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와 현재 공존 ‘열린’ 대안 공간 [윤익의 생활속 미술공]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
| 2017년 03월 01일(수) 19: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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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림동 언덕길을 올라 선교사 사택이었으며 이제는 이미 유명해진 호랑가시나무창작소를 지나면 아름다운 호랑가시나무를 마주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변산반도 남쪽의 따뜻한 지역에서만 자란다는 진한녹색에 가시가 달린 특이한 잎을 가진 높이 6m에 약 400년의 수령을 지닌 이 나무가 광주시 기념물 제17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창고처럼 보이는 건물과 뒤편의 벽돌건물을 유리구조물로 연결한 예사롭지 않은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은 양림동을 상징하는 호랑가시나무와 함께 존재한다. 주변에 다양한 크기의 호랑가시나무들이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아트주’라는 법인체를 통해 다양한 문화사업을 하던 정헌기 대표는 몇 해 전부터 호랑가시나무창작소를 운영하며 양림동을 대표하는 문화계의 인물이 됐다. 아트주는 영문의 ‘ART ZOO’이며 당초 목적은 사직공원에 존재하던 동물원을 조형적인 수단으로 다시 재현해 광주시민들에게 문화적 즐거움을 제안한다는 문화사업 추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그의 사업영역은 호랑가시나무게스트하우스를 통해 광주를 찾는 방문객에게 쉼터를 제공하고 지역 문화전도사 역할을 하며, 호랑가시나무창작소를 통해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를 꿈꾸며 광주비엔날레, 광주국제아트페어 등의 다양한 국제적 행사를 치르는 우리지역은 외부에서 봤을 때 문화적 인프라가 충분하게 보인다고 한다. 하지만 정작 지역 예술가들을 위한 문화예술분야의 다양한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저변 확대를 위한 공간은 충분하지 않다고 모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작가들이 자신의 역량을 표현할 수 있는 편한 공간들이 많을 때 진정한 문화도시의 잠재력과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작가들과 활동하는 대안공간의 운영자들과 작가들은 자칫하면 “서운하다”, “아쉽다”의 피드백이 돌아오는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며, 오직 자신의 공적인 신념과 문화예술의 사랑으로 일하고 있다.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의 정 대표 역시 이러한 부류의 문화예술인이다.
이번 개관기념전은 양림동 작가로 알려진 황영성, 우제길, 한희원, 정운학, 신수정, 이이남 등의 원로에서 중견까지 다양한 작가들을 초대했다. 따뜻한 봄볕이 스며드는 중앙홀에는 정겨운 탁자가 준비돼 방문하는 관람자들의 문화적 소통을 배려한 섬세함이 돋보인다. 전시공간에 놓여진 피아노는 향후에 이곳이 단순한 미술전시 공간을 넘어서 복합적인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임을 암시한다. 이미 다음 전시는 미술과 음악이 결합하는 행사가 기획 중이며 앞으로도 지역작가들과 지역의 청년기획자들의 창의적인 제안을 받아서 전시를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을주민들과 호랑가시나무창작소 작가들이 함께하는 양림문예학교를 3년째 운영하며 인문학강좌, 미술이론 및 실기강좌를 진행하던 경험을 바탕으로 현대사회의 모순을 문화예술로 치유하는 의미 있는 미술공간을 추구할 것이다.
문화적 다양성의 추구와 제한이 없는 미술공간을 통해 모든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즐기는 세상을 꿈꾸는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에 박수를 보내며 아름다운 봄날 양림동 방문을 적극 추천한다.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
광주시립미술관 학예연구실장