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근대사에 빛나는 김마리아 홍인화 전 광주시의원

2017년 02월 23일(목) 19:20

광주의 근대를 열어젖힌 데는 여러명의 선각자를 빼놓을 수 없다. 그 중에 김마리아를 제껴놓을 수 없다. 광주 수피아여학교에서 3년간 교사를 지낸 김마리아를 소개하고자 한다. 김마리아의 본관은 광산이다. 예전에 광주를 부르던 이름인 광산(光山)을 본관으로 하는 한국의 성씨다. 어릴 때 부모님 두분 모두 돌아가셨다. 그녀의 할아버지는 소래마을의 김성섬이라는 분인데 그가 집안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받아들인다. 예수를 만난 김성섬은 노비들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하나님은 모든 만민을 평등한 존재로 지으셨습니다. 당신들은 자유의 몸이 되었으니 열심히 일하여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랍니다!”

노비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고, 소래마을에는 기독교로 개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예수의 복음안에서 아이들을 교육한 김성섬의 집안은 한국 근현대사의 기둥과도 같은 인물을 수없이 배출했다. 독립운동가, 의사, 교수, 학자 등 여러 인물들이 일제 치하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애썼다. 김마리아 역시 집안어른들을 보고 자연스럽게 비슷한 길을 걷는다. 서울에서 정신여학교(貞信女學校)를 졸업한 뒤 광주 양림동에 있는 수피아학교 선생님으로서 3년간 학생들을 가르칩니다. 그러다 더 배움을 얻기 위해 1914년 일본으로 건너간다.

학생으로 공부하면서 동경유학생독립단에 가입해 3·1운동의 전신이 된 2·8독립운동에 참가한다.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후에는 임시정부 군자금 지원을 돕지만, 일본경찰에게 붙잡혀 혹독한 고문을 받게 된다. 김마리아는 고문을 받으면서도 당당하고 기품 있는 태도로 일관했고 일본고문관은 여성의 몸으로 굴하지 않는 김마리아를 보며 매우 놀랐다고 한다. 김마리아는 일본 경찰의 눈을 피해 상하이로 떠나 대한민국애국부인회 간부로 독립운동을 돕는다. 하지만 상하이에서도 감시가 심해지자 미국으로 떠나고 그곳에서 공부를 계속해 석사학위까지 마친다. 재미 한인사회의 독립운동을 주도하고 후원활동을 하던 김마리아는 1933년 늦은 봄 13년 동안의 망명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한다.

이 때 김마리아와 2·8 독립 선언에 함께 참가했던 이광수는 김마리아의 귀국을 기념해 ‘누이야’(1933년)라는 시를 발표한다. 김마리아의 귀국이 당시 지식인들에게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김마리아는 원산의 마르다윌슨신학교에서 신학을 강의하던 중 고문 후유증이 재발한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광복을 눈앞에 둔 1944년 3월13일 세상을 떠난다. 김마리아는 일본과 상하이 미국 등의 이국 땅을 전전하면서도 조국의 독립을 위해 자신의 몸과 마음을 바쳤다. 당시 조선이 여성의 활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땠는지를 생각하면, 갖가지 장벽을 뛰어넘은 그녀의 활동과 영향력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안창호 선생은 김마리아 같은 여성이 열명만 있었다면 한국은 진작 독립이 되었을 거라고 말한적이 있다. 김마리아가 세상을 떠난 지 약 20년 뒤인 1962년, 대한민국 정부는 김마리아의 공훈을 인정하여 뒤늦게 건국훈장 독립장을 추서한다. 조선을 사랑한 열정적인 독립운동가이자 뛰어난 신학자 였고 헌신적인 선생님이었던 김마리아. 그녀가 광주 수피아 여고에서 전한 가르침은 귀하고 아름다운 씨앗이 되어 광주 땅 곳곳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