자의 부도발생, 고액체납 등으로 도산하거나 사실상 폐업 상태로 확인돼 일선 세무서가 직권으로 폐업한 건수, 신규 발생한 체납액의 증가율, 근로장려금(EITC)을 지급받는 근로빈곤가구 비율 등 거의 모든 경제지표에서 호남이 전국 최하위권에 속함이 드러나고 있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받지 않고 평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유엔인권선언의 첫 번째 조항도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은 인류의 최고 가치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라고 인정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이 ‘지역평등’을 국정의 핵심 철학과 목표로 삼아 인사, 국책사업, 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지역 간의 실질적 평등을 구현하는 종합적으로 기획하고 실행하겠다는 공약과 함께 강력한 실천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한 대선후보가 내세운 예산 총량 쿼터제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지역간 불평등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지역평등특별법’에 지방교부예산 총량쿼터제를 도입하는 등 예산제도를 전면 혁신하면 된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뛰고 있는 호남은 빈익빈 부익부가 심화되면 심화되었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정부부처와 핵심 권력에 호남 사람이 없다. 호남인물의 등용 배제는 호남에서 자라나는 다음 세대까지 절망시킨다.

따라서 다음 대통령은 지역안배의 ‘탕평책’ 조항을 기본권으로 헌법에 규정해야 한다. 이제 지역 차별이라는 문제는 단순한 차별 억제 등의 소극적이고 수동적 차원이 아니라 이제 국민의 기본적 권리 실현 차원에서 개선되어야 한다. 독일기본법(헌법)은 ‘연방의 최고 정부기관(정부 부처) 공무원들은 각 주 출신들이 적절한 비율로 채용되어야 한다(제36조)’는 탕평책의 명문 조항을 두고 있다.

지금, 모든 대선 주자들이 호남에 잘보이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번에는 아무나 선택하지 말자. 명확한 기준, 호남의 차별 해소책을 가장 명료하게 공약하는 사람을 눈여겨 보자. 이번 대통령 선거를 통해 호남민은 호남차별과 소외를 꼭 해결해야 한다.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호남 사람들이 명운을 걸어야 할 공약은 ‘호남차별해소’다. 강력하게 요구하자./ssnam48@kj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