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향 광주, 아직도 멀었다 정겨울 문화부 기자

2017년 02월 20일(월) 20:00

2015년 9월 광주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로비 한 복판에서 벌어진 진풍경(?)이 아직도 생생하다. 시립국극단원들은 “허위 이력, 예술감독 해임하라”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감독은 “나는 결백하다”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그러다가 서로 맞고소까지 하는 등 6개월간 갈등이 지속됐다.

국극단 사태가 잠잠해지려나 싶더니 지난해 4월, 시립발레단에서 일이 터졌다. 예술감독이 임신한 단원을 불러 “임신했으니 그만 두라”고 직위를 이용해 갑질을 했다는 것이다. 감독은 “퇴사 압박을 한 적 없다”고 반박했다.

이처럼 광주시립예술단은 수시로 발칵 뒤집힌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광주 공연예술의 중심’이라는 시립예술단이 ‘예술’보다는 서로를 물고 뜯고 싸우는, 일련의 행위들에만 집중한다는 데 비판이 이어져 왔다.

뿐만 아니라 시립예술단 단원들이 복무규정을 어기고 병가 기간에 외부 지도를 하거나 학원강사로 활동해왔다는 사실도 지난해 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밝혀지면서 시립예술단의 민낯이 드러났다.

시립 예능단원은 광주에서 발레, 국악, 음악 등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꿈의 직장’이다. 시 소속 ‘예술인’이란 이유로 공연이 없으면 자유로운 출·퇴근이 가능하다. 그러면서도 눈치 보지 않고 연차, 병가를 쓸 수 있다. 3년 동안 270일, 283일의 연차를 쓴 단원도 있다고 하니, 어찌 이 곳에서 일하고 싶지 않겠는가.

그래서 ‘개방형 관장’ 제도가 더욱 시급했다. 단원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특히 이들이 ‘예술인’이기 때문에 생기는 피치 못할 사정들을 이해해 줄 사람은 바로 ‘예술인’이어서다. 그러나 소위 ‘예향’이라 이름난 광주는 전국 특·광역시도 중 유일하게 4급 공무원이 문예회관장을 맡고 있으니, 단원들과 소통이 될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문예회관 혁신안에는 ‘개방형 관장’에 대한 내용이 결국 빠졌다.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 시장이 쉽게 결정하지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진정 ‘예향 광주’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서기관 자리’ 하나를 놓고 밥그릇 싸움을 하는 공무원들의 방어 논리에 휘둘릴 일이 아니다. 광주시장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