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 선생의 역경 강좌] (17) 득괘의 과거·현재·미래 판단(上) “득괘 판단, 문점사의 전후 사정 숙고해야”(上)

2017년 02월 27일(월)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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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점사항에 대한 정확한 해결방법을 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득괘를 하기 전에 문점자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 이를 서전서율(筮前序律)이라고 하는데 마치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환자와 문진하는 이치와 같다. 즉 오판과 오진을 줄이기 위해 문점자 또는 환자가 처한 전후 사정을 상세히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전서율의 여섯 가지는 문점(問占)을 청한 사람의 신분·지위·시간·거처·기세(氣勢)·문점사(問占事)에 대한 전후 사정을 말하며, 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득괘한 괘를 올바르게 해석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역점에서 득괘한 본괘로서 현재로 삼고 그 변괘로서 장래의 변화라고 생각해 그 괘효사(卦爻辭)에 의거해서 길흉을 단정한다. 그러나 문점사항에 대하여 그 점시(占示)가 과거 현재 미래의 어느 것을 나타내고 있는가를 밝혀 사실과 괘상(卦象)을 대조해 그 내력을 밝히고, 현재의 진상을 확인해 다시 장래의 변화를 살펴 이에 선처할 만전의 방책을 제시해 줘야 한다. 득괘를 기준으로 삼아 지괘와의 시간적 관계를 살펴보면 다음 여섯 가지 경우가 있을 수 있고 이러한 시간적 판단을 위해서는 서전서율이 대단히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첫째, 본괘를 현재로 삼고 지괘를 장래로 하는 방법. 둘째, 본괘를 과거로 삼고 지괘를 현재로 하는 방법, 셋째, 본괘를 미래로 삼고 지괘를 미래의 미래로 삼는 방법, 넷째, 본괘 지괘 모두를 과거로 보는 방법. 다섯째, 본괘 지괘 모두를 현재로 하는 방법, 여섯째 본괘 지괘 모두를 미래로 하는 방법이 있다.

득괘의 시기 판단에 대해 일본의 역점의 명인인 마세쥬슈(眞勢中州)의 실점례를 통해 설명한다. 먼저 가장 일반적인 시기 판단으로 본괘를 현재, 지괘를 미래로 보는 방법에 대한 실점례다.

어느 병자의 병증상과 치료법을 묻는 문점에 대하여 득괘해 화뢰서합 4효변을 얻고 점고(占考)하기를 ‘현재 본괘 서합괘의 동효인 구사의 위치는 병증이 심한 곳을 가르키고 가슴아래 명치를 의미하는데, 내괘인 진(震)의 울화가 흉격을 쳐 받쳐 이 부위에서 가래가 많이 나올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변해서 이괘(頤卦)가 됨은 심화(心火 심장, 離火)가 장차 꺼져서 정지되고(離火→艮山) 다시 일신이 불화, 즉 산뢰이 괘상 전체를 압축해서 크게 보면 대리(大離)의 상으로 승천하는 모습이니 구할 길이 없다고 점단했다.

다른 병자를 점해 똑같은 괘, 똑 같은 변을 얻어 점고하기를 “이 환자는 현재 비위(脾胃 2, 3, 4효 艮土)에 식독(食毒 3, 4, 5효 坎水)으로 열(離火)이 심하고, 또한 서합괘는 사물이 막혀 있는 상으로 불통 변비의 증상인데, 지금 변해 이괘(干區ㅌ렌?가 됨은 식독이 흩어지고 열도 가라앉아 깨끗이 완괘하게 된다”고 판단해 해독제를 복용하고 음식섭취에 유의하여 완치됐다.

위 실점례에서 본괘에서 현재의 병의 증상을 보고, 지괘에서 향후 병의 진행방향을 예측했다. 두 환자 중에 한 명은 죽고 다른 한 명을 완쾌로 판단한 것은 서전서율에서 환자의 전후 사정을 상세히 알고 있지 않으면 이와 같은 판단을 불가하다.

다음은 본괘를 과거로 삼고 지괘를 현재로 점친 실점례다.

갑이라는 사람이 을에게 금자 10량을 인편으로 보냈는데 을쪽에서 그 10량 중 1량이 부족한 채 도착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당시에 양자 사이에 두 사람의 인편을 통해 송달한 것인데 부족한 금 1량의 행방이 묘연해 문점을 청하자, 화택규(火澤?) 4효변을 득괘하고 점고하기를 ‘규괘의 하괘 태택은 갑, 상괘 이화는 을이다. 본괘 규괘는 두 여자가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어긋나 싸우고 있는 상이니, 갑(甲)이 금 1량을 분실하고 마음이 심란해 하고 있는 과거의 상황을 보여주고 있고, 지괘 산택손(山澤損)은 선손후익(先損後益)의 괘로 현재 손해본 상태를 가리키고 있다. 금자 발송인 갑은 본괘 내괘 2효이고 수취인 을(乙)은 외괘 5효이며 중간의 3효와 4효는 송달하고 수취한 심부름꾼 하인들이다.

본괘의 내괘 태괘는 소녀, 금전, 기쁨, 훼절로 하고 외괘 이화는 볼 견(見), 아름다울 미(美)로 하니 4효가 동한 것으로 보아 수취하는 여자 하인종이 속을 풀어보고 아름다음에 마음을 뺏겨 견물생심 끝에 더구나 수량이 많으니 모를 것으로 생각하고 1량을 훔쳐 감춘 것이다. 그러나 지괘 손괘 상효를 3효로 역위(易位)시키면 지천태가 돼 안태롭게 됨을 뜻하니 머니 않아 분실한 1량은 되돌아온다’고 판단했다.

다음은 본괘 지괘를 모두 과거로 점친 실점례이다.

약 8년 동안이나 허리에 악성 종기가 생겨 끊임없이 고름이 새어 나와 등이 굽어져 펴지도 못한 거의 폐인이 된 18세 남자의 질병과 운명에 대해 문점을 청하자 지천태(地天泰) 5효변을 득괘하고 다음과 같이 점고했다.

태괘는 3양 3음이 배합해서 교제하는 괘임과 동시에 태(泰)라는 문자의 의미가 무병하고 건장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 역점의 대상인 남자는 폐인과 다름없는 자인 까닭에 이 괘는 그 자의 현재의 병 상태를 점시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태괘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태괘에는 음양화합의 의미가 있으니 즉 내괘 건부(乾夫)와 외괘 곤모(坤母)가 서로 성교하고 5효가 변해서 외괘가 감수가 되어 수천수(水天需)가 됐다.

이 감수는 독으로, 곤모가 변해서 감수인 독으로 변한 것은 곧 부모의 성교에 의해서 임신한 태아에게 병독을 옮겨준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써 이 남자가 앓고 있는 악성종기는 그 병인(病因)이 유전에 의한 것임을 괘상이 가르쳐 주고 있다.

이에 유전 매독의 증상이 항진해서 폐인과 같은 오늘의 상태에 이른 것이니 이 병증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